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증발 4200억, 어디로?…탑텐 반사이익 '미미'

남경식 / 기사승인 : 2020-02-17 17: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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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텐, 지난해 하반기 매출증가분 570억…유니클로 매출감소분 1/7수준
스파오·에잇세컨즈, 탑텐보다 낮은 성장률
히트텍 대체재 BYC·쌍방울·남영비비안, 오히려 매출 하락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유니클로의 매출이 급락했지만, 대체재로 손꼽힌 국내 패션 브랜드의 반사이익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SPA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72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신성통상에 따르면 탑텐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신성통상 측은 전체 매출 중 약 30%가 탑텐 매출이라고 밝혔다.

▲ 유니클로 엔터식스 상봉점에 2월 18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남경식 기자]

탑텐은 지난해 7월 초부터 일본과의 무역 갈등으로 확산된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의 대체재로 거론됐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보면, 같은 기간 탑텐의 매출은 50% 증가했으니 반사이익을 온전히 누린 듯하다.

그러나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 규모가 탑텐의 6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니클로의 2018년 하반기 국내 매출은 8540억 원이었다. 불매 운동으로 인한 유니클로의 매출 감소 금액은 최소 4200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반면 탑텐의 매출 증가 금액은 약 570억 원이었다. 유니클로의 매출 감소 금액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불매 운동의 반사이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셈이다.

탑텐 외에도 데이즈,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국내 2~5위권 SPA 브랜드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 증가 폭을 모두 합산해도 1000억 원 이하로 추정된다. 유니클로의 매출 감소 폭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마트의 자체 SPA 브랜드 데이즈는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전년과 대동소이했다. 데이즈의 연간 매출은 약 4500억 원 수준이다. 유니클로에 이어 국내 SPA 브랜드 중 2위 규모다.

이마트 관계자는 "데이즈는 유니클로 불매 운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며 "본격적인 SPA 브랜드들과는 카테고리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랜드 스파오와 삼성물산 에잇세컨즈는 탑텐보다 반사이익 효과가 적었다.

이랜드그룹의 이랜드월드에서 전개하는 스파오는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연간 매출 성장률 15%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라인업 강화, 매장 수 증가, 온라인 판매 확대 등의 영향도 있어 매출 증가를 온전히 유니클로 불매 운동의 반사이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패션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탑텐만이 애국마케팅을 했을 뿐 다른 패션기업들은 하지 않았다"며 "반사이익을 얻기보다는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반일 불매운동에 동참하고자 탑텐같은 국내 패션기업 제품을 구입해 입었으나, 유니클로 수준의 품질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느낀 고객들이 오히려 소비를 멈추는 행태를 보였다"며 "반일운동을 계기로 유니클로에 대적할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았어야 했는데, 국내 패션기업들이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 탑텐이 지난해 7월 출시한 광복절 티셔츠. [신성통상 제공]

유니클로 주력 제품 '히트텍'의 대체재로 거론된 속옷 업체들의 반사이익은 더 미미했다. 일부 업체 매출은 오히려 하락했다.

BYC는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9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영와코루는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87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1% 줄었다.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유니클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 국내 업체들보다 품질 및 가격경쟁력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 단번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며 "다만, 이번 겨울 따뜻한 날씨로 패션 업계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10% 내외의 성장을 이뤄낸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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