[단독] 트럼프 방위비 인상 요구한 나라는 '한국' 아닌 '사우디'

윤흥식 기자 / 기사승인 : 2019-04-29 10: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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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들 정황만 가지고 대대적 보도, 오보로 판명
아랍권 방송 알 자지라 '트럼프-사우디 국왕 통화' 보도
NYT '팩트 체크' 통해 트럼프-사우디 '배드 딜'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부자 나라'는 미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에 방위비 인상을 계속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고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州) 그린베이에서 유세 연설을 하며 "우리는 충분히 (미국에) 돈을 낼 수 있는 부자 나라들을 방어해주고 있다"면서 "우리가 1년에 방위비를 50억 달러를 쓰는 나라가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에게도 망신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 나라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에서 유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이 발언이 한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언론은 그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각료회의에서 "분담금 협정 이후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러나 아랍권을 대표하는 방송사인 '알자지라'와 인도 방송 NDTV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사우디 아라비아라고 보도했다.

두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방위비를 더 많이 부담하라고 압박했고, 실제로 5억 달러를 받아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을 지켜주기 위해 돈을 엄청나게 잃고 있다(We’re losing our ass defending you, King)"고 말했으며, 25년간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는 사우디는 당황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에서 "미국 장군들에게 (그 나라가) 얼마를 쓰냐고 물었더니 (1년에) 50억 달러를 쓴다고 했다. (그 나라가) 얼마를 내냐고 질문했더니 5억 달러를 낸다고 하더라"라면서 "그럼 우리가 45억 달러를 잃는다는 뜻이냐, 그들은 부자가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 나라에 전화해 45억 달러를 손해 보는 건 미친 짓이며 이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하자 당황했다"며 "(그 나라가) 예산이 정해져 5억 달러밖에 더 못 내겠다고 해서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나는 (방위비를) 더 원한다고 통보했다"면서 "그들은 전화 한 통에 우리에게 5억 달러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자가 아닌 나라들을 방어해줄 순 있지만 부자인 나라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생각해 보라. 전화 한 통에 5억 달러다.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얻을 거고, 우린 많은 나라들에서 더 많은 돈을 획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주장한 사우디와의 배드 딜(Bad Deal). 사실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우디 국왕과 통화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 같은 외신보도와 전후맥락, 방위비 분담금 규모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겨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오보의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2월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389억 원을 지불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9602억 원보다 8.2%, 금액으로는 787억 원 증가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언급한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


UPI뉴스 / 윤흥식·강혜영 기자 jardin@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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