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포퓰리즘' 정부 내홍…오성운동·동맹 연정 깨지나

김문수 / 기사승인 : 2019-03-08 13: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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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반체제 정당 9개월 정책 놓고 갈등 이어져
'동맹' 이끄는 살비니 인기에 '오성운동' 반발도
전문가들 "이해 관계로 쉽게 갈라설 수 없을 것"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 정부를 이끄는 양당 연합은 위태롭지 않다"며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불화설을 해명했다.

워싱턴포스(WP)는 "이날 콘테 총리의 발언은 오히려 연정의 내홍에 확신을 줬다"면서 포퓰리즘 연정의 당사자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불화설을 보도했다.

 

지난 9개월 동안 이탈리아의 두 여당은 유럽 이주민 문제부터 예산 책정, 프랑스까지 잇는 고속철도(TAV) 건설까지 곳곳에서 충돌했다.   

 

▲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7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탈리아 정부를 이끄는 양당 연합은 위태롭지 않다"고 말했다. 고속철도(TAV) 건설 문제를 둘러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 사이의 불화설을 일축한 것이다. [AP 뉴시스]


이에 따라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이들의 연정이 올해 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WP는 그러나 이들 두 정당이 꾸준한 정치적 충돌에도 쉽게 헤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정치판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반체제 정신이다.

 

게다가 기존 정당에서 벗어난 유권자들의 큰 지지도 받고 있다. 현 정부의 지지도는 50%가 넘는다. 다음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들이 갈라선 가능성은 낮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루이스 귀도 카를리 대학의 로베르토 달리몬트 정치학 교수는 "이는 사랑으로 맺은 결혼이 아니었다"며 "어떤 결혼은 편리를 위해서도 이뤄진다. 가끔은 이런 결혼 생활이 더 오래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소속된 동맹의 인기가 치솟으며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동맹은 지난 총선 당시 작고 힘이 없는 소수 정당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달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지지율은 36%에 달한다. 오성운동의 지지율(21%)을 넘어선 것이다. 작년 몇몇 도시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동맹은 오성운동을 누르고 지역의회로 진입했다.

이에 일부 오성운동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살비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 오성운동이 그늘에 가렸다는 주장이다.

 

WP는 살비니의 직책은 '부총리'나 국민에게 '실질적 지도자(de facto leader)'로 인식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족주의, 반(反) 유럽주의 등 표면적으로 공유하는 부분도 분명하나 이들 두 당은 포퓰리즘에 대해 상당히 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 오성운동은 빈곤한 남부 지역을, 동맹은 북부 산업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

 

이탈리아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접근법이 다르다. 동맹은 세금의 감면을, 오성운동은 복지 확대를 주장한다. 함께 추진하기 힘든 정책이다.

이들의 갈등은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탈리아에 배정된 의석 수는 76개다. 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의석이 배분되는 비례대표식 투표 절차를 취하고 있어 정당 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동맹이 오성운동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경우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에 대한 저항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경우 살비니가 조기총선을 통해 총리까지 거머쥘 수도 있다.

 

▲ 지난 2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의회에서 마테오 살비니(오른쪽) 부총리와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가 손을 마주치고 있다. 그러나 이달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지지율은 36%에 달한다. 오성운동의 지지율(21%)을 넘어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오성운동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AP 뉴시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했을 때 최근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TAV 갈등은 당의 권력 우위를 가르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오성운동 소속의 다닐로 토리넬리 교통부 장관은 TAV 완공 시 70∼80억 유로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동맹은 TAV가 이탈리아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이미 추진된 사업을 중단할 경우 발생할 손해 등을 지적하며 건설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맹의 주장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북부 산업 지역의 유권자들에 큰 호응을 사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마시모 프랑코 칼럼리스트는 "디 마이오와 살비니는 둘 중 한 명에게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결정에 직면했을 때 비판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을 내세운다. 바로 콘테 총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TAV를 둘러싼 연정의 대립을 두고 콘테 총리는 "시간을 좀 더 갖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계속 논의할 것이다"고 답할 뿐 더 이상의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도 WP는 이들의 결합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며 최근 오성운동은 당원 투표를 통해 난민 불법 감금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될 위기에 처했던 살비니의 면책 특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고 전했다. 

 

UPI뉴스 / 김문수 기자 moonsu4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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