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 너마저'…이산화탄소 배출, 비닐의 6배

손지혜 기자 / 기사승인 : 2019-04-12 18: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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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가방도 비닐봉지 대안 안돼"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 바꿔야"

플라스틱, 비닐이 지구환경을 망치고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각국이 사용을 규제하는 이유다. 한국 정부도 지난 1일부터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이제 판매자가 무심코 비닐봉투 한 장을 제공하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일각에서는 종이봉투나 에코백 같은 천 재질의 가방을 비닐봉투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과연 종이봉투와 천 가방은 비닐봉투보다 환경친화적일까. 뜻밖에도 "그렇지 않다"는 주장과 연구 결과들이 적잖다.

 

▲ 종이봉투가 비닐보다 공정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5배 더 배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종이봉투나 천 가방이 비닐봉투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셔터스톡]

 

"펄프 공정 자체가 또 다른 환경문제 불러"

종이가 더 환경친화적일 것이란 생각은 선입견일 수 있다. 실제로는 종이 사용 증가가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도 만만찮다는 지적이 적잖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플라스틱백(비닐봉투)의 대안으로 선택된 종이가방도 만만찮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종이봉투 제작은 비닐봉투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종이가방이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종이봉투가 지구 온난화에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1년 영국 환경부는 종이봉투 생산 공정 단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종이봉투 3개를 사용할 경우 1회용 고밀도 폴리에틸렌 비닐봉투 1개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환경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비닐봉투는 재사용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흔히 여러 번 사용되지만, 종이봉투는 1회만 사용되고 재활용 용지나 퇴비화하는 게 보통이다.

 

 

2010년 논문 '비닐봉지의 딜레마'(Helen Lewis의 'Evaluating the sustainability impacts of packaging: the plastic carry bag dilemma')에 따르면 비닐봉지의 경우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개당 7.52kg 방출하는 데 비해 종이백은 44.74kg을 방출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일단 나무를 베어야 하기 때문에 펄프(종이)를 제조하는 공정 자체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안인 면 가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면화 경작 과정 등에서의 탄소배출량 등을 감안했을 때 1회용 플라스틱 비닐봉투 하나보다 온난화 영향을 더 적게 하려면 131회 정도는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3월 ICF International에서 발간한 관련 논문(Master Environmental Assessment on Single-Use and Reusable Bags)에서도 "천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재사용 PP(폴리프로필렌)백이 가장 환경친화적"이라고 적혀 있다.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종이가방이나 천 가방이 비닐봉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재질이 아니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스틱이라는 성분 자체가 분해가 잘 안 되고 썩지 않으니 큰 환경문제를 유발하지만,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를 바꾸지 않고 단순히 재료만 종이로 대체한다면 펄프나 목재가 더 들게 되고 종국에는 숲을 파괴하는 다른 환경 문제로 이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 세계 1위는 대한민국이라고 집계됐다. [Slaboux 홈페이지]


"장바구니·텀블러 대여 등이 해법"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이란 버리게 되는 물건은 애초에 쓰지 않는 생활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는 환경운동을 의미한다. 김미경 팀장은 "소비자들이 아무리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싶어도 막상 장을 보러 가면 비닐봉지로 포장돼 있지 않은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런 부분에서는 기업이 앞장서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에는 포장 없는 가게가 나오고 있다"면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쓰레기 없는 삶)'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현재 시스템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면서도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팀장은 "공동체, 지자체와 정부가 대여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바구니 대여 사업', '텀블러 대여 사업' 등을 예로 들었다.


현재 서울 망원동 시장에서는 장바구니를 빌려서 이용할 수 있다. '알맹@망원' 프로젝트 덕이다. 알맹과 협약된 가게에는 현판이 달려있고 현판이 걸린 매장에서는 보증금 500원에 장바구니를 대여해준다. 빌려 간 장바구니를 사용 후 '카페M'에 반납하면 200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장바구니와 에코백은 시민들의 기부로 마련됐다.


콘퍼런스, 세미나, 데모데이, 쇼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1회용품의 이용을 줄이고자 텀블러를 대여해주는 곳도 생겼다. '슬라부(Slaboux)'라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플라스틱 컵 없는 행사를 위한 텀블러 쉐어링 서비스'라는 모토로 기업을 운영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날짜와 인원을 적어 신청하면 퀵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장소로 텀블러를 보낸다. 행사 후 연계된 퀵 서비스를 통해 사용한 컵을 박스에 담아 반납하면 슬라부가 전문 장비로 세척한다.

 

▲ 고객들에게 텀블러를 무료로 빌려주는 베셀웍스의 텀블러 대여 운영 방식. [베셀 웍스]


미국과 영국은 대여 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미국 콜로라도의 '베셀 웍스(Vessel Works)'라는 기업에서는 고객들에게 텀블러를 무료로 빌려준다. 이 덕에 굳이 자신의 텀블러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분실 위험도 적다. 회원제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내지 않는다. 카페에서 대여비를 대신 낸다. 반납도 편리하다. 동네 곳곳에 비치된 반납용 키오스크에 넣으면 끝이다. 영국의 영국 왕립예술 학교(RCA)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컵 클럽'시스템도 이와 유사하다. 컵을 빌려서 가지고 다니며 음료를 마시고 돌려주면 된다.

 

U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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