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연설문 전수분석]②연설 주제 절반이 외교·안보…'촛불'도 중점

뉴시스 / 기사승인 : 2019-09-22 15: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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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창사 18주년 특집 빅데이터 조사
'비핵화' '남북미 회담' 등 9가지 세부 주제
키워드 분석보다 외교안보 집중 더 뚜렷해
두 번째로 큰 비중은 정치 관련 이슈 언급

취임 후 줄곧 문 대통령의 시선을 붙잡은 분야는 단연 외교안보였다. 연설문 주제의 절반 가량이 외교안보 영역에 해당했다. 주제 문장 중심의 연설문 분석에서는 키워드 중심의 단어 분석과 비교해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했던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 [뉴시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3개월 간 이뤄진 총 947회의 연설(발언)에서 총 3만4773개의 문장을 언급했다. 이중 외교안보 분야에 해당하는 문장은 1만6175개로 전체의 46.5%를 차지했다. 정치(9435개·27.1%), 경제(6662개·19.2%), 사회문화(2501개·7.2%)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연설문을 토픽 모델링 방식에 따라 문장과 단어를 추출한 뒤, 개연성이 강한 문장과 단어를 묶는 방식으로 22개의 소주제를 도출했다. 이를 다시 ▲정치 ▲경제 ▲외교안보 ▲사회문화 4개의 대주제로 재분류 하는 과정을 거쳤다.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맥락이 다른 문장에서 사용되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독립된 개별 단어의 빈도 수 분석으로는 맥락을 정확히 유추하기 어렵다. 가령 '합의(合意)'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같더라도, 국회 상황을 설명할 때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을 언급할 때는 전혀 다른 주제(정치/외교안보)로 분류된다.

◇핵·미사일 위협 속 대화 견인…한반도 평화정책이 메시지 중심에

취임 첫 해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2017년 11월)한 것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의 안보환경이 새롭게 조성된 것이 외교안보 이슈에 집중할 수 밖에 없던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도발 시계를 멈추고 비핵화 대화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평화 정책에 할애해야 했다.

취임 직후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한반도 운전자론'을 천명했고, 이듬해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이른바 '평창 구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는 곧 남북 정상회담(3회)과 북미 정상회담(2회)의 연쇄 흐름으로 이어졌다.

한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 실현을 위해 긴밀한 공조체제가 필요했고,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됐다. 한반도 주변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중심 외교에서 벗어난 외교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신(新) 남방정책'을 제시했다.

이러한 흐름들은 문 대통령 연설문 속 외교안보 분야가 차지한 문장의 비중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외교안보 분야는 9가지 세부 주제로 압축된다. ▲한반도 비핵화(6.7%·2344개) ▲남북미 정상회담(5.6%·1947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5.3%·1846개) ▲한미동맹 및 대북정책(5.1%·1770개) ▲신남방정책 추진(5.0%·1750개) ▲국방개혁(4.3%·1479개) ▲동북아·유라시아 협력(4.1%·1416개) ▲아세안 확대를 통한 외교 다변화(3.9%·1344개) ▲아세안 교역 확대(3%·1027개) 등이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고민의 흔적을 계량화 된 수치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교안보를 주제로 다룬 연설문장 22.7%(7907개)가 근본적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한반도 평화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철도와 가스 연결을 바탕에 둔 동북아·유라시아 협력도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 주제와 관련이 깊다. 이를 포함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 비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게 된다.

세 번째로 많이 언급 됐던 평창동계올림픽(5.3%·1846개)의 경우 홍보 측면 외에, 북한과 본격 대화 국면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는 안보적 관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언급이 집중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평화 관련 문장을 제외한 단일 성격의 문장 가운데에서는 아세안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외교안보 주제의 11.9%(4125개 문장)가 아세안 관련된 내용이었다. 아세안 국가와의 외교관계를 4강국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주로 대(對) 아세안 외교 강화라는 큰 주제 아래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외연 확장 전략인 신 남방정책의 비전을 설명하고 교역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세안과 신 남방정책 관련 연설에서는 ▲동반자 ▲번영 ▲전략 ▲교류 ▲문화 ▲교역 ▲방문 ▲수교 ▲한류 ▲수출 ▲투자 등의 키워드들이 주로 함께 언급됐다.

이는 한류(韓流)로 형성된 문화적 호감을 바탕으로 인적·물적 교류를 넓히고, 교역 확대를 통한 경제협력, 나아가 군사·안보협력 관계까지 미래 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자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이 취임 2년 3개월 안에 신 남방국가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것은 아세안 시장 공략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임 첫해 인도네시아·필리핀 방문을 시작으로 지난해 베트남·인도·싱가포르를, 올해 말레이시아·캄보디아·브루나이·태국·미얀마·라오스를 방문하는 등 아세안 시장 공략에 많은 공을 기울였다.

