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정은 건재' 어떻게 알았나

김당 / 기사승인 : 2020-05-04 13: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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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보전 양상…한미 정보당국, 정찰자산 총동원해 '표적' 감시
미국 '키홀' 첩보위성 1대에 10억 달러…U-2S기 지름 10㎝ 식별
한국 '금강정찰기' 보완 위해 '글로벌 호크' 도입, 30㎝까지 식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북한 매체에 '산 채로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달 11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이후 20일 만이다.

▲ 김정은 위원장이 5월 1일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 끊고 공장을 시찰하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20일 넘은 잠적은 올해 2월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 태양절(4. 15, 김일성 생일)에만 김 위원장이 참배한 영상이 공개되지 않자 신변 이상설과 급기야 사망설까지 불거졌다.

 

그러자 청와대측은 "한미 정보 당국이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 특각(별장)에서 승마를 하고 제트스키를 타는 모습을 확인했다"(28일)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지난 26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월) 13일 이후 원산에서 머물고 있다"면서 "그는 살아있고 건재하다(alive and well)"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2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은 기술정보를 포함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평가를 한 것"이라며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휴민트(HUMINT)와 테킨트(TECHINT) 융합으로 '코로나 피해 원산 체류' 확정

 

이처럼 정부측 인사들이 김 위원장에게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 양국이 연합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표적'에 대한 정찰감시 활동을 벌인 덕분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표적의 코로나19 피해 지방 체류'라는 휴민트(HUMINT·사람을 통해 수집한 인적 정보) 첩보와 테킨트(TECHINT·인공위성과 정찰기 등을 활용한 군사기술 정보)로 수집한 '원산 특각(별장) 특이 동향' 정보를 융합해 '김정은 코로나19 피해 원산 체류 중'이란 정보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4월 30일 구글어스를 분석한 결과, 원산 특각은 동쪽으로는 동해와 접해 있고, 남과 북으로는 강이 흐르는 삼각주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바다와 두 강의 다리를 건너지 않고는 특각에 접근할 수 없게 요새화 돼 있다.[구글 어스 캡처]


북한에 연고를 둔 휴민트에는 한국이 앞서지만, 미국이 앞선 테킨트에는 시긴트(SIGINT·각종 신호 정보)와 코민트(COMINT·통신 감청 정보), 이민트(IMINT·영상 정보)가 두루 포함된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을 계기로 정찰자산을 총동원한 것이다.

 

국방정보본부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한반도 주변국 군사용 정찰위성 운영 현황'에 따르면, 미국은 △통신 42기 △위치/시간 측정 31기, 기상 6기 △정보감시정찰 15기 △전자정보/신호 27기 △우주감시 6기, △조기경보 7기 등 총 134기의 위성을 운영 중이다. 일본은 △광학 영상 2기 △레이더 영상 4기 등 정찰위성 6기를 운영 중이다.

 

역시 국방정보본부가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주변국(미, 일, 중, 러) 대북 정찰자산 현황'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주한 미공군이 △정보감시정찰기부대 U-2S 1개 비행대대를 운영 중이고, 주일 미공군은 △정보감시정찰기부대 RC-135 1개 비행대대와 △RQ-4A 1개 UAV 비행편대를 운영 중이다.

 

일본의 경우 항공자위대가 △신호정보수집기(YS-11EB) 4대를 운영 중이고, 해상자위대는 △신호정보수집기(EP-3) 5대 △해양관측함 3척 △음향 측정함 2척을 운영 중이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찰자산 

요컨대 국방정보본부에 따르면, 미측은 △정찰위성(영상) △U-2(신호/영상) △RC-7B(영상) △RC-12(신호) 등의 감시정찰 자산을 운용 중이고, 우리 측은 △RC-800B(신호) △RC-800G(영상) △RF-16(영상) △UAV(영상) 등의 감시정찰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미 정찰자산의 운영체계와 정보획득 비중을 포함한 세부 내용은 한-미 연합비밀에 해당된다. 다만 일부 내용은 무기체계의 작전요구성능(ROC)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져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첨부한 이란 로켓 발사대 사진. [트럼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로켓 폭발 흔적이 관측된 것과 관련해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발사장 모습이 담긴 고해상도 이미지를 공개해 '미국의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에도 "미국은 북한을 인치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We know every inch of that country)"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We see it unblinkingly)"고 한발 더 나갔다.

 

이런 언급은 미국을 정보력을 과시하는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더러 협상 결렬을 핑계 삼아 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에 나서지 말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공개 경고였던 셈이다.

