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는 거의 보수 꼰대? 그러지 마, 우리도 진보 많아"

장기현 / 기사승인 : 2020-04-29 17: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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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 항거·민주화운동 거친 베이비부머
총선 표심 '586세대' 60대 진입으로 진보성 강화
"60대가 70,80대와 함께 '60대 이상'으로 한데 묶이는 게 마뜩잖다."

자영업자 백창오(60) 씨는 "60대 이상이 얼마나 많은데 저런 구분은 60대를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 씨는 "친구들을 보면 미래통합당에 투표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진 친구들도 나를 포함해 꽤 많다"며 "60대만 떼어 보면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청소년수련관 체육관에 마련된 목1 제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현재 60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로, 70년대 학번과 정확히 일치한다. 올해 만 60세가 된 백 씨 또한 79학번이다. 이들은 과거 60대보다 생활·교육 수준이 현저히 높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뿐 아니라 '과'도 몸소 경험했다. 아울러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태생)'도 60대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의 60대는 어제의 60대와 다르다"

'60대 이상' 급증은 통합당에 유리? '60대'는 다르다

21대 총선에서 '60대 이상' 유권자가 총선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명부(4월 3일 기준)에 따르면 60대 이상 유권자는 1201만 명(27.3%)으로, 20대 총선(984만 명)보다 217만 명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60대는 644만 명(14.6%), 70대 이상은 557만 명(12.7%)으로, 60대 이상이 명실상부한 '슈퍼 유권자'로 자리매김한 것을 알 수 있다.

60대 이상 유권자의 힘은 이번 총선에서도 확인됐다. 지상파 3사의 총선 당일 출구조사 결과, 지역구 선거에서 60대 이상 유권자 중 민주당에 투표한 비율은 32.7%, 통합당을 찍은 비율은 59.6%로 나타났다. 통합당의 지지가 과반인 세대는 60대 이상이 유일했다. 20대의 56.4%, 30대의 61.1%, 40대의 64.5%, 50대의 49.1%가 민주당을 지역구 선거에서 지지했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늘어났다는 점은 일단 통합당에 유리한 변수로 해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1명을 상대로 조사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모든 세대 중 유일하게 60대 이상 유권자 사이에서만 통합당 지지율(37%)이 민주당(33%)보다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52%)도 60대 이상에서 가장 낮았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가운데)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방역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조정식 정책위의장(왼쪽), 김진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다만 세대별로 지지 정당이 갈리는 '세대 균열' 현상이 최근 들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대 총선에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39.9%)보다 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야3당(53.7%)을 지지한 50대의 일부가 4년 만에 60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진보 성향이 강한 '586세대'가 60대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60대 '묻지마 보수'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출구조사를 보면 60대 이상에서 민주당 지역구 후보가 33%를 득표했다"면서 "이를 세분화하면 60대에서 38~40% 정도를 얻었고, 70대 이상에서 25~27% 정도 얻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달리 60대가 '6대 4(민주당)' 구도로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현재의 60대는 과거의 60대와 다르다"며 60대의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60대는 한국전쟁을 직접 겪어 냉전적 사고가 남아 있는 세대로, 보수 정당의 '종북', '빨갱이' 논리가 먹혔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60대는 상대적으로 학력수준이 높아 사회 비판의식이 뛰어난데, 이들에게 시대와 동떨어진 극우적인 얘기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60대, 보수성 흔들리게 될 것…70대 이상과 구분해야"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60대 유권자의 변화를 '연령 효과'(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경향)보다 '코호트 효과'(특정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로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60대 이상의 보수 성향은 여전히 진보 성향을 압도한다"면서도 "60대 내부에서 진보 색채를 보이는 숫자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20대 당시 군부독재와 민주화운동을 경험하고, 40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이 60대로 편입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60대의 보수성은 더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경제·안보는 보수가 낫다'는 공식을 최근 보수 정권이 증명하지 못하면서, 60대의 진보성을 높아진 요인도 있다고 부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60대 중에서도 60대 초반은 50대 후반과 맞닿아 있어 공유하는 경험과 정서가 상당하다"며 연령보다 코호트에 분석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엄 소장은 "한국의 특성상 지역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호남의 60대는 영남의 50대보다 진보적이고, 반대로 영남의 60대는 호남의 50대보다 보수적이다"라고 '지역 효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당일인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원효로 제2동 제3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시스]

이처럼 60대가 70대 이상의 정치 성향과 구분되면서 기존의 연령별 구분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고령화 추세에 맞춰 60대 이상 유권자를 '60대'와 '70대 이상'으로 분류해 집계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비롯해 총선 당일 출구조사는 아직 60대와 70대 이상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엄경영 소장은 "60대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으로 묶여 있어 출구조사 등을 쪼개서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이는 고령화에 따른 60대 이상의 인구 증가로 인한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해외에서는 연령을 단순히 10년 단위로 끊지 않고 코호트 기준으로 나누기도 한다"면서 "60대 이상의 인구변화에 따른 세대별 정치적 성향을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60대와 70대 이상으로 나누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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