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미국과 중국에서 가능한 것은 다 가능케 하라!"

온종훈 / 기사승인 : 2020-01-30 14: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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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을 말하다] ⑦ 박병원 안민포럼 이사장
"벼랑끝 한국경제, 미중 따라잡기 못하면 대한민국 끝난다"
"'소주성' 근본적으로 틀리지 않다…수순과 속도가 문제"
"최저임금에도 취직하려는 사람 위한 일자리 만드는게 국가"

대담=온종훈 산업에디터

"한국 경제는 벼랑 끝에 와있다. (현재의 상태를) '살 만하네'라고 여긴다면 세월이 더 지나면 반도체를 포함해 모든 것을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경제는 희망이 없다."

박병원 안민포럼 이사장의 한국경제에 대한 현실 인식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차관 등 공직 이력뿐 아니라 우리금융지주회장, 은행연합회장, 경영자총협회장 등 경제 정책과 금융·기업의 실물경제를 두루 경험한 그에게 있어 한국 경제가 발신하는 위기 신호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에서 되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다 되게 하자."

진단만큼이나 해법도 명확하다. 이미 잃어버린 세월(그는 한국경제는 지난 20년동안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전선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규정한다)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뒤쫓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어느 정도 쫓아가면 성공하고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끝나는 것이다"라고 섬뜩한 경고를 했다.

이미 일선에서 은퇴하고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라며 여러 차례 고사했으나 인터뷰를 시작하고 나서 그의 답변은 거침없고 직설적이었다. 한국경제에 관해서 그는 여전히 '현역'이었다.

앞으로 10년, 도약하거나 아니면 주저앉을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선 한국경제의 문제 진단과 이에 대한 처방을 박 이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따라가 본다. 박 이사장을 대신해 말하자면 합리적, 건설적 반론은 적극 환영이다.

▲박병원 안민포럼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UPI뉴스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한국경제, 지금 어디쯤인가.

"벼랑 끝이다. 단순한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원인은 미국과 중국에서 최근 15~20년 새 일어난 일을 하나도 쫓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소재·부품·장비 등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기업가치를 순위로 매겼을 때 1등에서 10등까지 중 3분의 2 가까이가 10년~15년 내 새로 생긴 것들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공룡 같은 기업들이 생겨날 때 우린 무엇을 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신산업은커녕 다른 나라의 구 성장 동력조차 제대로 못 베끼고 있다."

ㅡ그래서 정부나 정치권에서 경제를 혁신하자는 것 아닌가.

"혁신을 추상적으로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서 가능한 것을 우리나라도 다 가능하도록 실천에 옮기는 것이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은 압도적이다. 이 상황에 제일 충실하고 총알같이 미국을 베껴 오늘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 중국이다. 이번에도 우리가 이걸 못해내면 대한민국은 끝나는 것이다. 혁신 안하겠다는 정부는 여태껏 없었다. 그러나 성공한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 혁신은 첫 번째는 규제 개혁, 두 번째는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이다. 세계 경기가 나아져서 수출이 늘어난다고 (제조업 얘기에 불과하다) '살 만하네'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조금만 지나면 모든 것을 중국에 추월당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ㅡ왜 규제 개혁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가.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정부들은 이 부분에서 아무런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원격 진료, 스마트팜 등 AI나 신기술이 제조업뿐 아니라 농업과 서비스업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소부장 타령에 머물러 있다. 소부장은 결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얘기다. 제조업이 얼마나 우리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가. 모든 업종과 모든 규제에서 미국과 중국에서 가능한 것이라면 우리도 무조건 가능하게 하는 정도의 규제개혁이 없이는 희망이 없다."

ㅡ'규제 개혁이 일자리는 만든다'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미국과 중국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신산업을 통해서다. 미국과 중국에서 가능한 것을 우리나라에게 못하게 하는데 무엇으로 일자리를 만드나. 제조업 등 기존 산업은 다 공급과잉상태다. 거기에 투자해봤자 서로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산업을 끊임없이 새로 발굴해야 성장도 되고 일자리도 생긴다. 그런데 지금도 신산업은 싹도 못 트게 규제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이 기업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ㅡ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는데 너무 평가가 야박한 것 아닌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든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얘기했지만 실패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나라라도 투자해서 국영기업이라도 만들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나라가 돈을 쓰는데 생산적인 투자보다 복지로 나눠 주는 돈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전용병원 설립에 개인을 막아놨으면 국가가 출연해서라도 병원 만들라는 것이다. 포스코도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도 나라가 만들었다. 피 같은 돈을 써서 일자리에 '플러스 섬'이 되게 하자는 취지다. 운영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그때 민영화하면 된다."

▲UPI뉴스와 인터뷰하는 박병원 안민포럼 이사장. [문재원 기자]


ㅡ칼럼 등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조금씩 넓혀가는 형태의 변화를 한 걸음씩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통상임금의 정의 확대, 최저임금의 끊임없는 인상, 정년 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게 해주는 일을 할 때마다 그때그때 '대가'를 받아냈어야 한다. 표현이 거칠수 있지만 대가는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개선이다. 대표적인 것이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철폐하고 성과급, 직무급 연봉제 등 유연한(flexible)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면서 법에 19조의 2를 신설해서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는데 아직도 이행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는 가장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고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ㅡ이미 경직화할 때까지 경직화한 노동시장이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제안이 작동하겠는가.

