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칼럼] 국회의원 태구민이 가야할 길

이원영 / 기사승인 : 2020-04-23 1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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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정치인 행보에 기대와 우려 교차
북한 실정 잘 아는 전문가 자질 살려서
진정한 남북 화해·협력 전도사 되어야
태구민(구명 태영호) 당선자는 요즘 마음이 좀 복잡할 것 같다. 탈북민으로서 대한민국 지역구에서 경쟁해 당선됐다는 뿌듯함 한편으로는 그를 향한 조롱과 불편한 시선에도 신경 쓰일 것이다.

태구민이라는 인물에 반해서 선택했다기보다는 보수 성향의 부유층 유권자들이 단지 현 정부에 대한 반발심리로 그를 뽑았다는 분석에도 썩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태 당선자가 속한 미래통합당이 완패한 것도 마음을 무겁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겠으나 '국회의원 태구민'의 자질과 향후 행보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

총선 전부터 제기된 미성년자 성폭행과 공금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두자. 당장 조사를 할 수도 없으려니와, 한국정부도 입을 다물고 있는 데다 유권자들이 그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표를 주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이 문제를 더 거론하는 게 부질없어 보인다.

어찌 됐든 이제 '정치인 태구민'이다.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다. 그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스타 정치인'이 될 잠재력도 다분하다. 누구보다 북한을 잘 아는 차별화된 콘텐트를 가진 장본인이기에 그렇다.

한국엔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북한에서 부대끼며 살아본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책으로, 잠시 방문으로 쌓은 지식이 전부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식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여기에 있다. 그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태 당선자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북한 전문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이 지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태 당선자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많은 탈북 운동가들이 '반북' '반김정은' 기치를 들고 북한정권 규탄에 앞장서고 있다. 어느 탈북자들은 방송이나 강연을 통해 북한정권을 희롱하거나 비난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일부 탈북자들의 '반북' 활동은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생존 방식이 되어버렸다.

탈북민들이 늘어날 때 언론들은 '미리 온 통일'이라며 반겼다. 이미 3만 명을 훌쩍 넘어선 지금, 탈북민들이 '미리 온 통일'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반북·반공·반김정은 목소리만 더 크게 들린다.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자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과연 남북화해와 협력을 통한 통일의 길에 씨앗이 뿌려질까. 통일의 길은 적대적 관계의 확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이해와 존중에서 나오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적대적 관계 속에서 바라는 통일이란 한쪽의 파괴를 통한 일방흡수의 길밖에는 없다. 북한을 멸망시켜서 흡수통일하자는 세력은 이제 많지 않다. 그 길은 대결과 전쟁을 부르는 길임을 잘 알기에 그렇다.

태구민 당선자는 큰 정치인의 길을 가길 바란다. 본인은 북한정권과 어떤 악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그 관계를 넘어서길 바란다. 북한정권과의 관계에만 매달린다면 그저 그런 '반북 운동가'의 한 사람에 머물 것이다.

'국회의원 태구민'은 좀 달랐으면 한다. 북한을 잘 모르는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는 '살아있는' 북한전문 정치인이 되었으면 한다. 북한사회 비판은 차고 넘친다. 우리가 보지 못하던 북한사회의 실상을 알려달라. 필요하다면 북한체제의 장점도 자랑하라. 그런다고 누가 당신에게 '종북'이라고 손가락질하겠나. 어느 사회든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는 법이니.

'북맹'이란 단어가 있다. 북한에 관해서 너무 모른다는 의미다. 남한의 북한 인식 수준이 그렇다는 말이다. 정치인 태구민은 '북맹'에 갇힌 한국인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화해와 협력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태구민 국회의원'은 강남갑 지역 유권자들만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에게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엘리트의 길을 걸어오면서 '조선'에 충성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에 충성하라. 그 길이 과연 '반북·반공의 선봉'에 서는 길일까,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때다.

▲ 이원영 사회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사회에디터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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