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구글세', 해외에서 '삼성세' 현실화하나

임민철 / 기사승인 : 2020-02-03 14: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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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가전, 모바일 등까지 구글세인 '디지털세' 적용키로
IF '디지털 서비스·소비자 대면 업종 적용' 합의 …연내 세부내용 확정
삼성·LG 가전-휴대전화,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포함 가능성↑
정부 국내 기업 영향 최소화 노력…규범화 거쳐 2~3년 뒤 적용 예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논의를 통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의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가전 및 모바일 등 소비자 대상 사업까지 '디지털세' 적용 업종에 포함하는 기본 골격에 합의했다.

당초 구글처럼 해외에 물리적인 사업장을 두지 않고 수익을 내 조세를 회피하던 기업에 과세할 방안으로 출발한 디지털세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 제조 기업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개별 기업의 디지털세 적용 여부와 그에 따른 부담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긴 이르다. 각 기업의 세계 매출, 대상 사업 매출, 이익률, 초과이익 합계, 과세근거 등 여러 기준이 충족돼야 디지털세가 적용된다.

또 디지털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려면 향후 여러 국가간의 세부 사항 논의 및 추가 합의와 각국의 규범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이 과정을 거쳐 실제 디지털세 부과가 본격화할 시점을 2~3년 뒤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OECD는 지난달말 프랑스 파리에서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 대응 프로젝트의 다자간 협의체 'IF(Inclusive Framework)' 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세 장기대책 국제 논의 최근동향을 설명했다. [뉴시스]

OECD BEPS 프로젝트는 구글과 애플 등 다국적 IT기업이 계열사간 무형자산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이전가격'을 거래하거나, 국가간 세법 차이를 활용해 저세율국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등 '조세회피' 행위에 국제 공동 대응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추진됐다.

IF는 BEPS 프로젝트의 전세계적 이행을 위해 주요 20개국(G20) 및 OECD 회원국과 참여를 원하는 비회원국을 포함하는 다자간 협의체로 지난 2016년 2월 결성됐다. IF 참여 국가 137개국 가운데 지난달 총회에 한국을 포함한 110개국이 참여했다.

3일 현재 배포되고 있는 OECD IF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총회에서 합의된 디지털세 논의 기본 골격 하나는 일정 규모 이상 다국적기업의 '자동화된 디지털 서비스(Automated digital services)'와 '소비자 대면 사업(Consumer-facing businesses)'으로 발생한 이익 일부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자동화된 디지털 서비스는 △온라인 검색 엔진 △소셜 미디어 플랫폼 △온라인 장터 운영을 포함한 온라인 중개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스트리밍 △온라인 게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이다.

소비자 대면 사업은 △소프트웨어, 가전, 휴대전화 등 개인용 컴퓨터 제품 △의류, 세면용품류, 화장품류, 사치품류 △브랜드 식품 및 간식류 △식당 및 호텔 업종에 관여하는 라이선스 계약 등 프랜차이즈 모델 △자동차 등이다.

IF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세는 해당 시장의 관할권을 갖는 국가에 새로운 과세권을 부여한다. 이익을 내고 있지만 물리적인 사업장을 두지 않아 과세 근거가 없었던 사업의 이익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뜻이다.

다만 이 분야 서비스와 사업을 수행하는 다국적 기업이 모두 디지털세를 부과받는 건 아니다. 각 기업의 글로벌 총 매출, 대상 사업의 총 매출, 이익률, 배분 대상 초과 이익의 합계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적용된다.

디지털세 부과가 기업 법인세의 총액을 늘릴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IF 총회 보고서는 기업이 이중과세 문제를 겪지 않도록 할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내용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임재현 세제실장과 조문균 디지털세대응팀 서기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이번 IF 총회에서 합의된 향후 디지털세 논의의 기본 골격과 한국 정부의 판단 및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의 휴대전화, 가전, 자동차 등 제조 업종이 디지털세 적용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지만, 과세가 적용될 분야와 수익은 각 기업의 상황과 과세기준에 달렸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소비자 대면 사업이 아니라 제외된다. 가전과 휴대전화 사업은 소비자 대면 사업이지만, 그 전체 영역이 아니라 제한적인 적용이 되거나 적용이 제외될 수도 있다.

또 기획재정부 예측에 따르면 구글같은 기업의 자동화된 디지털 서비스 업종은 매출만 발생하면 그 시장 관할 정부가 과세할 수 있게 된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같은 기업의 가전 및 휴대전화 등 소비자 대면 사업은 다른 나라 정부에 과세권이 넘어가는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

IF 총회에서 합의된 또다른 원칙으로 '글로벌 최저한세(a minimum level of tax)'가 있다. 특정 국가가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낮게 행사할 경우, 상대방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개념이다.

최저세율을 정해 자회사 거주지국 세율이 그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모회사 과세소득에 포함하고, 조세조약상 면세 대상인 국외소득도 원천지국에서 세율이 낮거나 비과세일 경우 거주지국으로 과세권을 전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으로 내국법인 국외투자시 조세회피방지가 가능하고 외국법인 국내투자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디지털세 합의 사항은 이달중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오는 7월 BEPS IF 총회 및 G20 재무장관 회의 등을 거쳐 연말까지 '합의에 기반한 디지털세 부과 최종안' 마련의 근거가 된다. IF 참여 국가들은 이후 내년 다자 조약 등 규범화 작업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는 한국 정부의 세수, 개별 기업의 세 부담 변화 등을 추후 논의될 세부 쟁점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수 확보와 국내 기업의 납세협력 비용 최소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 디지털세를 부과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U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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