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트럼프가 방위비 더 받겠다는 '부자 나라' 어디?

윤흥식 기자 / 기사승인 : 2019-04-30 13: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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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 유세에서 이름 밝히지 않은 동맹국과 사우디 지목
알자지라 등 중동권 매체들은 1순위 타깃으로 사우디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정치유세에서 "미국이 부자 나라들까지 지켜주고 있다"며 이들로 하여금 더 많은 방위비를 지불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그가 지목한 '부자 나라'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유세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이 보도 직후 국내 언론들은 "비록 국가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가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국내 언론은 그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 나라에 전화 한 통화를 거는 것만으로 5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추가로 얻어냈다"고 밝힌 점을 들었다. 이 금액은 비록 올해 한미간에 합의된 방위비 분담금 인상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트럼프가 이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수치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이 시점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산유부국인' 사우디 국왕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국내 언론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정치유세에서 1시간 28분동안 연설했다. 그가 동맹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급하는 부분은 연설 49분에서 시작해 53분에 끝난다. 여기서 트럼프는 처음에는 어떤 국가인지를 특정하지 않은 채 한 동맹국과의 방위비 인상 전화 협상 일화를 소개했고, 바로 이어 사우디 국왕과의 전화를 통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한 내용을 자랑했다. 전체적인 맥락을 감안할 때 앞부분에서 한국을,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중동권 매체들은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중동권의 대표 매체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이 제공하는 방어의 대가로 석유 부국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Trump then described a recent phone call with Saudi King Salman in which he demanded more money from the oil-rich nation in exchange for the defence the US provides)"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더 나아가 전화 한 통화로 5억 달러를 더 받아낸 대상국가가 (한국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해석했다. 알자지라 뿐 아니라 이란의 '프레스 TV'와 터키의 '하버터크' 등 범(汎) 중동권 매체들이 모두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 사우디의 살만 국왕에게 전화를 한 통 거는 것만으로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얻어냈다는 내용의 트럼프의 주장을 소개한 이란의 '프레스TV' 기사. [온라인판 개버]

트럼프가 대중연설 장소에서 원고없이 정제되지 않은 화법을 구사했기 때문에 진실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트럼프가 전화 한 통화 만으로 (한 동맹국으로부터) 얻어냈다고 주장하는 5억 달러는 어디서도 근거나 출처를 찾기 어렵다. 만약 트럼프가 전화를 건 대상국가가 한국이라고 상정한다면 그는 대단한 허풍쟁이가 된다. 한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분은 787억원이다. 5억 달러(약 5805억원)와 비교하면 13% 남짓이다. 

다만 트럼프가 지난 2월 백악관 각료회의 당시 한국을 향해 "우리가 쓰는 비용은 50억 달러인데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지불해왔다. 그들은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잘못된 내용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같은 미시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뛰어넘어 트럼프가 27일 유세에서 방위비를 더 내야하는 부자나라 1순위로 한국을 꼽았는지, 사우디를 꼽았는지는 여전히 관심사이면서,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두 나라 뿐 아니라 독일·일본 등 동맹국 전체를 향해 방위비 인상 압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트럼프가 타깃 1순위로 삼고 있는 '부자 나라'와 그 아래 순위 나라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27일 트럼프의 위스콘신 유세 연설을 통해서는 그 1순위 국가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읽기 어렵다. 국내에서 분분한 논란과 혼선을 불러일으킨 트럼프의 발언은 성긴 구석이 많고, 이를 분석하는 외신들의 시각은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트럼프라는 거친 장사꾼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만 답답하게 됐다.


U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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