 

미국 정보력의 핵심 '키홀' 첩보위성과 영상∙신호 정찰기들

 

미국 정보력의 핵심은 이른바 키홀(Key Hole, 열쇠 구멍)로 불리는 첩보위성이다. 초정밀 디지털카메라와 야간 촬영도 가능한 적외선 탐지기를 갖춘 신형 키홀은 1대당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고가 장비다.

 

첩보위성은 매일 14~15차례 정도 지구를 돌면서 하루 1번꼴로 북한 상공을 촬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는 600㎞ 고도에서 활동하지만 필요한 경우 300㎞까지 고도를 낮춰 영상 해상도를 높이기도 한다. 미국은 이런 첩보위성을 동시에 여러 대 운용하지만, 움직이는 표적에 대한 실시간 감시는 어렵다. 또한 위성이 북한 상공을 도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위장을 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

 

▲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 공군 정찰기 RC-135U 컴벳 센트, 전략정찰기 E-BC 조인트스타즈, 고고도 정찰기 U-2S 레이디 드래곤, 주한미군 다기능정찰기 EO-5C 크레이지 호크 [미 공군, 위키피디어]


그래서 정찰기를 띄워 위성의 공백을 메운다. '레이디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고고도 전략 정찰기 U-2S는 휴전선 인근에서 최대 7~8시간씩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2-S는 15~20㎞ 고도에서 150㎞ 떨어져 있는 지역의 사진을 찍는다. 고해상도 영상장비는 지름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지난 4월 1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깜짝 트윗'으로 2호기의 한국군 인도 소식을 전해 화제가 된 고고도 무인 정찰기(HUAV) RQ-4 '글로벌 호크'는 20㎞ 고도에서 24~36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200㎞ 떨어져 있는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정찰할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배치된 E-8C 조인트 스타스(J-STARS)는 250㎞ 떨어진 상공에서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감시하는 조기경보통제기이다. 북한 도발이 임박했을 때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지상감시 전용 정찰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한 이동형 발사대(TEL) 움직임을 살핀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에는 적외선 센서와 광학 카메라, 첨단 통신설비를 갖춘 RC-135S 코브라 볼(Cobra Ball) 정찰기가 탄도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고 영상도 촬영한다. 지난 2003년 3월 2일, 가네다 기지에서 이륙한 코브라 볼이 원산에서 240km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찰 활동을 벌일 때 북한의 미그-29기와 미그-23기 등 4대의 전투기가 15m까지 근접한 적이 있다.

 

미국, 원산 지역 통신∙교신 집중 감청해 '표적' 감시

 

이번에도 미국 상업위성 촬영을 통해 원산에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정차된 모습이 여러 차례(4월 21일, 23일, 29일) 포착됐다. 하지만 북측도 최고 지도자의 동선 추적을 피해 복수의 열차를 운행하거나 위장하기 때문에 영상정보만을 갖고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신호∙감청 정찰기를 투입한다.

 

주한 미 육군의 RC-7B(영상) 정찰기는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발진해 RC-12(신호) 기체와 팀을 이루어 매일 수시로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을 비행한다. 동체 아래 원형의 지상감시 레이더(HI-SAR)로 휴전선 일대 북한군 포대를 감시(왕복비행거리 1200km)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RC-135V/W 리벳조인트는 가장 한반도를 자주 찾는 미 공군 특수 정찰기이다. 리벳조인트는 550㎞ 범위 안에서 전자정보와 통신정보를 공중에서 가로챌 수 있다. 미 공군은 리벳조인트 17대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27일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된 RC-135U 컴뱃센트는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의 전자파와 전자신호를 포착해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 주한미군 501정보여단 3대대 장병들이 RC-12X 가드레일 정찰기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501정보여단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소리(VOA)는 29일 '에어크래프트 스폿' 등 군용기 추적 트위터 계정들을 인용해 J-STARS가 지난 14일 한반도 상공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14일부터 27일 사이 총 8일 간 출격했다고 보도했다. VOA는 또 'RC-12X 가드레일'이 여러 대가 한꺼번에 한반도 북동쪽 상공을 향한 모습이 관측됐다면서 27일에는 가드레일 5대가 출격해 이 중 2대가 강원도 상공을 비행한 뒤 되돌아갔다고 덧붙였다.

