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무소불위' 검찰, 공수처 비판 자격 없다

주영민 / 기사승인 : 2019-12-31 10: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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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독점 검찰 권력 세계 유례 없어
공수처는 검찰 견제하는 최소한 감시 기구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 청원으로 첫 공론화된 공수처가 20년이 넘게 지나서야 법제화됐다.

하지만 보수 야당과 검찰에서는 공수처가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검찰의 '옥상옥', '대통령 친위대' 탄생 등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 설치법안 수정안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5명 중 159명이 찬성했다. [문재원 기자]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범여권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가 지난 24일 제출한 수정안이다.

지난 4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안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공수처의 권한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단 평가를 받는다.

공수처법 24조2항에는 공수처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보수 야당과 검찰이 '독소조항'으로 꼽는 부분이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이 동일한 범죄를 수사할 경우 공수처가 우선권을 갖고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는 부분은 유지됐다.

야당에선 이 부분을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대통령 친위대'가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반면 여당은 청와대의 개입을 금지한 견제조항을 넣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검찰의 옥상옥이라는 일각의 비판은 그대로다.

과연 공수처를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검찰의 옥상옥이자, 대통령 친위대라 부를 수 있을까.

공수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이런 의문은 쉽게 풀린다.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다. 이 같은 무소불위의 사법기관은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

수사·기소를 독점한 검찰의 모습이 일제 강점기 시대의 잔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달리 반부패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공수처는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견제장치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이 공수처 신설에 사활을 건 것도 검찰의 정치적 판단과 '입맛'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죄를 지은 검사는 0.1%만이 기소되고 국민은 40%가 기소된다"며 공수처 설치를 역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힘이 빠질 때면 현 정권 인사들이 대거 검찰 수사를 받는 악순환이 5년마다 반복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는 비판을 하기에 앞서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수사·기소 독점)을 가진 검찰을 누가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례로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국무총리,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고위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한다.

특히 검사,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수사뿐만 아니라 기소·공소 유지도 할 수 있다.

검사와 판사 등에 대해선 독자적인 기소권을 가짐으로써 본격적인 검찰과 판사 등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기구가 생긴 것이다.

공수처를 옥상옥, 대통령 친위대라 비난할 게 아니라, 그동안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방치됐던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기구의 탄생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수사·기소 독점을 가진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었다"며 "공수처 설립은 단순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탄생이 아니라, 이 같은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감시기구의 탄생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조차 수사대상에 포함된 공수처가 대통령 친위대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약, 야당과 검찰의 주장대로 공수처가 그런 기구로 전락한다면 국민이 가만히 눈뜨고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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