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크는 유망주들, 한국축구 이끈다

이민재 기자 / 기사승인 : 2019-06-15 09: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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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 시동 건 손흥민, 액셀 밟는 이강인
백승호, 이승우 등 유망주도 가세

드디어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남자축구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을 놓고 우크라이나와 격돌한다.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이날은 한국 축구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축구는 늘 '못하지 않는다'와 '잘한다' 사이 어디쯤 있었다. FIFA 랭킹은 대체로 20~50위권을 유지했고 차범근, 박지성 등 꿈의 무대인 유럽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유럽이나 남미의 내로라 하는 축구 강국과 대등하진 못했을지언정 객관적으로는 축구 제법 하는 나라에 속했다. 적어도 아시아에서 축구 잘하는 나라를 꼽을 땐 항상 한국이 포함됐다.

다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진 못했다. 당장 한국의 역대 월드컵 성적이 말해준다.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을 제외하면 16강에 이름을 올렸던 적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한 번뿐이다. 적지 않은 국내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 진출했지만 리그 내 톱클래스로 자리매김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어디 가서 축구 못한다는 소리를 듣진 않아도 '축구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달긴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는 더 밝을 것으로 보인다. 황금기를 이끌 '두 별'이 있기 때문이다. 황금기의 서막을 연 건 단연 손흥민이다. 원래도 잘했지만 얼마 전 막을 내린 2018-2019 챔피언스리그를 거치며 더욱 막강해졌다. 손흥민은 지난 4월, 리그 내 강팀 중 강팀으로 손꼽히는 맨체스터시티와의 8강 2차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또 챔스리그를 거치며 유럽 빅리그에서 통산 116호 골을 기록했다. 차범근(121골) 이후 유럽 리그에서 100호 골 이상을 기록한 건 손흥민이 최초다. 손흥민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 지난 4월 10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는 손흥민 [뉴시스]


얼마 전 돌았던 손흥민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그의 가치를 방증한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매체 칼초 나폴리 24의 보도를 인용, 레알이 손흥민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12일(한국시간) "레알이 손흥민에게 깜짝 영입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토트넘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레알 영입 명단에 있지만, 손흥민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한국인은 48개 경기에서 20개의 골을 기록하고 10개의 어시스트를 제공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며 "그가 소속 클럽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지난 5일 오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할 말 없다"며 레알 이적설을 일축했다. 중요한 건 레알 이적설이 사실인지 여부가 아니다. 세계 최상위 클럽에서 손흥민에게 눈독을 들인다는 소식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 외신조차 그 가능성을 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손흥민이 그 정도 반열에 오른 선수가 됐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손흥민이 황금시대로 가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면 이강인은 액셀을 밟는 모양새다. U-20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 18세 청년은 이미 유럽의 전통 있는 명문 구단 '발렌시아'의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냥 어찌어찌 이름을 올린 수준이 아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로부터 급료 3년 지속 상승 및 2년 내 1군 의무 승격 조건을 약속받았다고 알려졌다. 구단 입장에서 선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 섣불리 내걸 수 없는 조건이다.


▲ 폴란드 U-20 월드컵 대표팀의 이강인(발렌시아)이 지난 4월 23일 경기 파주시 NFC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


또 이강인은 지난 1월 발렌시아와 재계약 하며 무려 8000만 유로, 한화로는 약 1070억 원의 바이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아웃이란 선수와 구단이 계약 시 맺는 조항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는 타 구단이 소속 구단과의 협의 없이 바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이강인을 데려가고자 하는 구단은 발렌시아에 8000만 유로 이상을 제시해야 이강인과 직접 협상할 수 있게 된다. 통상 바이아웃 계약에 큰 금액이 걸려 있을수록 타구단 선수를 자기 구단으로 데려오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어렵다. 이강인을 지키고 싶은 발렌시아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강인이 처음 이름을 알린 건 무려 12년 전, KBS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했을 때였다. 소년 이강인은 신들린듯 축구경기를 했다. 볼 트래핑을 하며 또래 선수 대여섯명을 제치는 건 예사였다. 누군가 공을 띄워주면 주저 없이 발리슛을 때렸고 이영표의 주특기였던 헛다리 짚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공은 그 자그마한 발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공이 이강인의 발을 떠나면 어김없이 골대 깊숙한 곳에 꽂혔다.

"스펀지 같았다" 지난 4월 '꽁병지TV(김병지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유상철은 소년 이강인을 이렇게 기억했다. 뭐 하나를 알려주면 남김없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뜻이었다. 유 씨는 "가르쳐주면 가르쳐주는 대로 다 따라 한다. 그런데 어설프게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프로 선수들처럼 따라 한다. 마치 성인을 축소해놓은 느낌이었다"라며 이강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지난 1월10일(한국시간) 스페인 지로나의 에스타디 몬틸리비 경기장에서 열린 2018~2019 스페인 코파 델 레이(FA컵) 16강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홈경기에서 백승호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어디 '손-이' 뿐이랴. 지금 한국엔 걸출한 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살을 갓 넘긴 백승호(지로나)는 지난 1월 스페인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인으로는 6번째 스페인 1군 데뷔다. 지난해 11월엔 독일 분데스리가의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 리그 5차전에서 19세로 데뷔전을 가졌다. 한국인으로는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을 세운 셈이다.


▲ 지난 1월 22일 오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상대 선수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일찌감치 유망주로 평가받아온 이승우(베로나)로 빼놓을 수 없다. FIFA는 이번 U-20 월드컵에 앞서 잊을 수 없는 역대 5경기 중 하나로 2017년 한국-아르헨티나전을 꼽았다. 이 경기에서 당시 19세였던 이승우는 아르헨티나 수비수 여럿을 제치는 드리블을 선보인 뒤 골을 넣었다. 이외에도 오세훈(아산)과 엄원상(광주) 전세진(수원) 등 이제 갓 20살이 된 예비 스타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 엄원상(광주·20), 오세훈(아산·20), 전세진(수원·20) 등은 현재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오른쪽 부터 엄원상, 오세훈, 전세진 [UPI뉴스 자료사진]


펠레면 펠레, 마라도나면 마라도나. 한 시대를 풍미하는 선수는 대개 한 명이었다. 물론 훌륭한 다른 선수들이 많았지만, 한국 축구의 부흥기를 이끈 인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는 박지성인 것처럼 말이다. 천운일까. 지금 한국엔 그런 선수가 둘, 아니 여럿이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비롯한 이 별들은 한국 축구의 수준을 몇 단계 더 높일 참이다. 이제 시작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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