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규제 '구멍'…임대사업자에 전세대출

강혜영 / 기사승인 : 2020-05-20 15: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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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13대책 이전 구입 주택 임대등록시 주택수에서 제외
"임대사업자라는 큰 구멍 뚫린 그물로 부동산 투기 잡으려는 격"

# 주택임대사업자인 A 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다주택자라 전세자금대출이 안되는 줄 알았던 A 씨는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구입한 주택이 임대등록된 상태라면 주택 수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9·13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이 불가능해졌지만 대책 이전에 매입한 집은 언제라도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한다면 대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13 대책 이전에 임대등록이 완료된 주택 약 120만3000호는 전세자금대출 심사 시에 주택 수로 잡히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사놓은 집이라면 앞으로도 임대등록만 하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대출규제로 돈줄을 묶었지만 이처럼 임대사업자들에게 빠져나갈 길을 내주면서 투기의 구멍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주택자의 부동산 불로소득에 철저히 과세하기 위해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한 것이 투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임대등록,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 구멍으로 작용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여전히 임대사업자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임대등록 주택은 주택 수에서 빼주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금지한 규제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2018년 9·13 대책으로 부부합산으로 2주택 이상자는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주택금융공사, HUG, SGI 등 모든 공적보증 금지됐다. 다주택자라면 전세자금 대출을 무조건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책 시행 이전까지는 보유 주택 수와 무관하게 보증이 제공됐다.

하지만 9·13 대책 전에 산 집의 경우에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규제 시행 이후에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상관없다. 임대주택 등록을 하면 무주택자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9·13 대책 이후에 산 집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제도가 시행된 1994년부터 2018년 8월 말까지 누적 임대주택은 120만3000호이다. 이 주택들은 전세자금 대출 심사 시 주택 수를 산정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다가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샀지만 2018년 9월 13일 이후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택들 역시 무주택으로 취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매입한 주택이라면 언제든지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보유 주택 수에서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게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 나가는 대출로 실거주를 지원하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임대사업자가 임대등록을 한 주택은 보유는 하고 있되 그 주택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투기의 큰 구멍으로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금융권 종사자들조차 헷갈려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에게 임대사업자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냐고 문의하자 "임대사업자든 아니든 다주택자라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기의 꽃길' 깔아줬던 정부, 뒤늦게 입장 선회

정부는 2017년 12월 발표한 12·13 부동산대책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임대사업자에게 지방세,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를 감면 폭을 확대하고 건강보험료 부담까지도 줄여줬다.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가장 큰 이유로는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택이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고 정부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등이 점이 꼽힌다. 등록 임대주택에 입주한 세입자는 귀책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의 임대의무기간 4년 또는 8년 동안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은 5%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자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8년 8월 말 "등록 임대주택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고, 며칠 후 발표된 9.13 부동산 종합대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취득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도 과세하겠다는 대책이 마련됐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태도를 바꾸자 "정책 신뢰도가 훼손되고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이제라도 혜택을 축소한 게 어디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주택 투기의 꽃길을 깔아준다'고 주장한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축소된 것에 대해 "뒤늦게나마 잘못된 정책 운영을 반성하고 올바른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적었다.

세제혜택도 여전…"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정책" 지적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역시 여전히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기 이전에 등록한 이들은 여전히 큰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2018년 3월 이전에 등록을 마친 임대사업자라면 주택 규모별로 재산세가 50%~100% 비율로 감면되는 혜택을 받는다. 전용면적 40㎡ 이하의 초소형주택을 임대하는 경우에는 재산세가 100% 감면된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임대사업자의 경우 자신이 거주한 주택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임대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장기 보유 특별공제 조항에 따라 최대 70%에 달하는 공제 혜택도 함께 주어진다. 임대개시일 기준 수도권 공시가격이 6억 원 이하인 주택을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취득하고 임대주택 등록을 했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와 관련해 이준구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임대사업자 등록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실패한 데 있다고 본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이 말도 안 되는 투기 조장 정책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을 기대했다"고 적었다.

이어 "현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엄청나게 큰 구멍(Loophole)이 뚫려 있는 그물로 부동산 투기라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식"이라며 "정작 큰 물고기는 유유히 그 구멍을 빠져나가는데 어느 세월에 고기 바구니가 가득 차기를 기다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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