 

가드레일은 주한미군 501정보여단 3정보대대에 10대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청 거리가 370㎞ 수준인 가드레일은 북한 지역의 통신∙교신을 감청한다. 통상 1~2대가 운용되던 가드레일이 27일 하루만 5대가 뜨고, 그 중 2대가 강원도 상공을 비행했다는 것은 원산 지역의 통신∙교신을 집중 감청해 '표적'을 감시했음을 의미한다.

 

한국군 독자 대북감시 정찰위성(5기) 확보계획 '425사업'

 

이에 비해 한국은 미군이 제공하는 영상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이 자체 운용하는 인공위성 해상도는 1m 수준으로 미군 첩보위성에 비하면 해상력이 한참 떨어진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전에 탐지해 선제 타격한다는 '한국형 킬 체인(Kill Chain)'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군 독자 대북감시 정찰위성(5기) 확보계획인 '425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하에 체계개발 중인데 2022년까지 EO/IR(전자 광학·적외선) 위성 1기, SAR레이더 위성 4기를 전력화 예정이다. SAR 위성은 주야간과 비가 오는 때에도 북한 전역을 전천후로 정찰할 수 있어, 전력화가 되면 북한을 2시간마다 정찰할 수 있게 된다.

 

미사일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650~700km 고도에서 15~30cm급의 해상도를 가진 정찰위성이 필요하다. 해상도 30cm(사진 1픽셀의 크기가 가로 세로 30cm)의 정찰위성을 전력화하면 '한국형 킬 체인'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425사업'의 군용 정찰위성 30cm 해상도는 글로벌 호크, U-2 정찰기의 해상도이다.

 

▲ 한국 공군이 운용할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2호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위터 캡처]


정찰기로는 북한 영공의 깊숙한 내부까지는 정찰이 불가능하지만 정찰위성은 가능하다. 한국군의 RC-800G 금강 정찰기는 최대 180㎞(금강산)까지 영상을 촬영할 수 있어 정찰 범위가 휴전선 부근에 그친다. 우리 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RQ-4) 2기를 도입했다.

 

해리스 대사의 깜짝 트윗으로 2호기 도입 사실이 공개되자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판문점 선언 2주년인 27일 '글로벌 호크'를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을 두고 "첨단 무장장비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목적은 유사시 (북한을) 선제타격 하자는 데 있다"며 "외세와 함께 동족을 향한 침략전쟁 책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공언한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백두정찰기 띄울 때, 북한도 다수의 신호정보 수집기지 평양~원산 이남에 운용

 

미군이 가드레일은 띄운 날 우리 공군은 이날 RC-800B 백두정찰기를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정찰기는 '호크 800XP'라는 민간 항공기를 개조한 신호정보(SIGINT) 수집 정찰기다. 지상 13km 고도에 오르면 비무장지대에서 백두산의 신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국방정보본부 예하의 777사령부에서 운용한다.

 

▲ '701사업'을 통해 도입한 신형 백두정찰기는 프랑스 다소사의 '팰컨 2000S'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개조·개발됐다. [디펜스타임즈]


우리 군은 백두 2차 사업, 일명 '701사업'을 통해 2018년 기존 백두정찰기에 비해 성능이 향상된 신형 백두정찰기 2대를 추가 도입해 운용 중이다. 신형 백두정찰기는 전자정보, 통신정보 외에 피신트, 즉 계기정보 기능이 추가됐다. 계기정보 기능은 북한군의 통신이나 핵 시설 그리고 미사일기지의 움직임이 없어도, 전자장비 간에 주고받는 신호 교환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나 미사일 작동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포착돼, 신형 백두정찰기의 감시장비가 미사일 발사대에 어떤 명령을 내리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의 경우 주 신호 탐지 가능거리는 370km로, 동창리 미사일기지와 영변 핵시설이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미사일 엔진이 뿜는 화염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고성능 열 추적장치가 장착됐다.

북한군 통신첩보를 다루는 777사령부 수집처에 따르면, '북한군 통신첩보 수집 능력'의 구체적인 현황은 공개가 제한되지만 사실상 북한 전 지역(지상 OOOkm, 공중 OOOkm)을 대상으로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한군도 도·감청을 막는 비화기를 활용하고 무선통신의 경우에는 주파수 대역과 암호체계를 주기적으로 바꾸거나 역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북한 또한 다수의 신호정보 수집 기지를 평양~원산 이남에 운용 중인데, 남한 전 지역에 대한 신호정보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통신장비 운용 간 암호장비 사용, 운용시간 단축, 출력 최소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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