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 전성시대…정해인·박보검에서 이종석까지

홍종선 / 기사승인 : 2019-03-08 11: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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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정해인-박보검-이종석 연하남의 변천사
이종석, 연상·이혼에 호들갑 떨지 않는 차은호 맡아
이나영-이종석, 일상에 녹아든 연상녀 연하남 연기

안방극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연하남 전성시대. 화제의 로맨틱 드라마 속엔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간질이는 연하남이 있고, 이들은 연상녀연하남 로맨스를 통해 새로운 관계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멀리 가면 5년 전 엄정화와 짝을 이룬 박서준의 '마녀의 연애'가 시작. 박서준은 진심을 다한 연하남 연기로 전국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기 배우로서의 발판을 다졌고 이후 안방극장과 스크린('청년경찰')을 오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어느덧 안방극장의 단골손님이 된 연상녀 연하남 주인공 커플. 지난 1년 새 정해인으로 시작해 박보검, 이종석이 이뤄낸 드라마 속 '연상연하 붐'을 돌아보았다. 

 

▲ 특유의 해맑음으로 손예진과 연상녀 연하남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린 정해인 [Jtbc 제공]


연하남 전성시대의 불을 본격적으로 지핀 건 지난해 3~5월 방송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이었다.

그냥 아는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던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현실 연애의 장벽과 고민을 그린 드라마 속에서 정해인은 남자주인공 서준희 역을 맡아 윤진아 역의 손예진과 찰진 연기호흡을 선보였다.

 

▲ 해사한 미소를 지닌 배우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과 해맑은 미소의 정해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시청자들은 연상연하 커플에 무심했다.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에도 "나이 차이가 너무 난다" "과연 케미가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말간 얼굴과 해사한 미소를 가진 이 연하남은 극중 윤진아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마음까지 흔들더니, 그 이면에 깃든 제법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으로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편견을 깼다. 때로는 풋풋하게, 때로는 든든하게, 동생처럼, 오빠처럼 윤진아와 시청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한 서준희, 그리고 그를 연기한 정해인은 순식간에 '국민 남친'으로 불리며 인기를 누렸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정해인의 인기는 고스란히 시청률로 드러났다. 첫 방송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 최종회는 6.8%로 막을 내렸다. 거기다 정해인은 연하남의 대표 격으로 급부상, 개그우먼 이영자와 박나래, 배우 한다감, 걸그룹 EXID 혜린 등에게 '누나들의 이상형'으로 손꼽히며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송혜교와 박보검 [방송화면 캡처] 

 

연하남 인기의 배턴을 넘겨받은 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박보검이었다. 제목만 봐도 누나가 아니라 남동생이 메인으로 부상했다.

정치인의 딸로서 단 한순간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전 재벌가 며느리와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고 소중하게 살아가는 순수 청년의 로맨스는 신선함을 안겼다. 박신양과 김정은의 드라마 '파리의 연인'처럼, 흔하고 익숙했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회적 지위 관계가 완전히 역전됐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꾸려가는 문학청년 김진혁을 연기한 박보검은 많은 누나가 꿈꾸는 '연하남의 면모'를 갖춘 팬터지적 인물이었다. 착하고 순수하며 풋풋하고 싱그러운 매력을 가진 진혁이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 알며 줄곧 직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현대 도시에서 재생된 진혁의 동화적 매력에 빠져들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남자친구'는 진혁을 통해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지위가 낮아도 사랑으로 충분히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팬터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마음을 몰캉몰캉하게 했다. 

 

▲ 드라마 '남자친구'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순수 청년 박보검 [뉴시스]


첫 방송 시청률 8.7%로 시작해 단단한 팬층을 형성한 '남자친구'는 연상연하 커플의 불씨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청자에게 남녀 관계 역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는가 하면 이혼녀와 미혼남의 사랑을 통해 보다 폭넓게 로맨스 드라마의 공감 폭을 확장시켰다.

