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포기?…딜레마에 빠진 HDC현대산업개발

김이현 / 기사승인 : 2020-03-25 16: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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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인수 발표 후 주가 폭락…자금 확보 난항 우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고사 직전…아시아나 실적악화 불가피
'인수 포기설' 꾸준히 나와…"매각 절차 늦어질 가능성 높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악화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4월 말 예정된 인수 마무리 절차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정병혁 기자]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을 선언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육‧해‧공'을 아우른다는 목표였지만, 시작부터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대부분의 항공길은 막혔고, 적자 규모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당초 예정된 4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지도 미지수다. 악재가 겹치면서 '인수 포기설'까지 흘러나오자, HDC현산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인수 가격이나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날개'를 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최근 산업은행에 대규모 여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부담이 커지면서 산업은행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규모는 2조2000억 원 수준이다. 오는 4월 말까지 △ 유상증자 4000억 원 △ 회사채(공모) 3000억 원 △ 보유현금 5000억 원 △ 기타 차입(인수금융) 8000억 원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HDC현산 주가 폭락…아시아나는 부채비율 급등

인수를 위한 자금확보의 첫 단계였던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부터 차질이 생겼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이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40% 이상 폭락하면서 유상증자 규모는 애초 목표(4075억 원)를 하회한 3207억 원에 그쳤다. 인수 후 수익성 개선 불확실성과 인수 가격부담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683억 원의 영업손실(별도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하며 전년(-351억 원) 대비 적자규모가 10배 넘게 확대됐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963억 원에서 6727억 원으로 7배가량 늘었다.

계약 당시 808%였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1401%까지 치솟았다. 자본확충을 통해 신부채비율이 200%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조1772억 원을 투입해도 부채비율은 473%까지 낮아지는 데 그친다. 인수가 완료된 이후 갚아야 할 한도대출(부채 3000억 원)과 조건부자본증권(자본 5000억 원)만 고려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전혀 다른 국면…비용부담 더 커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인수 발표 직후 "아시아나항공이 최고의 경쟁력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도 실적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모든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임원의 급여를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약 당시 코로나19는 전혀 예상 못했겠지만, 알면 알수록 비용이 부담될 것"이라면서 "특히 항공은 고정비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정상화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배 이상들 수도 있는데, 올해 실적 전망치마저 굉장히 다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적자 흐름을 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은 더 악화됐다"며 "연간 흑자전환은 내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12월 인수 당시 일본노선이 어려웠던 건 어느 정도 감안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전혀 다른 국면이 됐다"면서 "항공운송업은 현금장사인데, 현금 흐름이 전부 막혔기 때문에 큰 조정이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멀리 보면 인수 포기가 더 나을 수도"

업계에서는 끊임없이 '인수 포기설'이 돌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인수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적자나 재무구조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면서 "추가 비용부담이 불가피한데도 구주 가격부터 너무 많이 불렀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인수 포기 얘기가 괜히 나오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 "계획대로 인수한다고 해도 큰 빚을 안고 가는 건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이라 멀리 보면 포기가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에 큰 돈을 쏟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느니, 오히려 계약금을 날리는 게 결과적으론 이익이 될 것이란 의미다. HDC현산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2500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과거 한화그룹의 사례도 인수 포기설에 힘을 싣는다. 한화는 2008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금융위기가 번지면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다.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인수조건 변경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인수가의 5%인 이행보증금인 3150억 원을 몰취했다. 이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 끝에 이행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았다. 지금의 조선업황을 감안하면, 금융위기와 자금 부족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도록 만들어준 셈이다.

계약 조건 변화에 무게…"매각 절차 늦어질 가능성"


다만 아직까지는 '인수 포기'보다 '계약 사항 변경'에 무게가 실린다. HDC현산은 아시아나 유상증자(약 1조4700억 원) 확보 금액 중 80%(1조1745억 원)를 산은과 수출입은행 측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기로 했었다. 산은과 협의해 납입 시기 및 금액 조정 등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4월 30일로 예정된 인수 본계약 체결과 대금 납부는 더 늦춰진다.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상황을 명분으로 일단 시간을 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희영 교수는 "인수를 포기하기엔 HDC현산의 손실이 크고, 산은 입장에서도 원치 않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인데, 당초 투자계획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봐야 하는 만큼 매각 절차는 많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한준 KTB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이나 정부 부처 등이 다 연관돼 있는 상황이라 눈치가 보이겠지만, 코로나19라는 명분이 있으니 가격을 약간 낮추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듯하다"면서 "어떻게 흘러갈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 HDC현산 입장에서는 충분히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거래조건 변경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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