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정치 개입' 피해자인가 '희생자 코스프레'인가

남경식 기자 / 기사승인 : 2018-12-23 1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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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도전 끝에 KAIST 총장 자리 올라
연구실적보다는 권력욕·정치력 돋보여
인권 감수성 결여 발언 등 총장 재임 중 각종 구설수

 

▲ 신성철 KAIST 총장이 지난 4일 KAIST 본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시스]

 

KAIST가 ‘신성철 총장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신 총장 직무정지 요청이 발단이다. 신 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의혹을 정면 반박하며 저항 중이다. 과학기술계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이라며 신 총장 구명운동에 나섰다.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정부의 ‘적폐청산 무리수’인가, 신 총장의 ‘피해자 코스프레’인가.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KAIST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과기정통부가 제기하는 신 총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신 총장이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재임 시절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NBL)와 이면계약으로 국가연구비 22억원을 횡령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이 신 총장의 제자 임모씨에게 급여로 제공됐다는 것. 또한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2013년 다른 교수에게 임모씨의 채용을 지시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도 제기했다.


신 총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LNBL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임모씨의 채용 및 연구비 지급도 내부 규정을 따랐다는 것. 그러면서도 LNBL과의 계약변경사항을 한국연구재단에 보고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다만 그 책임은 총장이 아닌 실무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인사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KAIST 물리학과를 주축으로 840여 교수들은 지난 7일 “과기정통부의 무지와 오판, 경솔한 업무처리로 과학기술계 연구자들이 여지없이 매도됐다”고 지적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도 성명서를 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줄사퇴하는 모습은 개선돼야 할 적폐”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의 구명운동’이 보편적 흐름인지는 알 수 없다. 주축이 신 총장 친위세력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KAIST 물리학과는 신 총장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학과다. 성명에 참여한 KAIST 교수 중 물리학과를 제외하면 평교수의 비율은 낮다. 대다수가 보직교수, 명예교수다. 또 과실연은 신 총장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창립시킨 단체다.

‘친박’이라 축출? vs 타고난 ‘정치꾼’


신 총장은 정치권,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다. 2017년 2월 제16대 KAIST 총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신 총장이 ‘친박’ 라인이어서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신 총장은 KAIST 및 DGIST에서 친정체제 강화에 힘써온 전력이 있어, ‘정치 개입’이라는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신 총장의 ‘정치적 역공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문이며, 박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영남대 이사 자리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제3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직책도 맡았다. 박 전 대통령이 신 총장의 DGIST 초대 총장 취임식에도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신 총장은 당시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총리와도 경기고 동문 사이다. 최양희 제2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2014~2017년 7월)과도 KAIST 석사과정 동기다.


로버트 러플린 제12대 KAIST 총장(2004~2006년)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회고록에 따르면, 신 총장이 2004년 총장에 선임되지 못한 뒤 부총장이 되는 데도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 오명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은 러플린 전 총장에게 신 총장이 총장이 되지 못한 데 실망이 크니 부총장으로 임명하라고 강요에 가까운 조언을 했다.


당시 신 총장은 부총장임에도 조직장악능력을 발휘해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했다. 러플린 전 총장의 회고록에는 자신도 모르게 ‘러플린 혁신센터’가 설립되고, 방송 인터뷰 직전에 일정을 통보받아 통역사를 동행하지 못하는 등 학교 운영에서 배제된 사례가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관련 사례에는 신 총장의 이름이 늘 뒤따랐다.


신 총장은 러플린 전 총장에 대한 부정 여론 형성도 주도했다. 러플린 전 총장의 전담 통역사를 해고하려 하는가 하면, 총장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이메일을 학내 모든 구성원에게 보냈다. 측근 교수를 통해 “총장이 바뀐 뒤 학생들이 학교를 많이 떠나고 있다”는 보고서도 작성했다. 결국, 러플린 전 총장은 2년 만에 KAIST를 떠났다.


신 총장은 DGIST 총장 재임 시절(2011~2017년)에도 친정체제를 구축해 학교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겉으로는 공개채용 방식을 취했지만, 핵심보직에 자신의 측근인 KAIST 출신들을 대거 영입한 것.


신 총장은 2017년 취임 전 2004년, 2006년, 2010년, 2013년에도 KAIST 총장 자리에 도전했다. 심지어 2013년은 DGIST 초대 총장 임기 절반이 남았던 때였다. 이 때문에 총장이 되기 위해 교수가 된 것 같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KAIST 총장직을 발판 삼아 더 높은 자리를 노린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잠잠한 KAIST 학생들


KAIST 학생들의 여론은 잠잠한 편이다. 직무정지 요청이 정치권의 개입이라 한들 애초에 신 총장이 낙하산 인사였을 뿐 아니라, 신 총장이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발언으로 학내에서 종종 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신 총장은 지난해 11월 학내 강연에서 케냐와 에티오피아 대사와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검은 사람들을 만나 내 얼굴도 점점 검어지는 것 같지 않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의 영정사진을 띄우며 “행복은 재산에서 오나요? 인기에서 오나요? 인기에서 오다가 다 자살하잖아요”라고 말했다. KAIST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가 해명을 요구하자 신 총장은 “유감스럽고 미안하다”면서도 “기관의 발전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훼방하는 구성원의 인권은 보장할 수 없다”고 답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에 앞서 신 총장은 지난해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학생들은 계도의 대상”이라고 언급하고,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학평의원회의 학생 참여 관련 질의에 대해 “학생들이 권리는 주장하는데 책임은 별로 없다”고 발언해 학부 총학생회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남학생들이 좋아할 텐데, 이화여자대학에 가서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것을 추진할까 한다”는 말로 논란을 빚었다.

KAIST 이사회, ‘정권 나팔수’ vs ‘총장 비호 세력’


지난 14일 신 총장의 직무정지 유보 결정을 발표한 KAIST 이사회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일부 언론은 신 총장을 제외한 이사회 인원 9명 중 당연직인 과기정통부와 기재부, 교육부 등 정부 관계자 3명만 직무정지에 찬성했다며, ‘정부의 탄압’ 프레임의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과반수를 차지하는 선임직 이사들이 사실상 신 총장의 세력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KAIST 학부 총학생회 산하 열린총장선출 특임위원회는 지난해 3월 “총장이 이사를 추천하고 이사회는 형식적으로 이를 선임하는 관행이 지속되어 왔다”며 “그 결과 KAIST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가 총장에게 종속돼 합리적 견제 기능과 거버넌스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선임직 이사 중 3명은 신 총장 취임 이후 선임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해명자료를 통해 “신 총장에 대해 검찰고발 이전인 11월 23일 1차 면담 조사, 직무정지 요구 이전인 11월 29일 2차 면담 조사를 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고발조치 및 직무정지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발조치 및 직무정지 요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AIST 이사회는 신 총장의 직무정지 결정을 다음 이사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차기 이사회는 검찰수사 이후 열릴 전망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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