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투표' 18세 표심 보니…정치지형 보수 회귀는 '불가능'

장기현 / 기사승인 : 2020-04-21 16: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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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62.3%, 통합당 24.6%…범진보 진영에 표심 몰려
전문가 "586시대정신 공유한 50대 부모 진보성 되물림"
"경제 양극화를 복지확대로 대체하라는 사회인식 반영"
4·15 총선은 바뀐 공직선거법에 따라 만 18세가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 선거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복판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18세 유권자 54만8986명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지난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수원시 청소년 성문화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첫 투표를 마친 조원고등학교 3학년인 만 18세 학생 유권자들이 투표 확인증을 들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뉴시스]

만 18세 유권자의 표심을 들여다보면 이번 총선을 통해 한국 정치지형의 구조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은 보수 진영이 아닌 진보 진영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이 변화는 되돌리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그것이다.

'18세 유권자'의 선택은…민주당과 시민당

지상파 3사의 총선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역구 선거에서 만 18세 유권자 2974명 중 62.3%가 민주당에, 24.6%는 통합당에 표를 던졌다. 정당투표에선 38.2%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17.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정의당에 표를 줬다는 응답도 15.6%로 조사됐다.

남녀로 구분해보면 만 18세 여성은 시민당(41.6%), 정의당(16.9%), 한국당(13.7%) 순으로, 남성은 시민당(34.5%), 한국당(21.3%), 정의당(14.1%) 순으로 지지를 보냈다. 여성이 남성보다 시민당 지지율은 7.1%p 높고, 한국당 지지율은 7.6%p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지상파 3사 총선 출구조사 [SBS 8시뉴스 캡처]

만 18세 유권자들이 시민당과 정의당, 즉 진보 성향의 정당에 준 표만 해도 절반이 넘는다. 여기에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인 4.4%를 더하면 60%에 육박한다. 

18세 유권자를 뺀 20대(19세 포함) 유권자들도 시민당(35.7%), 한국당(23.1%), 정의당(12.4) 순으로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대의 56.4%가 민주당에 지지를 표했고, 통합당에 대해서는 32%가 지지를 보내는 데 그쳤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대거 '무당층'에 머물던 20대(만 18세부터)들이 결국에는 여당인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생애 첫 투표를 한 18세 유권자들은 지식과 경험보다는 직관과 정의를 기준으로 '가장 순수한 투표'를 했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20대의 '신보수화'의 직접적인 영향이 아직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는 또 "아직 이념과 진영이 뚜렷하지 않은 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또래·언론'"이라고 언급하며 "특히 부모의 정치적 성향을 자식들이 자연스레 흡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모 세대 '50대 유권자'도 범진보 성향 '변화'

이처럼 만 18세 유권자들의 두드러진 진보 성향 정당에 대한 투표는 부모 세대인 50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총선도 '표심 바로미터'인 50대 유권자의 선택이 전체 총선 판세를 결정했다.

4·15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구 선거에서 50대 유권자 중 민주당을 찍은 비율은 49.1%, 통합당에 투표한 비율은 41.9%다. 이는 지역구 투표의 정당별 득표율(민주 49.9%, 통합 41.5%)와 거의 일치한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청소년수련관 체육관에 마련된 목1동 제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한국은 20~40대는 진보 성향 정당을, 60대 이상은 보수 성향 정당을 선호하는 '세대 투표' 경향이 큰 정치지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20대의 56.4%, 30대의 61.1%, 40대의 64.5%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반면, 60대 이상에서 통합당을 지지한 비율은 59.6%에 달했다.

다만 과거 범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던 50대는 이제 범진보 성향으로 바뀌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TK(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광역단체장들이 50대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이는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태생)가 시대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경험해 이념 면에서 진보적 주장에 거부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과거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경험한 진보화된 50대 유권자들이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면서 정치지형 또한 진보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언급했다.

엄 소장은 "50대는 영향력뿐만 아니라 인구수도 가장 많아, 자연스레 진영 구도 자체가 진보적으로 변한 것"이라며 "경제 양극화가 수십 년간 고착화돼 '시장 실패'를 '복지 확대'로 대체하려는 사회 인식이 확산되는 한, 이 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18세 유권자들의 진보 성향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엄 소장은 "만 18세 유권자들은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받은 진보성을 이번 선거에서 표출했다"며 "이들의 첫 정치 경험은 부모들의 성향과 가치관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도 "이번 총선에서 18세의 표심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 쪽으로 기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진보 성향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들 개인이 겪는 사회적·정치적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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