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복의 타박타박 지구촌] 자연의 경이 담은 힘찬 물줄기 벅차게 쏟아지고…

/ 기사승인 : 2019-09-30 09:06:27
  • -
  • +
  • 인쇄
- 아르헨티나·브라질, 이구아수폭포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냥 떨치고 나서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 먹었다고 다 할 수 있던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녔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으려 한다. 새삼스런 설렘에 나 자신 다시 길 위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이구아수폭포(Iguazu Falls)를 한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머릿속에 넣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물론 학교에서 배워 ‘세계 3대 폭포’의 하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1986년에 개봉한 영화 <미션>에서 불쑥 나타나듯 다가와선 계속 기억에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정작 영화 내용은 폭포와 그다지 큰 관계가 없지만, 십자가에 묶인 채 화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물줄기에 휩쓸려 떨어져 내리는 순교자를 보여주는 첫 장면은 무척 짙은 인상을 남겼다. 그 배경이 바로 이구아수폭포다.


▲ 이구아수폭포의 모습. [셔터스톡]


1541년 발견…크고 작은 폭포 275개 모여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미국의 나이아가라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이구아수폭포는 약 2.7km 폭에 최고 낙차 80m에 이르는 크고 작은 폭포 275개가 층을 이루며 모여 있어 말 그대로 자연이 빚은 장관이다. 원주민들이 성지로 받들어 온 이곳은 1억 2천만 년 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외부인으로는 1541년 스페인 탐험가 알바르 누녜스 카베사 데 바카(Álvar Núñez Cabeza de Vaca)가 처음 발견했다. 이구아수는 과라니어로 ‘물(이)’ 과 ‘크다(구아수)’를 뜻하는 말로 ‘큰물’, 즉 폭포를 일컫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접경지대에 있어 두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양쪽 모두 ‘이구아수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에 힘쓰고 있다. 전체 폭포의 80%는 아르헨티나 쪽, 20%는 브라질 쪽에 있으며, 1984년과 1986년에 각각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 브라질에서는 폭포의 전체 경관을 더 가깝게 볼 수 있고, 아르헨티나에선 가장 물이 많고 깊은 폭포인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에 더 다가갈 수 있다. 물보라가 만들어내는 무지개를 보려면 해를 등지고 봐야 하므로 가능하다면 브라질 쪽은 아침에, 아르헨티나 쪽은 오후에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먼저 브라질에서는 포스 두 이구아수(Foz do Iguazu)에서 국립공원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공원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안쪽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걸어 다닐 만하다. 전망대에 오르면 폭포의 위력과 제대로 만나게 된다. 엄청난 물이 바로 눈앞에서 쏟아지는 데다 그 뻗어내리는 힘으로 사람을 덮치는 듯해 우리에게 익숙한 부드러운 물의 느낌은 기억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 우렁찬 소리와 함께 떨어지면서 갈래갈래 색깔로 달라져 마치 여러 겹의 휘장이 펄럭이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물이 심하게 튀면서 젖은 바닥이 무척 미끄러워 다닐 때 꽤 조심해야 했다. 


이곳에선 숲을 통과해 폭포까지 가는 마쿠코 사파리 투어가 유명하다. 통나무로 만든 오픈 카트를 타고 가이드와 함께 이구아수강 하류에 도착한 뒤 다시 배를 갈아타고 폭포 안까지 배를 몰고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자연히 폭포의 물을 뒤집어쓰게 되므로 비옷을 갖춰 입어도 소용이 없어 속옷까지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

폭포 전체를 보는 헬기 투어 브라질에서만 운영


폭포 전체를 한눈에 보려면 브라질 쪽에서만 운영하는 헬기 투어를 해야 한다. 하늘에서 전체 경관을 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짙은 녹색의 평원 가운데 황토빛을 머금은 누런 이구아수강과 그 옆으로 파라나강이 보인다. 그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크게 움푹 팬 구덩이가 있고, 그 속으로 주변의 물이 들어가고 있다. 웅덩이가 빨아들이고 있는지, 물들이 몰려들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빠르게 흘러내리는 물이 피워 올리는 물안개가 연기처럼 하늘로 치솟고 있다. 주변과 뚜렷이 구분되는 폭포의 전체 모습은 한 마리 동물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오르기 위해 기운을 모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르게 보면 땅에 난 커다란 생채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규모를 가늠할 수도 없어 자연의 위력에 압도당한 채 넋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 국립공원 입구.


