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재난' 미세먼지, 탈출구가 없나?

장기현 기자 / 기사승인 : 2019-02-02 11: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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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2.5%가 '불안'…고농도 현상 잦아져
중국 영향 절반 안돼…탈원전과 상관 주목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제 기상예보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후 미세먼지는 환경 문제를 넘어,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출근길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병혁 기자]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직경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한국은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1995년 초부터 지름 10㎛이하 물질을 미세먼지(PM10)로 규제했다. 이어 20년 뒤인 2015년 1월부터 초미세먼지(PM2.5)에 대한 규제가 본격 시행했다. 

 

'환경기준'은 미세먼지(PM10)의 경우 현재 연평균 50μg/㎥, 일평균 100μg/㎥로 설정됐다. 초미세먼지(PM2.5)는 연평균 15μg/㎥, 일평균 35μg/㎥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은 수준이다.

 

'삼한사미'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일주일에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말로 현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셋째주(14일~20일) 기준 초미세먼지(PM2.5)가 대기환경기준(35μg/㎥)보다 높은 날은 14·15·18·19일로 총 4일이었다. 

 

이처럼 사흘이 멀다 하고 불어닥치는 미세먼지에 이제 마스크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스크 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등 미세먼지 관련 가전제품도 빠른 속도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유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미세먼지 문제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정말 나빠졌나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불안하다는 비율이 무려 82.5%에 이르렀다. 한국갤럽이 1월 25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81%로 나왔다. 특히 미세먼지 때문에 '매우 불편하다'는 응답은 2014년 2월 45%에서 이번엔 57%로 12%포인트 늘었다. 국민들의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감과 불편함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고 말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대기환경연보 2017'에 따르면 전국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998~2006년 51~61㎍/㎥ 사이에서 증감을 반복하다 200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4년 49㎍/㎥이후로 매년 1㎍/㎥씩 감소해 2015년 48㎍/㎥, 2016년 47㎍/㎥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45㎍/㎥의 농도를 보였다. 2015년 1월부터 대기환경기준이 추가로 설정된 초미세먼지의 경우 26㎍/㎥를 유지하다 2017년에는 25㎍/㎥로 다소 낮아졌다.


이처럼 연평균 농도가 낮아졌지만 국민 대다수가 미세먼지가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더 잦아졌기 때문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대기 중 갑자기 많아진 먼지가 햇빛을 산란시키면서 앞이 뿌옇게 돼 멀리 내다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즉 연평균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반적으로 2000년대 초·중반보다 줄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잦아지면서 체감농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 횟수와 일수는 2014년 2회(4일), 2015년 3회(5일), 2016년 6회(7일), 2017년 6회(10일) 등으로 늘어났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의 1시간 평균 농도 최대치 역시 2014년 192㎍/㎥, 2015년 245㎍/㎥, 2016년 373㎍/㎥, 2017년 423㎍/㎥ 등으로 크게 높아졌다. 

 

초미세먼지의 하루 평균 농도가 50㎍/㎥를 넘는 날도 2015년 11일에서 2016년 13일, 2017년 20일로 늘었다. 특히 2017년 12월30일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95㎍/㎥를 찍으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케이웨더 차상민 공기지능센터장은 "미세먼지 농도는 최소한 데이터 상으로는 나빠지지 않았다"며 "일반인들이 미세먼지를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면서 민감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부소장도 "미세먼지가 더 심해졌다고 보기는 힘들고, 정부가 선언한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며 "2017년 대통령 선거부터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 적절한 적용을 통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영향은 얼마나 될까


