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동물학대의 또 다른 현장인가

UPI뉴스 / 기사승인 : 2018-11-13 16: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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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 뽀롱이사건 계기로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 확산 목소리 높아져
▲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해 포획에 실패해 사살한 뒤 동물원 내 동물병원으로 옮겨지는 퓨마 [뉴시스 자료사진]

 

지난 9월 18일, 각종 포털 사이트에 퓨마가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한 마리의 퓨마 때문이었다. 이 퓨마는 2010년생 암컷으로 이름은 뽀롱이다. 사육시설을 청소하고 난 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우리를 탈출했다. 수색 1시간 반 만에 동물원 내 배수로 인근에서 발견돼 마취총을 쐈음에도 바로 잠들지 않았다. 퓨마는 2시간 동안이나 동물원을 돌아다녀 결국 야생동물보호관리협회 소속 엽사에 의해 사살됐다.

빠른 대응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아 이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뽀롱이 사건’은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남겼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동물학대를 비판하는 네티즌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문을 잠그지 않은 것도, 마취총을 잘못 쏘아 달아나게 한 것도 사람임에도 죄 없는 동물을 죽였다는 사실은 네티즌의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과 수족관을 폐쇄할 것을 청원하는 글까지 게시됐다.

동물 보호는 뒷전인 ‘동물원법’


동물원은 원래 제국주의 시대의 상징물과 같다. 점령국의 이색동물들을 자국으로 데려가 호기심을 충족하고 돈벌이로 이용했다. 우리나라에도 동물원에 관련 법률이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시행된 ‘동물원 및 수족관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동물을 어떻게 보호·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오히련 관련 법률은 동물을 법적으로 가둘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에버랜드, 서울동물원, 대전 오월드 등 몇 곳을 제외하면 지방동물원, 작은 동물원은 수의사조차 없다. 동물원법인데, 정작 동물은 뒷전이다.

이제 동물원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단순히 한 마리 동물의 비극적인 죽음을 슬퍼하는 일을 넘어 야생동물을 전시 목적으로 가둬두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

야생동물 윤리문제 진지하게 논의해야


2016년 11월 아르헨티나 법원은 멘도자(Mendoza) 동물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침팬지 ‘세실리아’를 숲으로 돌려보낼 것을 명령했다. 세실리아를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해 신체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2014년 당시 나이 29살이던 오랑우탄 ‘산드라’ 역시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해 자연으로 돌려보낼 것을 판결했다. 두 차례의 판결은 인류에게 동물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하고 소중한 고민을 제공했다.

지난 9월 21일 문 닫은 동물원에 홀로 남은 돌고래 ‘하니’의 사연이 페이스북에 소개됐다. 하니는 2005년 일본 타이지 근처에서 돌고래 사냥으로 생포된 후 치바현 이누보사키 마린 동물원에 전시됐다. 좁은 수족관도 문제였지만 경영난으로 동물원이 문을 닫으면서 하니와 펭귄 46마리가 방치됐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돌고래 보호단체 더돌핀프로젝트(The Dolphin Project)는 하니를 바다로 되돌려 보낼 계획을 세웠지만, 동물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10월 22일에는 인도네시아 약 26개 동물원에서 돌고래의 이빨을 모두 뽑아버리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수중에서 돌고래와 입맞춤을 원하는 관광객을 위해 돌고래의 이빨을 모두 빼거나 뾰쪽하지 않게 갈아버렸다. 동물원 측은 돌고래가 갑작스럽게 관광객을 공격할 수 있어 사고방지 차원에서 취한 행동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생명윤리가 참교육이다. [픽사베이]


정부가 동물착취 조장하는게 현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야생동물보호법(야생동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을 개정해 다이지에서 포획된 돌고래를 수입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동물보호의 실천방안으로 국내 돌고래쇼를 위해 수족관에 가둔 돌고래를 고향인 태평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 한화를 비롯해서 롯데도 아직 두 마리 흰돌고래 벨루가가 있고, 퍼시픽랜드, 거제 씨월드, 울산남구청에서 운영하는 돌고래 고래박물관 등도 돌고래 학대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남구청의 경우 많은 시민들과 동물단체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생태설명회라는 포장으로 동물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야생에 사는 동물들을 잡아 돈벌이에 이용하는 동물원, ‘교육적 목적’이라는 미명 아래 동물원의 동물학대는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생명존중이라는 인간의 윤리의식을 내세우는 국가라면 최소한 자의식이 있는 동물을 잡아 가두고 노예처럼 부리는 이중적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

최근에는 이같은 사회적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생겨난 동물없는 디지털 수족관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립광주과학관에서 열린 ‘라이트 애니멀 사이언스 쇼’가 열렸다. 돌고래나 코끼리 같은 사회성이 강한 동물을 야생에서 잡아 전시하는 대신 동물들을 가상으로 만날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수족관 사육 돌고래를 대신하는 이같은 가상전시는 동물에 관한 생명윤리, 복지 등의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훌륭한 교육적 대안이다.

현재의 동물원은 교육목적의 탈을 쓴 또 다른 동물학대의 현장이다. 조련사 지시에 따라 갖가지 재주를 부리는 모습보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더 자연스럽다. 인간과 동물, 무엇이든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자연이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김지윤 동물의소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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