이제 아르헨티나 쪽으로 이동한다. 아르헨티나는 푸에르토 이구아수(Puerto Iguazu)에서 들어가며 공원 안에서는 전용 열차인 정글 트레인을 타고 움직인다. 열차 종점에서 내리면 ‘악마의 목구멍’까지 가는 통로가 물 위에 세워져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물밖에 없는 곳에서 길게 뻗은 연결로를 걸어가다 보면 괜히 발바닥에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조금은 섬찟한 이름이 붙은 것은 엄청난 양으로 거세게 쏟아지는 물이 악마를 보는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영혼을 빼앗길 정도여서 자칫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자살률이 높아 해마다 한두 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괜스레 머리 뒤끝이 쭈뼛해지면서 혹시라도 헛디딜까 발밑도 조심하게 된다. 사실 물이 쏟아지는 곳을 바라보며 가까이 다가가면 기분이 조금은 야릇해진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볼 때는 이곳저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폭포가 크고 작은 물줄기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것이 색다른 풍경으로 보이지만 다가갈수록 일단 소리가 커진다. 옆에서 말하는 사람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게다가 흩날리는 물보라도 생각보다 굵다. 그래서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입었어도 대부분 젖는다. 더욱이 날씨가 더울 땐 습기 탓에 비옷을 입는 것도 쉽지 않다. 차라리 맘 편하게 온몸을 적시는 게 낫다. 그래야 경치라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웃통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자연인의 모습으로 다니는 청년들이 부러울 뿐이다. 


물줄기의 굉음은 자연이 연주하는 교향곡


그래도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쁜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영혼을 빼앗길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자연이 빚어내는 어마어마한 광경에 눈만 껌뻑이면서, 물줄기가 뿜어내는 굉음을 웬만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제쳐버리는 자연의 창작 교향곡으로 감상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적당한 감탄사를 찾아보려 해도 그마저 쉽지 않다. 


다음으로 보트 투어에 나서 최대의 유량을 자랑하는 ‘악마의 목구멍’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배를 타고 최대한 폭포에 가깝게 다가가서 쏟아지는 물줄기 속으로 들어간다. 배를 모는 이는 사람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하기 위해 묘기를 부리듯 움직이면서 운항을 하므로 자칫하면 배 밖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살짝 불안해지기도 한다. 보트를 타기 전에는 최소한의 소지품만 넣도록 방수포대를 준다. 구명조끼와 비옷을 입지만 폭포 속에 들어가면 아무 소용이 없다. 


▲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구아수의 ‘악마의 목구멍’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


사람들은 저절로 소리를 내지르고, 특히 떨어지는 물줄기에 배가 들까불면 고함소리도 옥타브가 올랐다 내렸다 한다. 배에서 내린 뒤 이구아수폭포의 물맛은 어땠노라고 말할 수 없지만, 눈앞을 덮치던 물줄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세상이 하얗기만 했던 그 순간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편안히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코스는 위쪽 산책로(the Upper Trail)와 아래쪽 산책로(the Lower Trail)로 나뉜다. 위쪽 산책로에는 폭포의 바로 위쪽에 다리가 만들어져 있어 그 위를 걸으며 폭포를 내려다보게 되는데, 꽤 아슬아슬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아래쪽 산책로에서는 폭포도 보고 보트 투어와 산마르틴 섬 트레킹 등을 할 수 있다. 


이제 물 밖으로 나와 다시 탄탄한 흙을 밟는다. 방금 지나왔던 큰물 가득했던 그 세상의 대단함에 지나치게 마음을 졸였기 때문일까. 발에 닿는 바닥이 갑자기 포근하게 여겨진다.


글·사진 남인복 언론인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핫이슈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