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이재용, 집행유예냐 재구속이냐

류순열 / 기사승인 : 2019-08-29 16:59:24
  • -
  • +
  • 인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뇌물액 36억 → 87억원으로 다시 증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앞날에 다시 먹구름이 꼈다.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29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2심(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된 터였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9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그의 뇌물공여액이 50억 원 이상으로 다시 늘면서 재구속 가능성이 커졌다. [UPI뉴스 자료사진]

 

재구속 위기 맞은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박근혜·최순실에게 바친 뇌물공여액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인정한 뇌물공여액은 89억 여원인데 2심 재판부는 이를 36억여 원으로 확 줄인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주기 위해 뇌물액을 줄인, 노골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이란 비판이 나온 이유다.

뇌물로 건너간 돈들은 이 부회장의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삿돈이다. 삼성 내부에선 횡령에 해당한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액수가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은 '3년 이하의 징역'이다. 그러니 횡령을 통해 건네진 뇌물액이 50억 원을 넘어가면 집행유예를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말 사용료) 36억3484만 원만 뇌물죄로 인정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정유라를 위한 말 세 마리 구입대금 34억1797만 원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 원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다시 87억 가량으로 늘게 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제공한 말이 뇌물이 아니라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인했다. 이 부회장의 영재센터 후원금을 제3자 뇌물수수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항소심) 판단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집행유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집행유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고등법원 고위 관계자 A는 "가장 형량이 센 것은 말 구입 자금 해외 밀반출(재산국외도피죄)인데, 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2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서 "삼성 입장에선 한 가닥 숨통을 남겨놓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이어서 작량감경(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줄여주는 것)을 한다고 해도 집행유예 조건(3년 이하 징역)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징역 5년형의 경우라면 재판부가 작량감경해 2년6개월로 절반까지 줄일 수 있으니 집행유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량감경 가능성에 대해 법조계 고위 인사 B는 "이미 징역 1년을 살았고, 횡령 액수를 다 변제했기 때문에 작량감경 사유가 충분히 된다"고 말했다.


파기환송심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A는 "대법원 판결로 유무죄는 정해졌고 형량만 남은 것"이라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과거의 잘못 되풀이 않겠다"


삼성은 이날 대법원 판결과 관련,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렇게 사과한 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핫이슈

2021. 3. 7. 0시 기준
92471
1634
83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