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 알고난 뒤 삶의 빛깔이 달라졌어요"<상>

이민재 / 기사승인 : 2019-12-02 10: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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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인 재교육 프로그램 5060 세대 몰려
영화만들기, 쇼핑몰 창업, 드론 등 신지식 인기

50살 이후의 삶을 함께 설계해 주는 곳이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50플러스(50+) 캠퍼스다. 올해로 출범 4년 차를 맞는 50플러스 재단은 서울 남부, 서부, 중부 캠퍼스 3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들기'부터 '드론 입문교실' '전자책 만들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강좌를 수강한 이들은 은퇴 후 "남은 여생에 색을 입힐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급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남기(64) 수강생은 스마트폰 영상 커뮤니티를 결성해 영화제 공모에 참여했다.

정용자(57) 수강생은 글쓰기를 사랑했으나 '비빌 언덕'이 없어 써놓은 글을 품고만 있었다고 했다. 정 씨는 캠퍼스 강좌를 계기로 기자단 활동과 자유기고가 등으로 활동하게 됐다. 실제 수강생들이 말하는 50플러스 캠퍼스 강좌와 지난 학기 캠퍼스별 인기 강좌를 알아봤다.

▲ 50+캠퍼스 졸업식에 참석한 중부캠퍼스 수강생들. [50 플러스 재단 제공]


# "61세에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 50플러스 남부캠퍼스 '스마트폰으로 영화 만들기' 수강생 이남기 씨

60대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심근경색은 황혼의 꿈마저 짓밟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업을 꾸리던 이남기 씨는 2016년 10월 잠깐 들른 서울에서 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었다. 119구급대가 출동해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긴급 심혈관 시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가족과 지인 모두 "다행이다"라며 축하했다.

그도 다시 주어진 삶에 감사했다. 그러나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해야만 했던 아쉬움과 실망이 몰려왔다. '나머지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복잡하게 뒤얽힌 고민이 그를 괴롭게 했다.

서울시 50플러스를 알게 된 건 그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난 뒤였다. 2018년 3월 딸아이의 수영장 등록을 해주러 갔다가 접수대에 비치된 '50플러스 남부캠퍼스' 개관 안내 브로슈어를 봤다. '다시 꿈꾸는…'으로 시작하는 문구가 보였다.

▲ 50+ 중부캠퍼스에서 IT관련 강좌를 수강 중인 수강생들. [50플러스 재단 제공]


마음이 끌리는 몇몇 교육 프로그램에 수강신청을 했다. 그곳에서 만난 동년배들과 교류가 이어졌다. 스마트폰 영상 커뮤니티를 결성해 자체 스터디를 했는데, 구로 G페스티벌과 50플러스 축제에 참가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내친김에 29초 영화제 공모에도 참여했다. 인생2막, 열정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는 2019년 겨울학기 50플러스 당사자기획과정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강의를 진행하는 한편 노인정 영상제작 서비스 활동도 이어갔다. "50살 이후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이 씨는 50플러스를 가리켜 "인생의 터닝포인트다"라고 말했다.

# "내게도 비빌 언덕이 생겼다" 50플러스 서부캠퍼스 '전자책 출판하기' 수강생 정용자 씨

평범한 주부였던 정용자 씨는 "비빌 언덕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비는 것인데, 세 아이의 엄마로 평생을 살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고 여건도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정 씨가 써놓은 글을 품고만 있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50플러스 서부캠퍼스는 정 씨에게 '비빌 언덕'이 돼줬다. 그는 2017년 여름 계절학기로 개설된 '전자책 출판하기' 강좌를 수강했다. '그동안 써 온 글을 직접 전자책으로 출판해 볼까'하는 기대감에서였다. 그 곳에서 만난 수강생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됐다. 강좌가 끝나갈 무렵 수강생들끼리 "더 익혀보자"며 커뮤니티를 결성하기도 했다.

▲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전자책 출판하기'를 수강한 정용자 씨는 이후 시니어잡지의 동년기자단 및 자유기고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현재 정 씨는 시니어잡지의 동년기자단과 브런치 작가 등 자유기고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비빌 언덕과 날개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50플러스 캠퍼스를 방문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의 꿈에도 날개가 달리기를 빈다!"고 전했다.

넓은 세계 누비며 가치 찾기, 서부캠퍼스 'NGO활동가로 해외에서 살아보기'

서부 캠퍼스의 이번 학기 인기 강좌로는 △노인교구지도사 양성과정 △NGO활동가로 해외에서 살아보기 △50플러스 도시민박 창업 길라잡이 △50플러스 집수리 장인교실이 꼽혔다.

