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한달 만에 정의당 압도…열린민주당 약진 이유는?

장기현 / 기사승인 : 2020-03-31 17: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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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친조국 마케팅…정의당 조국사태 당시 갈지자 행보에 반사이익
선거때 정의당으로 이탈했던 전통 민주 지지층에겐 새 대안으로 부각
손혜원 "25%까지 확보 가능"…전문가 "민주 견제에도 15~20% 가능"
열린민주당의 약진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8일 창당한 이 비례정당은 창당 한달 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을 동시에 넘어섰다.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손혜원 의원은 "보수적으로 봐도 25%까지 지지율 확보는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열린민주당 약진은 '친문(문재인)·친조국'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계의 효자'라는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끌어당겨 더불어시민당 표를 잠식하고, '조국 사태'를 두고 갈지자 행보를 보인 정의당에서도 이탈한 유권자들중 상당한 지지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견제구를 날리는 상황에서 초반 선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지지율 10% 상회…비례후보 8번까지 가능한 상황

▲ 열린민주당 정봉주·손혜원 최고위원이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열린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23∼27일 전국 성인 유권자 2531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조사한 결과, 열린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1.7%로 나타났다. 정의당(5.9%)과 국민의당(4.3%)을 합친 것보다 높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만을 바탕으로 5개 정당 득표율을 환산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예측해보면, 열린민주당은 8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현재 지지율대로라면 각각 2석 수준이다. 공천후보 순번을 보면 여성은 노무법인 하나의 한지양 노무사(7번), 남성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8번)까지 당선 가능권에 있는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은 선거 때가 되면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 진보와 일정 거리를 두며 중도로 이동했으며 정의당 등이 이 공간을 차지했는데 이번엔 이 공간의 지지층이 열린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문·친조국' 거물 공천 주효…손혜원 효과도 한 몫

▲ 지난 2017년 5월 11일 문재인(오른쪽부터) 대통령, 권혁기 당시 춘추관장,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뉴시스]

열린민주당의 초반 약진은 '친문·친조국' 인물의 등장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2번), 김의겸 전 대변인(4번)이 대표적이다. 엄 소장은 "비례전문정당인 시민당, 미래한국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등 비례대표 후보 중 가장 파괴력 있는 명단이 바로 열린민주당"이라고 평가했다.

열린민주당은 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친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근식 대표는 지난 8일 창당대회에서 "열린민주당의 성공으로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고, 손혜원 의원도 "우리는 (적자·서자가 아니라) 효자다. 당이 어려울 때 언제나 부모를 부양할 마음가짐이 있는 그런 효자"라고 말했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평가 '매우 잘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25.5%가 열린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57.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의당 6.2%를 멀찍이 따돌렸다.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메시지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엄 소장은 "특히 40대는 '묻지마 진보' 성향을 보이는데 '촛불개혁완수', '문재인을 지키겠다'는 메시지가 민주당 지지층을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린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손혜원 의원도 어느 정도 지지층을 끌어당기는 데 유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엄 소장은 "광고 전문가 출신인 손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만든 장본인으로, 이번엔 당색을 민주당과 정의당을 파고드는 파랑과 노랑을 섞는 등 홍보에서 탁월함을 보였다"면서 "마니아 층이 두터운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표 장사를 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정의당의 갈지자 행보에 실망한 유권자가 열린민주당으로 고개를 돌린 결과이기도 하다. 엄 소장은 "정의당은 전략적으로 조국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지지율을 지킬 수 있었다"면서 "'조국 수호'를 외친 국민이 40%가량 되는데, 조국을 버리는 것은 중도표 혹은 보수표를 얻겠다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시민당 반격 나서…결국 '제로섬'?

▲ 열린민주당 이근식 대표와 정봉주·손혜원 최고위원, 비례후보 경선참가자들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례후보 추천 경선 참가자 공개 및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열린민주당의 약진이 선거 당일 투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민당과의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즉 열린민주당의 '약진'은 역설적으로 시민당의 후순위에 배치된 민주당 출신 후보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지율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이해찬 대표가 열린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유사한 당명의 정당을 만들었는데,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고 언급한 것이나, 윤호중 사무총장의 "열린민주당은 우리 당과 상관없다"는 발언이 민주당 내 지도부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시민당은 '공동 선거운동'을 통해 반격에 나서 열린민주당의 상승세를 '찻잔 속 태풍'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윤 사무총장은 "민주당과 시민당이 각각 국난극복위와 선대위를 만들었는데, 양당의 합동 회의를 전국 권역별로 순회하면서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견제구에도 열린민주당의 약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엄 소장은 "시민당의 경우 민주당 출신 비례후보들이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당선권' 비례후보의 주목도가 열린민주당보다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민주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여 15%에서 20% 사이의 지지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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