박보검은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후기를 살펴보니 육아에 지친 분들이 아이를 재우고 드라마를 본다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우리 드라마를 따듯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분들이 많다는 말 같아서 기분 좋았다"며, 유난히 중장년 시청자의 뜨거운 지지와 사랑을 받은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포스터 [tvN 제공]


연하남 전성시대를 정점으로 치닫게 한 건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이종석이다. 지난 1월 방송을 시작해 매회 시청자 호평을 얻고 있는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중요 고비마다 도움을 주고받아 온 누나와 동생이 오랜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중 이종석은 문단의 아이돌로 불릴 만큼 잘생긴 외모의 인기 작가이자 도서출판 겨루의 편집장인 차은호 역을 맡았다. '쿨 내음' 폭발하는 남자지만 유일하게 '아는 누나' 강단이(이나영 분) 앞에서는 결코 '쿨 할' 수 없는 캐릭터로 시청자를 웃기고 울리고, 애틋하고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작보고회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종석과 이나영 [뉴시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부터 '남자친구'까지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했던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이르러서는 어느덧 우리 일상에 스며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연상녀 연하남 자체를 문제 삼지도 않고 이혼녀 미혼남의 결합을 사건화하지도 않는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오히려 이들의 로맨스도 별로 특이할 게 없다는 듯 시청자에게 툭 다가가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던진다. 특별히 연상연하, 이혼녀 미혼남의 요소에 주목하지 않는 이 무심한 태도는 도리어 시청자가 편안하게 두 사람의 변화되는 마음과 달달한 연애에 집중하게 만든다. 물론 그러기 위해 오갈 데 없는 강단이는 차은호의 집에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 극 초반 목소리로 등장했던, 동남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강단이의 딸은 언급되지 않는다.

 

▲ 각자의 인생, 함께하는 사랑, 평등한 두 사람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물 흐르듯 강단이의 삶 속으로 밀고 들어가는 차은호이고, 이를 민망하고 겸연쩍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는 이종석이다. 나이가 많고 적은 것, 지위가 높고 낮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차은호 같은 남자 어디 없나요?"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며 우리가 바라는 남자친구의 롤모델을 자처한다는 게 중요 포인트다.

모든 걸 다 가진 남자가 한 여자에게 모든 걸 바친다는 큰 줄기는 과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 가든'과 똑같은데, 차은호의 사랑이 현 시대에도 유의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평등한 관계성에 있다. 차은호는 강단이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높고 모든 걸 다해 주는 남자지만 위에서 아래로 베푸는 형이 아니다. 차은호와 강단이는 연상연하를 떠나 상대에 대한 기본적 존중을 지니고 있고, 강단이만 일방적으로 시혜를 받는 게 아니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강단이로 인해 차가웠던 차은호의 마음도 해빙을 맞고 있다. 함께 행복해지고 있다.

때문에 여자가 나이가 많은 설정은 불리한 요소로 비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와 균형을 맞추는 장치로 기능한다. 연상녀라는 게 문제가 되고 사건이 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성공한 팬의 진심 연기, 이종석의 인생 연기 [뉴시스]

당연하지만 아직은 낯선 강단이와 차은호의 평등 관계를 우리에게 설득시키는 데 있어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준비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새로 시작하는 자신의 인생을 또박또박 걸어나가는 강단이의 강단, 그리고 그것을 담담하면서도 힘 있게 연기할 줄 아는 이나영이다. 다른 하나는 다 가지고도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강단이에게 목매고 다 해 주면서도 생색내지 않는 차은호, 그리고 그것을 팬터지가 아니라 현실감 있게 연기하는 이종석이다.

데뷔 당시부터 이상형으로 이나영을 꼽으며 남다른 팬심을 드러냈던 이종석은 진심 어린 연기로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빛내며 환상적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있다. "성공한 팬이다. 항상 감사하게 찍고 있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 신, 매 컷마다 열과 성을 다한 연기로 드라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종석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이렇게 잘생겼구나 새삼 알아가는 요즘이다.

정해인으로 시작해 박보검이 배턴을 넘겨받고 이종석이 정점을 찍고 있는 연하남 로맨스. 과연 이후에도 안방극장에 하나의 로맨스 문법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 세대 불문 시청자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종석의 활약이 더욱 박수를 받는다면 가능할지도. 

 

U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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