이번에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겨울철 미세먼지 주 발생원으로 국내 발생과 국외 유입 중 어느 쪽이 더 많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성인의 64%가 '국외 유입이 더 많다'고 답했고 '국내 발생과 국외 유입이 비슷하다' 22%, '국내 발생이 더 많다'는 8%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크게 발전소, 공사장, 차량, 실내 등 국내에서 발생되는 것과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계절별, 지역별 차이가 있고 아침 저녁 대기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평상시 중국의 기여도는 연평균 30∼50%, 고농도시에는 60∼70%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7월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합동으로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 결과가 공개됐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나사가 2016년 5월2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올림픽공원 상공 등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M2.5)의 52%가 국내에서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국외 요인 가운데 34%가 중국, 9%는 북한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미세먼지 문제는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한·중 양국, 한··일 삼국이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차일피일 협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중국에서 열린 한··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동북아시아 미세먼지 논란을 과학적으로 밝혀줄 미세먼지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자료 제출 연기로 결국 무산됐다. 올해 11월로 미뤄진 한··일 3국의 미세먼지 보고서 발표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 관계자는 "중국으로부터 28개 도시 배출량 데이터와 선박 자료는 받았지만 성 단위의 배출량 자료는 받지 못했다"며 "중국환경과학연구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영욱 부소장은 "중국은 수치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아 공산당에서 발표한 수치로 비교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국경이 가까운 나라들 사이의 외교 문제로 접근해 한국 자료의 한계성을 가지고 부정하고 있지만, 환경 문제로만 본다면 중국의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환경공학과 조석연 교수는 "중국의 영향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계인 백령도 외에도 많은 곳에서 관측을 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외곽 측정소가 8개나 있지만, 우리나라는 하나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측정치가 없는 모델링은 사상누각"이라며 "중국의 영향만을 연구할 수 있는 측정소를 설치하고 중국과 이야기해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석탄화력 발전 줄어도 초미세먼지는 늘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당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동안 미세먼지 30%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 미세먼지는 도리어 나빠졌다"며 "사람보다 이념이 먼저인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진정성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석탄발전량 증가를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발전량과 초미세먼지 통계를 종합하면, 석탄이 에너지원 중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과 같이 심각한 수준의 초미세먼지에는 국내보다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우선 최근 2년간 에너지원별 발전전력량 추이와 같은 기간 서울과 전국 초미세먼지(PM2.5) 월 단위 일평균 농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발전량과 초미세먼지 수치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 속보를 보면 지난해 1∼11월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 발전과 석탄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감소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27.5%에서 23.4%로,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43.1%에서 42.3%로 각각 줄어들었다. 

 

이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는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량의 증감과 상관없이 계절에 따라 높아졌다 낮아지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체로 겨울과 초봄에 농도가 올라갔다가 여름에 큰 폭으로 떨어졌고, 늦은 가을부터 서서히 상승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특히 2018년 가을(9∼11월) 원자력 발전량이 1만1074Gwh(기가와트시)에서 1만2158Gwh로 늘고 석탄화력 발전량이 2만181Gwh에서 1만8345Gwh로 줄었다. 반면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10㎍/㎥ 에서 28㎍/㎥로, 전국 단위에서는 12㎍/㎥에서 30㎍/㎥로 되레 가파르게 상승했다. 석탄 발전량이 늘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도 초미세먼지의 원인을 찾을 때 에너지원별 발전량보다는 외부 유입 영향과 계절에 따른 기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석연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국내 요인에서는 계절, 국외 요인에서는 중국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탈원전과 미세먼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석탄화력이 초미세먼지에 영향은 미치는 건 확실하지만, 그 영향이 치명적이진 않다"며 "석탄화력을 사용하면서도 낮은 미세먼지를 유지하는 나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차상민 센터장도 "시점상 아직 원전을 줄인 것도 아니고 석탄을 늘린 것도 아니다"며 "탈원전과 미세먼지가 현 시점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100% 원전이 석탄보다 획기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신재생에너지는 보급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함부로 원전을 줄이기 힘들어 과도기적 성격을 가진다"고 부연했다.


인공강우 실험도 계절요인 감안해야


지난 1월28일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에 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와 합동으로 사흘 전인 25일 서해 해상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유의미한 강수는 관측되지 않았다. 

 

▲ 지난달 25일 전북 군산 인근 120km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는 기상항공기가 구름 씨앗인 요오드화은을 살포하고 있다. [뉴시스]

 

이 실험은 구름 위에서 항공기로 비 씨앗을 뿌려서 구름을 발달하게 한 뒤에 비를 얼마나 내리게 할수 있는지, 또 이를 통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인공강우 실험은 예전에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미세먼지 저감을 염두에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수차례 실험이 이뤄졌는데 효과는 미미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경기도와 충청에서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 14차례 가운데 4차례만 성공했고 그나마 강수량은 1㎜에 그쳤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간당 5~10㎜의 비가 내려야 하는데 인공강우 기술의 한계를 확인한 셈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대기가 정체하는 경우가 많고 비구름 발달이 어려워 인공강우 효율이 더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이번 인공강우 실험이 문 대통령의 '상상력을 강조한 대책' 주문에 따른 이벤트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석연 교수는 "인공강우는 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를 촉진하는 것"이라며 "비가 오는 여름철에 이 방법을 활용해야 하는데 여름에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 인공강우 실험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을 무시하고 외국의 대책을 갖다쓰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영욱 부소장은 "과거부터 하기로 한 정책부터 실행과 점검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조건 상황이 안 좋다고 새로운 것만 찾으면 결국 아무 대안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안에 앞서 현 상황에서는 국가간 협조가 중요하다"며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협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고, 국제법적으로 분쟁을 겪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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