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友)터뷰] 모델과 솜사탕의 시너지, '스위트가이즈' 이세희씨 이야기

강혜영 / 기사승인 : 2019-05-10 15: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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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즉 친구를 소개할 때에는 거창한 수식어도, 화려한 직함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벗터뷰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사회가 정한 틀을 벗어나 '스스로 정의한 나'로 답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입니다"



"한마디로 '캔디아티스트'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세희(28) 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그가 직접 지은 직업명이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캔디아티스트는 '솜사탕의 모양을 디지인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세희 씨는 모델로서도 국내외를 넘나들며 만만찮은 경력을 쌓아왔다.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쇼에서 런웨이를 걸었고, 세계 유명 잡지 이태리 보그 촬영도 했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이면도 있었다. 친구의 반지하 방에 얹혀살 정도로 생계가 곤란했다. 꿈을 잠시 미뤄둔 그가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는 대신 솜사탕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시골 '패션리더', 상경하다


세희 씨는 공기 좋고 신선한 유기농 먹거리가 있는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릴 적부터 패션 감각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학창시절, 상주에서 학생 가운데 최초로 스키니진을 입었다. 더러 민망한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시도했고, 소화해냈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목표는 상경이었다. 교실과 기숙사를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그에게 서울은 '로망'이었다. 무조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세희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2011년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 모델 겸 캔디아티스트 이세희 씨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라영 기자]


모델학과 OT, 대학 자퇴, 그리고 패션위크 데뷔


서울로 올라온 세희 씨가 모델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다. 모델학과에 입학한 고등학교 동창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따라간 세희 씨는 예비 신입생들끼리 패션쇼를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세희 씨는 "내세울 옷이 없어 고민하다 그냥 웃옷을 벗어버렸다"고 했다. 뜻밖의 호평이 쏟아졌다. 자신감을 얻은 세희 씨는 그때부터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대학 졸업장을 포기했다. 세희 씨는 "지금의 2030세대를 흔히 N포세대라고 부른다. 나는 대학 졸업과 스펙 쌓는 것을 포기했다"며 "대신 하고 싶은 일들을 시작했다. 한번 마음 먹으면 고민하기보다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5년 3월, 그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했다.

꿈의 무대 밟았지만, 현실은 지하방 신세


세희 씨는 패션의 고장, 이탈리아 밀라노 무대에도 섰다. 회사 대표가 미팅 때 그를 보더니, 눈빛이 좋다고 했다. 운좋게 밀라노에 가서 런웨이에 서고 보그 잡지 모델로 촬영도 했다. 

런웨이가 빛이라면 생활은 그늘이었다. 귀국 후 모델 생활에 대해 세희 씨는 "쇼가 끝나고 나서 진정한 쇼가 시작되는 듯했다"고 말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쇼를 마치면 친구의 반지하 작업실로 향했다. 화장실이 고장 나서 페트병에 소변을 담아 처리해야 했다. 씻는 건 일주일에 한번, 목욕탕에 가서나 가능했다. 생수 값을 아끼려 인근 주민센터에서 물을 마시기도 했다. 


▲ 이세희 씨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스위트가이즈' 팝업스토어에서 솜사탕을 만들고 있다. [권라영 기자]


돌파구가 돼 준 건 다름 아닌 '솜사탕'


모델 일 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세희 씨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솜사탕 회사에 들어갔다. 모델 일을 병행하며 6개월가량 근무했다. 말레이시아에 관리직으로 파견돼 3개월간 현지 인력 20여명을 교육하는 일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솜사탕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기업의 브랜드를 담은 솜사탕 등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제작해 기업 행사에서 홍보를 돕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그는 "보통 솜사탕 판매는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성인도 좋아하지만, 돈 주고 사먹는 것은 부담스러워 한다. 그런데 예쁜 솜사탕을 무료로 준다면 사람이 몰릴 것이고, 자발적으로 사진을 SNS에 올려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세희 씨는 "행사를 하면 마케팅 담당자나 대행사 관계자들이 고객 반응이 너무 좋고 매출도 높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가 만든 솜사탕은 유명 드라마와 CF에 등장했다. 그를 찾는 기업들도 덩달아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델과 융합해 자신만의 스토리 만들어


솜사탕 사업 성공을 이끈 것은 모델 경험이었다. 세희 씨는 "모델과 솜사탕과 접목하면 어떨까 싶었다"면서 "평범한 나레이터 모델보다는 신선한 솜사탕 모델로 브랜드의 색깔을 다양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세운 솜사탕 회사 '스위트 가이즈(SweetGuys)'는 모든 직원이 모델이다. 소품들도 모델들의 분위기에 맞췄다. 그가 3주간 DDP에서 연 팝업스토어 매대는 다른 솜사탕 매장과는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아이들을 물론, 어른들과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모델과 솜사탕,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의외의 조화를 이뤄냈다. 세희 씨는 "모델과 솜사탕을 섞어서 시너지가 나오는 듯하다. 뭐든지 어떤 스토리로 색을 입히느냐가 중요하다. 모델과 솜사탕은 전혀 관련 없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편견을 깼다"고 말했다.


▲ 이세희 씨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솜사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라영 기자]


앞으로의 꿈은 예술인 지원 에이전시 설립


세희 씨는 현재의 삶에 머무르기보다 더 큰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는 "다른 모델들도 경제적 문제 등 내가 겪었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솜사탕 사업으로 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다져주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도 다졌다. 세희 씨는 "솜사탕은 여름에 쉽게 녹아 장사를 할 수 없다. 스위트 가이즈 카페를 개업해 사무실 겸 베이스캠프로도 활용해 모델 겸 캔디아티스트로 이루어진 종합 에이전시로 거듭나는 꿈을 갖고 있다"면서 모델을 넘어 배우, 뮤지컬 등 어려운 예술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내가 정의한 나? 시너지의 상징, '소맥'


세희 씨는 자신을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맥주는 밋밋하고, 소주는 너무 강하다. 그러나 둘을 섞으면 목 넘김이 부드럽다"면서 "내가 딱 그렇다. 서로 다른 것이 조합해 더 큰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세희 씨는 "거친 외모에 비해 성격은 섬세하고 겁이 많다. 이런 부조화가 오히려 반전 매력"이라고 했다. 직업도 마찬가지. 모델과 솜사탕이 만나 세희 씨의 돌파구이자 원동력이 됐고, 더 나아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시너지도 만들어냈다.


UPI뉴스 / 글 강혜영·영상 권라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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