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의 유별난 '국회 행차'

김당 / 기사승인 : 2019-09-20 17: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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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포대교가 '개XX 다리'가 된 까닭
조국 장관, 사흘간 국회의장과 박지원 등 12명 예방
교수 출신 김연철, 사흘간 6명…유은혜는 3명 예방
청문보고서 채택된 홍남기는 하루에 일사천리 9명 예방

"청문회만 없으면 장관 할 만하다."


정치권에서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의 하나다. 물론 장관이 되기 전의 얘기다. 청문회를 통과해 몇 달 장관 직무를 수행하다 보면 우스갯소리가 이렇게 바뀐다. 


"국회만 안 가면 장관 할 만하다."

▲ 조국 법무부장관(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이해찬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9월 정기국회의 대정부질의와 예산심의 그리고 국정감사는 1년에 한 번뿐인 '국회의 시간'이다. 이때가 되면 행정부 장·차관과 고위 공직자들은 부지런히 국회를 오가야 한다. 부처별로 대정부질의에 답변하고, 예산의 필요·긴급성에 대해 설명하고, 감사 지적사항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거리는 8km 정도다. 승용차로 20분 가량의 짧은 거리이지만 장관들에게 국회는 불편한 곳이다.


지금은 세종청사와 대전청사 등으로 정부청사가 분산되었지만, 주요 부처가 정부서울청사에 모여있던 시절부터 장관들이 국회를 오가는 길목의 마포대교는 장관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개XX 다리'로 통했다. 국회에서 의원들한테 말로 멱살을 잡힌 장관들이 정부청사로 복귀하는 관용차가 마포대교를 지날 때쯤이면 어김없이 "OOO 의원 개XX" 또는 "개XX들"이란 욕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란다.

신임 장관이 취임하면 각 정당 지도부를 예방해 상견례를 치르는 게 관례다. 국회 인사청문회 기간 쌓인 앙금을 풀고, 입법과 예산 분야 협의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임 조국 법무장관의 '국회 행차'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유별나다.


[표] 조국 장관 임명 이후 국회 예방 현황

 방문 일자

 예방 인물

 소속 정당

 단체(의석수)

 9월 17일

 이해찬 대표

 민주당

 교섭(128석)

 이인영 원내대표

 민주당

 교섭(128석)

 문희상 국회의장

 국회

 무소속

 심상정 대표

 정의당

 비교섭(6석)

 9월 18일

 유성엽 대표

 대안정치연대

 비교섭(10석)

 윤소하 원내대표

 정의당

 비교섭(6석)

 주승용 부의장

 바른미래당

 교섭(28석)

 유인태 사무총장

 국회

 무소속

 채이배 의원

 바른미래당

 법사위원

 9월 19일

 정동영 대표

 평화당

 비교섭(4석)

 조배숙 원내대표

 평화당

 비교섭(4석)

 박지원 의원

 대안정치연대

 법사위원


국회의장과 각당 대표 및 원내대표 일정을 담은 '국회 주요정치일정'(임명후 한 달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국 장관은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국회의장부터 야당 법사위원까지 12명을 '릴레이 예방'([표] 참조)했다. 반면에 조국 장관이 신임 인사차 국회를 찾은 기간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을 하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연출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장관은 조국 장관을 포함해 9명이다. 이 가운데서 조 장관처럼 빈번히 국회를 찾은 국무위원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국무위원 서열이 더 높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일 현재 신임 인사를 위해 국회를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청문회에서 '조국 기사가 최순실 기사의 10배'라는 엉뚱한 주장을 해 논란이 되었지만, 조국 기사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처럼 신임 장관 7명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적 의전 행보가 독보적으로 많은 탓도 있다. 9일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전례없이 TV로 생중계하도록 한 것도 청와대였다. 그렇게 한 배경도 조국 장관 때문이었다.


▲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조 장관처럼 일개 장관이 국회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국회 사무총장까지 예방한 경우도 이례적이다. 조 장관은 '국회 행차' 첫날 문희상 의장을 예방한 데 이어, 그다음날 주승용 부의장(바른미래당)과 유인태 사무총장을 예방했다. 5선인 이주영 부의장(한국당)은 이날 조 장관 임명에 항의해 삭발을 했다.


조 장관의 국회 행차에는 '무례하다'는 뒷말도 나왔다. 당초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문 의장을 예방하려 했다가 오후 2시50분으로 변경했다. 그러다가 일정 변경을 이유로 오전 11시40분에 예방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장 예방 시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무례한 실세 장관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흔히 장관이 되면 업무파악 하는 데만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더욱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업무파악에 비상이 걸린 신임 장관들이 한가하게 국회를 오갈 여유가 없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래서인지 '검찰 수사 대상이 구명운동 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조국 장관의 '국회 행차'는 다른 장관들의 선례에 비추어도 유별나다. 


우선 조 장관처럼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장관 중에서 같은 교수 출신인 김연철 통일부장관(4월 8일 임명)은 사흘간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등 6명을 예방했다. 


김 장관도 조 장관처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부터 '인사 사절'을 겪었다. 두 당이 김 장관의 임명을 결사반대 했음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항의 표시였다.


김 장관은 취임 이튿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고, 둘째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난 데 이어, 셋째날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것으로 국회 통과의례를 마쳐야 했다.

정치인 출신이어서 국회 친화적인 유은혜 교육부총리(2018년 10월 2일 임명)도 고작(?) 정동영 평화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10월 8일), 그리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10월 16일) 3인을 만나는 것으로 그쳤다. 


정치인 출신임에도 야당 대표들을 만나지 못한 것은 국회 국정감사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긴 하다. 취임 보름만에 이뤄진 홍영표 원내대표와의 상견례도 신임 인사 예방이라기보다는 당시 현안인 박용진 의원(민주당)이 발의한 '유치원 3법' 입법 당정협의 성격을 띠었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국회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추경안과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의 처리를 부탁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국무위원의 국회 예방은 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2018년 12월 10일 임명)는 취임 사흘째에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이해찬 대표-홍영표 원내대표와 수월하게 상견례를 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취임 닷새째인 12월 13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부터 정동영 대표-장병완 원내대표(선거제도 개혁 천막당사), 이정미 대표(국회 로텐더홀 농성장),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나경원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홍영표 원내대표, 심지어 연동형비례대표 선거법 단식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까지 일사천리로 '한 쾌'에 다 만났다. 기록상으로 홍 부총리가 신임 인사차 예방한 국회 지도부와 여야 대표는 9명이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장관과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은 이처럼 달랐다. 또한 부처 장관이 입법 및 업무 협조를 위해 국회를 자주 찾는 것은 비판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 장관의 경우는 업무현황 파악과 국정감사에 대비해 비상이 걸린 다른 장관들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또한 정당 대표 예방에 그치지 않고 청문회에서 자신을 감싸준 개별 의원(무소속 박지원)까지 예방한 것은 보은 인사 또는 구명 인사라는 지적과 함께, 검찰 수사 진행 속도에 따라선 '인사만 하다가 끝날 판'이란 쓴소리도 나온다.

 

UPI뉴스 / 김당 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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