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첫 산문집 '우나기선생'

이성봉 / 기사승인 : 2018-10-11 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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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그랑프리 두차례 수상 감독
독하고 따뜻한 관찰자의 인류학 입문

'우나기 선생'(마음산책 펴냄, 1만6500원)은 영화감독 이마무라 쇼헤이(1926~2006)의 국내 첫 산문집이다.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41편의 산문과 이 책을 위해 진행된 인터뷰 전편, 그의 모든 영화를 다룬 상세한 필모그래피(자신이 연출한 영화 작품리스트), 그리고 현장 대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마무라 쇼헤이는 1983년 '나라야마부시코'와 1997년 '우나기'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두 번 수상한 영화감독이다. [마음산책 제공]


1997년 '우나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 전에도 이마무라는 1983년 일본판 고려장 이야기인 '나라야마부시코'로 같은 상을 받았다. 이미 세계적 거장의 위치에 올라 있었으며,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일본 감독이라는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받아들여진 건 겨우 1998년 10월, 제1차 일본대중문화개방 조치가 시행되면서부터다. 그 결과 국내에 소개된 일본 극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가게무샤',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 박철수의 '가족 시네마', 그리고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 네 편에 지나지 않았다.

이마무라는 인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표현한다. 자신이 후기를 대신한 글에서 한 말처럼 "인간이 재미있다"라고 한 마디로 압축했다. 억척스럽게 꾸미기보다 그저 겪은 일들을 사실 위주로 과잉된 감정 없이 편안하게 풀어놓는다. 심지어 영화에 쓰이는 음악에 대해서도 "감정을 조장하는 음악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마무라는 대학 시절부터 문학도답지 않게 신주쿠 암시장 등을 돌며 뒷골목 문화를 익히고 비주류인 사람들 속에서 갖은 고생을 한다.

그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건달, 창부, 재일조선인, 그 밖에 외면당한 사람들에게 자주 눈길을 쏟았고, 대중의 기호에 아랑곳하지 않는 길을 걸었다.

일본 주류 영화계의 스튜디오 시스템에 안주하며 예술적 성취를 이루거나 돈 되는 영화를 만들겠단 일념을 간직하기보다는, 집을 저당잡히고 주변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이 해야 할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그만의 주제와 영화 기법을 지켜 '복수는 나의 것' 등 지금껏 영감을 주고 인용되는 걸작을 남겼다. 이 영화는 "범죄의 모든 것을 그려 현대인의 존재의 뿌리를 파악하고 싶다"라는 기획의도를 바탕으로 희대의 강도 살인귀를 모델로 했다.

책은 영화 바깥의 이마무라도 섬세하게 보여준다. 태평양전쟁 전후의 개인사며 추억,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쑥대밭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에 대한 관찰과 자신의 별별 생활법 등 따뜻하고 쾌활한 예술가의 일화들이다.

대학 시절 문학을 끼고 살았고 사실을 채집하는 데 능한 감독답게 이마무라의 글은 문학과 다큐멘터리의 중간에 있어, 자신의 일들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전한다. 탁한 삶을 그리면서도 인간적 정서를 놓지 않았던 그의 영화들처럼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삶에 열심이었던 현실의 이마무라를 만날 수 있는 첫 책이다.

이마무라는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두 영화와 '복수는 나의 것'으로 이름을 크게 떨쳤지만, 그의 극영화들이 되도록 감정을 자제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다큐멘터리, 즉 관찰과 기록에 무척 능한 감독이었다. 이 책에도 작품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과 기록이 빼곡히 적혀있다. 

 

▲ <우나기 선생>(번역 박창학) 책표지


'돼지와 군함', '일본 곤충기', '인류학 입문', '인간증발' 같은 1960년대의 작품들은 다큐멘터리이거나 혹은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조사가 뒷받침된 영화이고, 그 뒤에는 1979년 '복수는 나의 것'을 내기 전까지 11년 간 자의반 타의반으로 극영화를 쉬면서 아예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추천사에서 "2006년 칸영화제에서 '괴물'이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  '이것은 마치 이마무라 쇼헤이가 만든 괴수 영화 같다'는 일본 영화 제작자의 코멘트가 생각이 난다. 매우 가슴 설레고 영광스러운 코멘트였다. '살인의 추억'을 준비할 때도 그의 역작 중 하나인 '복수는 나의 것', 실제 일본 연쇄살인마의 흔적을 그린 이 괴력의 작품에서 큰 영감과 자극을 받았다"라고 밝히며 "한 번이라도 그의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꼭 넘겨볼 만하다"고 거장의 작품세계를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을 반겼다.

 

마음산책(대표 정은숙)은 영화를 이야기 하는 책들이란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영화 감독을 조명하는 책들을 출판하고 있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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