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47개 범죄사실로 구속 기소

장기현 기자 / 기사승인 : 2019-02-11 14: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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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은 각각 33개·18개 범죄사실
재판 청탁 전·현직 국회의원들 직권남용 법리검토 후 처리

검찰이 11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각종 재판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사실로 구속 기소했다. 사법부 수장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이와 함께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각각 33개와 18개 범죄사실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두 차례 기소된 임종헌(60·구속)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는 특정 법관을 사찰하고 인사불이익을 주기 위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가 추가됐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공무상비밀누설 △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 직무유기 △ 위계공무집행방해 △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임 전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 등 역점 사업에 청와대와 외교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런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봤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정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시키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헌법재판소에 파견 나간 판사로부터 헌재 평의내용 등 불법 수집한 내부기밀을 보고받은 혐의도 있다.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법률신문 기사를 대필하도록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헌재를 견제하고 위상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에 비판적 의견을 낸 판사들 명단을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을 검토·실행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이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의혹 축소·은폐 △ '정운호 게이트' 당시 수사정보 불법수집 △ 대한변호사협회 압박 △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천만원 비자금 조성 등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박 전 대법관은 각종 재판개입과 헌재 내부기밀 불법수집,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33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 전 대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영장재판 개입, 판사 비위 은폐 등 18개 범죄사실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해 12월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박 전 대법관은 다른 피고인들과 별개로 고교 후배의 청탁을 받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9차례 무단 열람해 사건 진행상황 등을 알아봐준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가 추가됐다.

검찰은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0여명 가운데 나머지는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달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한편 대법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검찰은 '재판거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측 인사, 자신이나 지인의 민·형사 재판을 두고 법원행정처에 청탁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경우 직권남용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검토를 거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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