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發 리테일 대재앙…'유통빅뱅' 본격화

주영민 / 기사승인 : 2020-02-15 13: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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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오프라인 매장 200여 곳 정리…대규모 구조조정 신호탄?
초저가·온라인 경쟁 따른 실적 부진 원인…코로나19 등 불확실성 가중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유명 리테일러(소매상)들이 줄 지어 무너지는 사태를 말한다. 미국 미디어들이 명명했다. 우리말로 옮기면 '소매업 대재앙'이다. 

선진 외국에서 이미 진행 중인데, 마침내 국내서도 본격화할 모양이다. 국내 1위 유통 대기업 롯데쇼핑이 불을 당겼다. 오프라인 매장 30%를 폐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유통업계가 대형·메가마트 시장에 진출, 골목상권이 붕괴하면서 중소형 슈퍼마켓 등 유통 소매업이 줄줄이 문을 닫은 지 20년 만이다.

20년전 오프라인 시장에 '포식자'로 등장했던 기업형 소매업이 이제 유통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온라인 강자에 패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현재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 200여 곳에 대한 정리를 선언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강남점.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은 지난 13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오프라인 매장 700여 개 중 성과가 나지 않는 비효율 점포 200여 개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점포 정리는 실적 부진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적자 매장의 미래 손실을 반영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매장 폐쇄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조16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4분기 순손실(4492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변경된 회계기준에 따라 적자 매장의 미래 손실(자가 매장은 10년, 임차 매장은 잔여기간)을 9000억 원 넘게 반영해 전체 적자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섰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적자가 늘었지만, 점포의 낮은 경쟁력이 반영된 것이라 판단한 경영진이 매장 폐쇄 등 경영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도 지난해 4분기 순매출 4조8332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 확보가 필요한 이마트는 롯데쇼핑과 달리 올해 8450억 원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 중 약 30% 규모인 2600억 원을 들여 이마트 기존 점포 리뉴얼과 유지보수, 시스템 개선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지만, 온라인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 상황에서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유통업계의 부진은 온·오프라인 시장 간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판매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초저가 경쟁'과 오프라인이 주도하던 업계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디지털 경쟁' 등이 주요인이다.

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 즉, 불확실성이 유통업계에서 가중되고 있는 점도 유통업계의 부진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의 핵심 이슈는 '싸면 고객이 찾는다'는 기조 속에 초저가 경쟁이 심화했다는 것"이라며 "채널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 초저가 경쟁은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매장유지비 등이 더 드는 오프라인 채널의 몰락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유통시장을 변화시켰고,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은 것도 모자라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오프라인 매장이 진퇴양난에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이미 2018년 1분기부터 역성장 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초저가 경쟁에 따른 경쟁력 하락과 온라인과의 경쟁 심화가 앞으로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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