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물고기 잡고 무심코 버린 낚싯바늘에 위협받는 반려견

UPI뉴스 / 기사승인 : 2018-11-07 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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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남은 낚시장비 꼭 챙겨가는 ‘낚시 에티켓’ 널리 확산돼야

 

▲  [셔터스톡]

 

진주에서 급한 수술 의뢰가 들어왔다. 개가 낚싯바늘을 삼켜 입원한 황당한 사건이었다. 그 개(강복이)의 엑스레이 사진에는 복강에 3개, 흉강에 1개의 낚싯바늘이 확인됐다. 개들은 호기심이 많아 처음 보는 물건이 있으면 코를 킁킁거리며 입을 대는 습성이 있다. 특히 어린 강아지, 식탐이 강한 개는 무심코 이물을 삼켜버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입원한 개는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식도에 걸려 삼키고 뱉으려는 행위를 반복하다가 날카로운 낚싯바늘 하나가 식도를 관통하여 흉강에 침투한 상태였다. 흉강은 심장과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런 흉강 내에 날카로운 바늘이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낚싯바늘이 식도 내에 있다면 내시경으로 제거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흉강으로 침투된 낚싯바늘은 흉부를 절개하여 폐와 심장, 대동맥을 헤집어 바늘을 찾아야 한다.

수술에 앞서 여러 검사가 진행됐다. 수술 계획을 수립하면서 내시경과 복강수술 뿐만 아니라 개흉 수술까지 준비가 이루어졌다. 마취가 시작되고 바로 내시경을 식도로 삽관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낚싯바늘이 식도 안에 남아있기를 바랐지만, 바늘은 보이지 않았다. 낚싯줄 매듭이 식도 점막에 박혀진 채로 있었다. 매듭의 연장선은 위를 향해 팽팽하게 연결돼 있었다.

수술팀은 서둘러 좌측 늑간 사이를 절개하고 폐를 밀어 올려 심장을 피해 대동맥 주변에서 낚싯바늘을 찾기 시작했다. 엑스레이 사진과는 달리 흉강 내에서 작은 바늘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문제의 바늘은 대동맥과 나란히 자리하여 주변 혈관과 심장을 찌르지는 않았다. 흉강 내 낚싯바늘을 제거하고 천공된 식도를 봉합 후 장절개수술을 통해 나머지 바늘 3개와 낚싯줄을 제거했다. 입원한 개는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치고 5일 뒤 건강을 회복하고 나서야 퇴원했다. 

 

▲ 강복이 엑스레이 영상. 흉부식도와 복강에 4개의 낚시바늘이 박혀 있다.[대구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도대체 강복이는 왜 낚싯바늘을 먹었을까? 강복이네는 진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인근 하천은 낚시꾼들이 자주 다녀가는 곳이다. 내원 하루 전날 강복이는 하천을 탐색하다 무언가 비릿한 냄새를 맡고 그것을 냉큼 삼켰다. 먹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줄줄이 엮인 낚싯바늘 중 하나가 입안에 걸리며 순간 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보호자가 처음 강복이를 발견했을 때는 입안에 바늘이 보여 즉시 바늘을 빼내려 했지만, 통증과 불안감이 가득한 강복이는 주인의 손길을 허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낚싯바늘은 목구멍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다. 순하디 순한 강복이를 생각하니 살짝 화가 났다.

낚시인들의 취미활동은 이해한다. 하지만 무심코 버린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안타까웠다. 지난해 창녕에서 낚싯바늘이 목에 걸린 자라를 구조하여 목에서 낚싯바늘 제거 수술을 한 적이 있다. 경산에서 구조된 백로는 발과 날개에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복잡하게 얽혀 심한 외상과 스트레스로 끝내 죽고 말았다.

낚시하며 무심코 내버려 둔 낚싯줄과 낚싯바늘은 동물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살상 도구가 될 수 있다. 낚시와 같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추고 자연을 보호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 낚시 후 남겨진 쓰레기와 낚시 도구들을 깔끔히 챙겨 가야한다. 생태계의 일원인 동물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낚시인의 필수 에티켓으로 널리 확산되기를 소망해본다.

박순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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