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공룡여당'의 역설…'협치' 중요성 오히려 커졌다

장기현 / 기사승인 : 2020-04-18 18: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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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이후 첫 '5분의 3' 차지…개헌 빼고 모든 입법 가능
민주당 "열린우리당 경험 반면교사"…내부 단속에 '분주'
"'이낙연 대세론' 되면 문정부 후반 친문-비문 갈등 불가피"
"정의당 물론 통합당과 선거법 등에서 '대화와 타협' 필요"
4·15 총선에서 '공룡여당'이 탄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까지 더해 180석을 차지했다. 전체의석(300석)의 5분의 3을 차지한 것이다.

이로써 여당은 개헌 빼고 모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전체의석의 3분의 2(200석)가 필요하다. 
 
힘을 가졌다는 게 '일방 독주'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는 건 아니다. '권한'엔 그 만한 '책임'이 따른다. 정당사에서 거대 여당이 독주하다 역풍을 맞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거대여당의 탄생으로 '협치'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선진화법 제약 뛰어넘어…'단독 패트 처리' 가능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판에서 경기도 의정부시갑에서 당선한 오영환 후보의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선거대책위원장, 이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뉴시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획득한 180석은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선거에서 한 정당이 차지한 최다 의석이다. 의석 비율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전에 전체 의석수에서 60% 이상을 차지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제 2·5·6·7대 총선에서 당시 제1당은 각각 60.0%, 75.1%, 62.8%, 73.7%를 차지한 바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60% 넘는 의석을 확보한 경우는 없었다. 1988년 4·26 총선에서 민주정의당은 전체 299석 중 41.8%인 125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민정당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로 국정 운영에 난항이 계속되자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을 합치는 '3당 합당'을 통해 전체 299석 중 72.9%인 218석의 절대다수 여당인 '민주자유당'을 탄생시켰다.

민주당이 차지한 180석은 전례 없는 정치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우선 의석수 '180석'은 사실상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 여야의 견해차가 커서 상임위 처리가 어려운 쟁점 법안도 180명만 있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원 구성부터 강력한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당장 제1당에 돌아가는 국회의장 자리를 비롯해 교섭단체 소속 의원 비율에 따라 배정되는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18개 중 약 12개를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을 비롯해 각종 입법 처리를 위한 최종 관문인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오는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과제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당면한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위기 극복 활동에 집중할 동력도 생겼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압도적 힘이 21대 국회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 독주는 야당 반발과 민심 이반을 야기할 수 있다. 거대한 힘은 치명적인 독도 품고 있도 셈이다. '협치'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문 정부 후반의 또 다른 변수…'친문 vs 비문' 의 당내 갈등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 총선 당일인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서 치러진 17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17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17대 총선 압승 이후에 지지율이 급락해 결국 정권을 잃었던  '트라우마'를 소환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과반(152석)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개혁입법에 실패했다.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법안, 과거사 진상규명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한나라당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했어도, 야당의 저지앞에서 과반의 힘은 무력했다. 당시 국회의사당은 '무법천지'였다. 법은 만드는 곳에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이낙연 당선인도 "이 대표가 과거 (열린우리당의) 아픈 경험을 말했다. 그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여당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여당 내부의 갈등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2년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친문과 비문의 대립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 갈등을 조율하는 데 실패하면 거대 여당이 레임덕을 막는 것이 아니라 당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표는 "호남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밀어준 건 '호남대망론'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작동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를 잇기 위해서는 문재인과 이낙연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게 발전해 '호남 대망론'에서 '이낙연 대세론'으로 바뀌면, 당내에서는 '이낙연파'와 '친문직계파'로 갈릴 수 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이 정의당은 물론 통합당과도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은 사법 권력을 제외하고 입법·행정·지방까지 모두 쥔 거대 권력이 됐다"며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야당을 제압하려는 모양새만 보여도 역풍을 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통합당도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난 패스트트랙 대치와 달리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왜곡으로 의석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진보적 의제를 두고 공유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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