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파는 '스마트 스피커', 삼성전자는 왜 안 팔까

임민철 / 기사승인 : 2020-03-27 20: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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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홈 미니, 기껏 만들어 '최신폰 무료 사은품'…출시일정 미정
무선사업부 '제조 혁신 집중, 글로벌 업체와 서비스 협업' 전략일까
제품 출시 남은 변수…소비자 기대·가전사업 홈 IoT 전략과 시너지
삼성전자가 수년 째 자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스피커' 사업에 소극적이다. 3년 전부터 기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완성한 제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팔지 않고 있다. 경쟁사들이 이 시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시큰둥한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 스피커를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스마트 스피커의 AI 및 IoT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보다 하드웨어 혁신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무선사업부의 전략적 판단 때문일 수 있다. 서로 손을 잡아 힘을 아끼고 각자 잘 하는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하자는 생각일 수 있다.

▲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제품발효 행사 '갤럭시 언팩 2018' 현장에서 새로운 스마트 기기로 '갤럭시 홈'을 처음 공개했다. [삼성전자 제공]

자체역량 한계 의식한 AI·IoT 서비스 전략 변경일 수도

스마트 스피커의 주요 기능은 음성인식 AI를 사용해 음악 재생뿐아니라 일정 및 알람을 등록해 알림을 받거나, IoT 플랫폼을 통해 가전 기기 등을 연결해 제어하는 것이다. 다른 정보를 가져와 들려 주거나 단순히 다른 기기를 켜고 끄는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에는 이를 위해 AI '빅스비' 와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가 탑재돼 있다. 갤럭시 홈 미니가 성공하려면 이 AI와 IoT플랫폼이 높은 완성도와 폭넓게 연동할 수 있는 수많은 기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 스피커 개발이 경쟁사에 비해 늦은 만큼 빅스비와 스마트싱스 자체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무한정 투자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자체 AI와 IoT 플랫폼에 투자하느니, 하드웨어 혁신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초 정기 인사를 통해 IM부문 개발실장 출신에서 무선사업부 총괄 임원이 된 노태문 사장의 생각도 이런 쪽에 가까워 보인다.

그는 지난달 미국 갤럭시 S20 공개 행사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제조 혁신'을 꼽았고, 삼성전자가 잘 하지 못하는 '서비스'같은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마침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프리미엄 홈오디오 '사이테이션' 제품 일부 모델에 구글 AI를 탑재해 팔고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빅스비와 스마트싱스 기반의 갤럭시 홈 미니 개발을 포기하고, 하만의 구글 AI 기반 스마트 스피커 사업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 삼성전자는 다양한 기기와 연동한 스마트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로 일상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빅스비 AI와 스마트싱스 IoT 플랫폼을 활용했다. [삼성전자 웹사이트 캡처]

모바일 경쟁력 유지하며 스마트TV·가전과 시너지 추구할 수도

물론 세간의 관심이나 삼성전자가 내부 다른 조직과 진행 중인 협업을 고려하면, 갤럭시 홈 미니가 버려질 것이라 단정할 순 없다.

갤럭시 홈 미니의 출시를 기다려 온 국내 소비자들이 제법 있다. 이들은 지난달 삼성닷컴 웹사이트의 갤럭시 홈 미니 상품정보 페이지에 "출시가 기대된다"거나 "따로 사고 싶다"는 언급을 남겼고, 갤럭시 S20 구매 사은품으로 써 본 뒤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생각보다 괜찮다"고 평가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갤럭시 S20를 사지 않은 채 비공식 경로로 판매되고 있는 갤럭시 홈 미니만 따로 사서 쓰는 경우도 보인다. 네이버쇼핑이나 다나와 등에서 갤럭시 홈 미니를 검색하면 이를 판매 중인 비공식 판매 업체의 상품 정보와 구매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2년 전 선보였다가 조용히 묻어버린 갤럭시 홈과 달리, 갤럭시 홈 미니를 정식 출시하기 위해 공들인 흔적도 확인된다. 갤럭시 홈 미니에는 공식적인 제품 모델명(SM-V310)이 붙어 있고, 올초 사용설명서도 제작됐다.

▲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신제품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 이재승 삼상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 이달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 상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갤럭시 홈 미니의 출시 일정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갤럭시 홈 미니는 갤럭시 S20 시리즈 구매 사은품으로만 제공하고 있고, 제품을 정식 출시한 게 아니다"라면서 "(별도 구매가 가능한) 출시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홈 미니가 결국 출시될지 갤럭시 홈처럼 '흐지부지'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 제품이 없어도 삼성전자가 모바일 및 가전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빅스비와 스마트싱스 기술에 투자할 가능성은 남는다. 빅스비는 무선사업부의 모바일 AI로, 스마트싱스는 스마트가전의 홈 IoT 플랫폼으로 가치가 있다.

U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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