▲ 50+ 서부캠퍼스 전경 [50플러스 재단 제공]


'노인교구지도사 양성과정'은 교구를 이용해 노인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게 돕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서부 캠퍼스 측은 "해당 강좌는 부모세대 또는 자기 자신의 노년을 더 건강하게 준비하려는 수강생들의 니즈를 충족 시켜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NGO활동가로 해외에서 살아보기'는 해외 NGO활동에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활동 사례를 살피는 한편 구체적인 활동 계획까지 세우도록 도와준다. 서울시의 '50플러스 NGO해외봉사단을 파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 입문 과정이다. 한 캠퍼스 관계자는 "넓은 세계를 다니며 행복한 일, 가치 있는 할 수 있다는 전망과 자신감을 얻는 등 수강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 '세계시민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기' 강좌에 참여한 수강생들 [50플러스 재단 제공]


이 밖에도 '50플러스 도시민박 창업 길라잡이' '50플러스 집수리 장인교실'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각각 민박 창업에 대한 실질적 사업 준비에 도움을 주고, 내 집을 내가 직접 고칠 수 있도록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로 꼽혔다.

나무에 대한 로망, 중부캠퍼스 '생태감성 목공교실'

중부 캠퍼스에서는 △생태감성 목공교실-발도르프 △사회적기업경영지원단(2기) △사진입문 : 초보자를 위한 AtoZ 강좌에 수강생들의 관심이 몰렸다.

'생태감성 목공교실-발도르프'는 50대 이상 남성들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강좌로 꼽혔다. 해당 강좌에서 수강생들은 일상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재활용해 장난감인형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 중부캠퍼스 측은 "직접 만든 발도르프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교육적 놀이로 쓰일 수 있어 향후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부캠퍼스에서 생태감성 목공교실-발도르프 강좌를 수강한 노준민 씨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민재 기자]


수강생들이 인생 전반기에 익힌 다양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 '멘토'로 성장시켜주는 '사회적기업경영지원단' 강좌도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 강좌는 50플러스 세대가 이전까지 쌓아온 재무, 회계, 영업, 마케팅 등 지식과 기술을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경영 애로 사항을 해결할 멘토가 되어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수강 후에는 실제 지원단이 되어 활동 하도록 연계해주는 등 매력 만점 강좌로 손꼽혔다.

'사진입문 : 초보자를 위한 AtoZ' 강좌 역시 최근 사진 촬영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기를 끌었다. 이 강좌는 초보자의 눈높이에서 촬영 기초부터 포트폴리오 제작까지 사진 관련 테크닉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촬영실습, 작품전시회까지 해보며 이후 사진심화과정, 스톡사진가 등 중,고급 연계 과정에 참여하여 사진을 통한 사회공헌, 소득창출 까지 노려볼 수 있다.

창업 도전해볼까요?, 남부캠퍼스 '온라인쇼핑몰 창업하기'

남부캠퍼스에서는 △온라인쇼핑몰 창업하기 △50+명품성우 △드론입문교실 과정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쇼핑몰 창업하기' 강좌는 25명 정원에 60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강좌는 개인컨설팅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각자의 아이템으로 판매까지 할 수 있게 진행됐다. 남부캠퍼스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함하다는 점이 이 강좌의 인기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 50플러스 중부캠퍼스 '라디오PD' 강좌를 수강 중인 수강생들. [50플러스 재단 제공]


'50플러스 명품성우 과정'은 평소 목소리와 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성우에게 필요한 전문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강좌의 목표다. 남부캠퍼스 관계자는 "목소리를 통한 사회공헌활동과 더불어 새로운 커리어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당사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드론입문교실'은 드론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한 커리어탐색까지 해보는 강좌다. 남부캠퍼스 측은 "여가생활의 하나로 각광 받는 등 남성 50플러스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 서울 50플러스 남부캠퍼스 전경 [50플러스 재단 제공]


현재 50플러스 2학기 강좌는 대부분 종료된 상태다.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은 내년 2월 초부터 시작된다. 개강은 3월 2일이다. 무료 강좌도 있고, 유료 강좌는 대부분 2만~10만원으로 부담이 없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 홍보협력팀 오정민PM은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데 50플러스 캠퍼스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라며 "다음 학기에도 다양한 강좌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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