"정 어렵다면 이미 취업한 사람들의 기득권은 한 톨도 안 건드릴 테니 아직 취직하지 못한 청년들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임금수준, 임금체계, 고용보호체계 등 유연한 조건으로 취직하는 것은 적어도 (노동 쪽이) 눈 감아야 한다. 과거의 고용도 조금씩 유연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지금부터 일어나는 고용에 한해서라도 유연성을 법으로 허용하고 노조가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은 새로 취업하는 사람들의 본인의 선택이고 그 조건에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당사자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용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ㅡ정부와 정치권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정년은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폐지의 대가로 노동시장 개혁이 몇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호봉제 월급은 입사 당시에 비해 퇴직할 즈음 평균적으로 세 배 이상 는다. 다르게 얘기하면 퇴직이 임박한 대기업 직원 보고 아들 취직 시켜줄 테니 나가라 해도 자신의 3분의 1을 받는 아들이 취직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은 못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법은 이행주체도, 벌칙도 없다. 이런 엉터리 같은 법을 다시는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행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ㅡ주 52시간 근무제는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가.

"52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하면 사용자가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가 난리 친다. 노동자는 초과 근무할 경우 시간당 150%의 임금을 받는다. 초과근무를 굉장히 즐기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주는 것보다 임금의 감소 폭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초과 수당 안주는 젊은 사람 쓰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해고를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채용을 못한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젊은이들은 추가 고용이 어렵고 이미 있는 사람들한테 초과 근무를 시킨다. 52시간 근무제의 기본 취지는 근무시간을 줄여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넘겨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근로자인 아버지와 삼촌이 반대하고 사용자는 해고가 안돼서 초과 근무시키는 것이 낫다고 하니 노사 모두가 반대하는 것이다.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겠다."

ㅡ여러 기고에서 "배아픈 문제는 나라가 해결할 일이 아니고 배고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일자리에 적용하면.

"마찬가지다. 좋은 일자리를 왜 나라가 신경 써야 하나. 적어도 삼성전자 가야 한다는 사람은 알아서 해야 한다. 최저임금이라도 받고 취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취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도, 디지털밸리 판교에서 새로운 유니콘이 생겨도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생겨서 표 파는 일이라도 할 수 있고 골프장 캐디 일자리도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일자리라도 못 만들어주면 나라가 아니다. 해외 취업을 장려, 지원하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그래도 해외 취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중상층이라는 얘기다." 

ㅡ경제 정책의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책은 방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2020년 2.9% 각각 인상했다. 최근 3년간 상승률을 복리로 계산하면 3년간 32.8% 인상된 것이다. 매년 9.9%씩 올려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만약 같은 비율로 올렸다면 지금처럼 자영업자들이 많이 망하고 최저임금 밖에 못 받는 사람들이 실직했겠느냐. 결과는 똑같은데 순서와 속도를 잘못하면 굉장한 부작용을 낳고 대가를 치르게 된다. 모든 정책은 순서와 속도가 중요하다."

▲박병원 안민포럼 이사장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UPI뉴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평가한다면.

"소주성이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주성=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고 보니까 모두 비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수순과 속도만 달라도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소득주도성장 바로알기'라는 정부 책자에 따르면 소주성은 크게 세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최저임금임금 인상은 그 중 한 기둥의 한 줄이다. 최저임금 올리는 만큼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쓰여 있다. 그렇게 됐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최저임금과 복지지출 증가 두 개만 실현되고 나머지가 하나도 실현이 안됐다.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애초에 틀린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쉬운 일들만 실행하고 어려운 일들은 하나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려운 일들은 구조적이고 제도를 고치는 것이다. 규제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공공 개혁 4대 개혁을 말한다."

ㅡ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올해 경제성장률이 1.9%든 2.1%든 아무 의미 없다. 수출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제대로 된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을 견인한다면 성장률이 1.8%가 돼도 좋다.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어진 성과와 달리 그저 국제 환경이 개선돼서 수출이 조금 늘어서 GDP성장률이 회복되는 것은 가치가 없다. 환경이 나빠지면 언제든지 도로 없어지는 것이다. (우한 폐렴이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태까지 못하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해주었는지가 중요하다. 고용통계도 전체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통해 20~40대 일자리가 어떻게 됐나만 봐야 한다.

총량지표에는 나라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것과 아무 의미 없는 시간 때우기 혹은 연명하는 것에 불과한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의미있는 지표는 딱 두 가지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가능하지 않았던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었느냐와 20, 30, 40대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냐이다. 총량을 가지고 스스로 눈을 가리는 일은 그만했으면 한다. 우리가 해야 할은 신성장동력과 고용 창출이다. 평가도 그것으로 해야 한다."

UPI뉴스 / 정리=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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