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뽑은 강남갑 표심, 무얼 기대했나…안보? 종부세?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20-04-22 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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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갑, 부동산·세금 문제에 민감…'조세저항' 표심 파고들어
"태구민은 경제 전문가 아냐"…외교·안보·북한 정책 기대감도
"대북정책 속속들이 알고 있을 듯" vs "오히려 남북관계 걸림돌"
"태구민이 종부세를 알긴 아나."

21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 푸르지오' 앞에서 만난 임영현(67·남) 씨는 태구민 당선인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퇴직 공무원이라는 임 씨는 "여기 사람들이 전부 조세정책 때문에 태구민을 뽑았다고 하는데 경제는 그 사람이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보다는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북정책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강남갑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탈북 외교관(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태구민(태영호·58) 당선인의 지역구가 된 서울 강남갑엔 △ 압구정동 △ 청담동 △ 논현 1·2동 △ 신사동 △ 역삼 1·2동이 속해있다. 강남구 안에서도 '보수 색채'가 강한 곳이다. 고가 주택이 많아 부동산·세금 문제에 민감하다. 태 당선인이 공약 1호로 종합부동산세 개정을 내세운 이유일 것이다.

태 당선인은 선거 운동 당시 "강남을 짓누르고 있는 부당한 종부세 개정안을 준비하겠다. 재건축 허용 문제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태 당선인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반감을 품은 강남 표심을 제대로 파고들었다고 해도 탈북자인 그의 당선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생경하다. 대한민국 보수의 심장에서 탈북자가 민의를 대변할 선량이 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총선 출마부터 당선 이후까지 논란이 이어지는 것도 그래서다. 만약 그가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후보로 강남갑에 출마했다면 어땠을까. 색깔론 공세와 미성년 강간 의혹 제기 등 보수언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일찌감치 '전사'했을 것이다. 그는 통합당 공천을 받았기에 통합당 텃밭에서 당선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게 한국 정치판에서 뚜렷한 기준 없이 네편,내편 갈라 싸우는 '당파성'은 지독하다. 

총선 이후 인터넷상에서 '력삼동' '신론현' 등 북한식 표기법을 차용한 패러디가 넘쳐나고 "강남에 탈북민 아파트 의무비율을 법제화해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한 것은 그런 당파성에 대한 풍자다. 

투표에 참여한 강남갑 유권자 10만4485명(투표율 62.4%) 중 58.4%인 6만324명이 그를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는 4만935표(39.6%)를 얻는데 그쳤다.

이런 논란 속에서 강남갑 주민들은 태 당선인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현장에서 강남갑 민심을 훑어보니 외교·안보·북한 문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남북문제가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되고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양극단 진영논리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만만찮았다. 

역삼 2동 길섶 근린공원에서 만난 박찬영(71·남) 씨는 태 당선인을 향해 "국제 관계를 잘 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씨는 "태구민 씨는 북한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북한에 부족한 것을 보충할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섶 근린공원 건너편에 있는 보은 근린공원에서 만난 윤형민(53·남) 씨 역시 대북정책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과 무조건 싸워서 이기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경쟁해야 할 부분도 있고 지원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평화 정책은 안 된다. 옥석을 잘 가려 대북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도산공원에서 만난 이회영(54·여) 씨는 대북정책 변화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태구민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냐. 경제든 안보든 혼자하긴 역부족"이라며 "인물도 보긴 봤지만 당을 보고 뽑았다. 좌파가 득세하는 세상이니 균형을 위해 통합당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젊은층에선 태 당선인이 오히려 남북관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왔다. 도산공원에서 만난 장현용(31·남) 씨는 "오히려 태 당선인이 남북관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을 도발시킬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태 당선인 때문에 남북문제가 끊임없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남게 될까봐 걱정된다"며 "이왕 됐으니 남북 평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한 미래통합당 태구민 후보. 선거운동기간인 2일 압구정역 현대아파트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부동산문제와 조세정책에 기대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언주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서영숙(46·여) 씨는 태 당선인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들 세금 생각하고 뽑은 걸로 알고 있다"며 "그 부분에 주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씨는 "누가 세금 더 내는 걸 좋아하겠나. 서양 사람들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념이 있으면 좋을텐데 우리나라 사람들 심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종부세를 조금 줄여줬으면 좋겠다. 강남구민들이 무조건 내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며 "태구민 당선인이 여러 경제전문가들이 잘 협의해서 조정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곳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여기는 당연히 재건축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며 "탈북자가 북한에 대한 인사이트는 있을지 몰라도 재건축에 대해선 뭘 알겠냐. 별로 기대 안한다"라고 말했다.

태 당선인을 향해 각종 의혹들을 해명하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청담동에서 30년 넘게 거주 중이라는 김민하(34·여) 씨는 "부모님이 무조건 사람 안보고 보수당 찍는다고 하는 데 대한 반감도 있고, 태구민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서 도저히 태구민은 뽑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성년 강간 의혹 같은 소문에 대해 일일이 해명해줬으면 좋겠다. 북한 내 행적부터 탈북·망명 과정까지 각종 의혹이 제기된 문제들을 해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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