◇촛불에서 찾은 민주주의…적폐청산과 공정사회 실현에 무게

문 대통령의 연설문 중에 두 번째로 비중을 많이 차지한 것은 정치 관련 이슈였다. 크게 ▲자유·민주주의(6.3%·2189회) ▲대한민국 근현대사(5.9%·2062회) ▲정의·공정사회 구현(5.7%·1970회) ▲국정운영 전반(5.1%·1765회) ▲포용과 협력(4.2%·1449회) 등 5가지의 소주제로 압축된다.

자신의 집권 배경을 촛불정신에서 찾고 있는 문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오랜 군부 독재정권에 맞서 국민들이 스스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높게 평가했다.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부터 출발해 4·19, 5·18, 6·10민주항쟁에 이어 촛불집회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서사를 통해 정권의 정체성을 찾았다. 이전 정부와는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학생 때 반(反) 유신투쟁에 나섰던 개인적 민주주의 경험도 민주주의의 강조의 간접 배경으로 평가된다.

일제강점→독립운동→광복→전쟁→분단→민주화로 이어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각종 연설 속에 반복해 등장했다. 현 정부의 핵심가치인 촛불정신과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구현에 대한 정당성을 독립운동과 민주화에서 찾으면서 정치 분야 다양한 연설 속에 근현대사가 하나의 장치로써 다양하게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취임식에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공정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왔다. 많은 자리에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구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복적으로 밝혔다. 총 1970개의 문장(5.7%)을 통해 정의와 공정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치 분야에서 두 번째로 비중이 높았다.

정의와 공정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경우도 많았고, 주로 ▲비리 ▲반부패 ▲권력 ▲갑질 ▲인권 ▲변화 ▲근절 ▲평등 ▲가치 등의 키워드가 함께 사용됐다. 취임 초부터 적폐청산 작업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결과로 분석된다. 채용비리와 갑질 근절을 골자로 한 반부패 정책도 개연성이 있다.

다만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그동안 지켜온 정부의 핵심 가치를 스스로 져버린 것이 아니냐는 각계의 비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절감했다"며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꾸준한 현장 행보 속 경제 메시지…3대 정책기조 균형 언급

대선 당시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 대통령에게 경제 살리기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외교안보 정책 못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써왔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그리고 공정 경제라는 3대 정책 기조 아래 경제 관련 행보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연설문 속에 등장한 경제 관련 내용은 19.7%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열 번을 말하면 그 중 두 번은 반드시 경제와 연관된 얘기였다는 의미다. 각종 회의와 행사에서 사용한 총 6662개 문장이 경제와 관련된 주제에 해당했다. 총 10회에 걸쳐 진행한 전국 경제투어 행보 속에서 경제 관련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언급한 문장의 세부 비중도 3대 경제정책 기조(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틀 안에서 비교적 고루 나타났다. 혁신성장과 관련된 문장은 총 1494개(4.3%)로 가장 많았다. ▲일자리 창출(1392개·4%) ▲소득주도 성장(1354개·3.6%) ▲제조업 부흥·산업경쟁력 강화(1244개·3.6%)▲공정경제(1178개·3.4%) 순으로 집계됐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그러한 환경을 토대로 노동자의 기본 소득이 시장에 바로 유입될 정도로 안정돼야 비로소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현 정부의 경제철학이다.

정부는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불공정 행위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나아가 거시적인 측면에서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인식이 문 대통령의 연설 주제 비중에도 나타난다.

혁신 성장이라는 소주제는 키워드 네트워크 속에서 ▲과학 ▲산업 ▲기술 ▲산업혁명 등과 자주 언급되며 의미를 공고히 했다. 혁신 성장이라는 소주제에서 언급된 기술은 기업, 규제 등과 가까이 연결됐는데, 이는 곧 공정경제라는 소주제와 연결된다.

과학기술 바탕의 4차산업혁명이 혁신 성장의 기본 조건이 되며, 중소기업의 기술이 다른 대기업에 의해 빼앗기지 않는 공정경제라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로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소주제와 그 속의 키워드들은 네트워크로 연결 돼 있어 서로 의미를 주고받는다.

제조업 부흥과 산업경쟁력 강화(3.6%)에 대한 언급 비중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국면에서 벌어진 갈등 국면과 연계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수출규제 이후 일본 경제로부터의 독립 일환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사회문화 분야에 해당하는 국민안전과 재난대책(3.7%), 국민의료 및 보육지원 제도(3.5%) 등 사회정책을 강조해 왔다.

세월호 참사를 되풀이 않겠다는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안전한 대한민국'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취임 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소방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추진으로 이어졌다.

또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등 사회보장 정책에 대한 메시지에도 공을 들였다.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기본생활 보장을 목표로 한 사회보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 도입, '치매국가 책임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등 정책과 연계된 행보를 이어왔다.

 

UPI뉴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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