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대화시간 늘어난 개학유예기간…자녀를 행복으로 이끌 말은?

UPI뉴스 / 기사승인 : 2020-04-03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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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 봄보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특수기간이다. 아마 올봄은 자녀에게 평생 기억될 소중한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창고에서 각종 놀이도구를 꺼내 블루마블 게임 등을 하고 노래방처럼 돌림노래를 해 보지만 시간이 남는다. 청소년들은 코로나19 감금 생활이라고 아우성친다.

▲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 시점에서 자녀와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면 어떨까. [셔터스톡]

이런 때 평소 자녀에게 하고 싶었으나 바빠서 못했던 말을 꺼내 보면 어떨까. 각 가정마다 자녀에게 강조하는 말이 한두 가지쯤 있다. '가훈'까진 아니더라도 꼭 지키고자 하는 중요한 점이 있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어찌 보면 잘 된 자식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강조한 점이 있지 않았을까. '자성예언'처럼 부모가 비전을 가지고 자녀에게 강조한다면 자녀는 부모가 바라는 모습으로 자라기 쉽다.

프론티어 정신을 말한 존 F. 케네디대통령이 나온 케네디가의 불문율은 '일등이 되어라'였다. '이등은 필요 없다.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철저하게 교육했다, 그래서 도전적이고 경쟁력이 강한 불굴의 정신을 갖춘 후손들이 나왔다. 록펠러의 어머니는 신앙심이 두터워 '기부하는 삶'을 강조했다고 한다. 록펠러는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하는 부자가 되었다. 부모교육으로 정치적인 명문가, 경제적인 자산가를 만든 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무엇을 이루라.'고 하는 점보다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이다.

어느 가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녀에게 어려서부터 '의사'가 되라고 강조했다. 의대를 가면 인생의 성공이 보장 된 듯이 가르쳤다. '네가 의대만 합격한다면…….' 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말했다. 후에 그 자녀가 부모의 소원대로 의대를 합격했는데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네, 이제 합격해주었으니 병원만 차려주시면 돼요."

그 말을 듣는 부모의 심경은 어땠을까. '의대'라는 말에 다른 소망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달성하면 효도를 다했다고 여기기 쉽다. 그래서 출세한 자식이 진정한 효자가 되기 어려운 모양이다. '부모가 소원하는 출세를 했으니 효도를 다 했다.'고 여기고 자기만을 위한 삶을 이기적으로 사는 자식 이야기가 드물지 않다. 꼭 효도가 삶의 목표는 아니더라도 남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진정 자녀를 행복으로 이끌게 하는 좋은 말은 어떤 말일까. '무엇을 달성해라.'는 목표지향적인 소망보다 가치 있고 보람된 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말은 '당장 뭐하라'는 말도 아니니 자녀가 부담을 덜 가지게 되고 차분히 생각해보게 된다.

"남을 돕는 사람이 되어라." / "정직한 사람이 되어라."
"즐겁고 유머 있는 사람이 되어라." / "어떤 자리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이런 말을 평소 부모가 한다면 자녀는 평생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말들은 완벽한 경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뿐더러 도달하기 쉽지 않다. 부모가 바라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정진하고 자신을 단련해갈 수밖에 없다. 명문대 입학, 고소득전문직 종사자, 고액연봉자, 유명스타, 각 분야의 전문가 등 사회에서 선망하는 목표를 이루려 노력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부단히 절제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익히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자칫 이런 이야기는 지나치게 무겁고 교훈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 시점에서 자녀와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면 어떨까.

'오전에는 산의 동쪽을 산책하면 빛이 환하고, 오후에는 반대쪽 등성이를 걸으면 볕을 쪼일 수 있다. 자기 그림자가 가장 길어 보이는 시간은 하루에 어느 때쯤일까. 진달래가 푸른 소나무와 섞여 피어있는 게 보색관계인데 참 아름답다. 나무의 새싹은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솟아나네. 동네의 낮은 지대에 개나리는 이미 졌는데 높은 언덕의 학교 담장에 개나리는 한창이네. 아침 일찍 앞집 옥상으로 날아오는 새는 까마귀고, 그 다음은 까치, 가끔 낮엔 직박구리가 찾아드네.'

이처럼 꼭 깊은 산속에 가지 않아도 그 동안 보지 못한 자연의 이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밥상에 오르는 봄나물을 그 산지를 떠올리며 맛보는 일은 어떤가. 딱따구리 소리를 듣고 놀라는 어린 아이의 표정을 이야기해 본다. 자전거 타고 갈 때와 걸어갈 때 풍경이 다르게 느껴지는 점, 서로 거리두기 하느라 비껴가는 사람들의 예의바른 모습도 좋은 대화거리 아닐까. 이런 대화는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각종 스펙을 장식할 기록을 준비하느라 바쁠 땐 나누기 힘들었던 내용이다. 이제 얼만 안 남았기를 바라는 코로나 휴학기간을 이런 대화들로 이어간다면 좋을 듯하다.

동네 뒷산에 오르면 어린 자녀와 함께 산책하는 젊은 아빠들이 보인다. 아들이 자꾸 묻는다.

"아빠, 이 풀들 중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어떻게 구별하는 거야?"/"이름 있는 풀을 찾으면 돼."

"이거 이름은 뭐야?"/"철쭉"

"언제 피어?"/ "지금처럼 따뜻하면 사월 중순 쯤 피겠지."

하고 정성껏 답하고 일러주는 아버지. 부모는 어떤 상황에도 자녀를 가르치고 돕는데 정성을 들인다. 그 옆으로는 세 모녀가 나와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꽃잎 수를 세고 있다. 어린이집 가방을 등에 메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하오의 산책을 하러 나온 아이도 있다.

평소 무료하던 산은 신이 났다. 동네 사람들이 제 품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거리는 모습이 흐뭇할 게다. 마스크를 썼다가도 산등성이에 오르면 시원하게 공기를 마시는 사람들을 산은 기꺼이 안아준다. 산 공기를 들이마시며 희망을 발견할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하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UPI뉴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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