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식·항공정비 등 '알짜' 매각 고민되네

이민재 / 기사승인 : 2020-05-21 09: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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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등 1조2000억원 지원 결정으로 고강도 자구안 압박 커져
공식 밝힌 송현동부지 매각은 서울시 '공원화 추진'으로 사실상 불가능
알짜 팔자니 비용↑ '후폭풍' 우려… 채권단 '고통분담·대주주 책임' 압박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안을 결정한 가운데 대한항공이 '알짜사업'인 기내식과 항공정비사업(MRO) 부문을 매각할지 주목된다.

대한항공 측은 두 사업을 매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초 매각을 계획했던 송현동부지 등 부동산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자구안 마련을 위해 매각을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지난 4월 2일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쌓여있는 밀카트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21일 항공업계와 산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산은과 자구안 마련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수익의 10~15%를 차지하는 기내식 및 MRO사업을 매각하긴 아쉬운 상황이지만, 1조가 넘는 유동성 지원을 받는 만큼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힌 자산은 송현동부지와 왕산마리나 등 부동산 자산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13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송현동부지는 서울시가 공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곳이라서 민간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송현동부지에 대해 도시계획 시설 공원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민간 매각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주인이 누구든 토지보상을 하게 되며, 토지보상 수준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평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공원화를 지정한 만큼 민간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해당 부지가 공원으로 지정되면 공원 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송현동부지에 대해 "이제 민간 매각은 불가능하다고 보면된다"면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짓는다고 하면 땅값이 오르겠지만, 공원화할 경우 땅값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사겠다는 사람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10년 이내에 매입하지 않으면 공원으로 지정된 용도는 해지된다. 그러나 시가 송현동부지의 공원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만큼 공원 용도 지정이 해지 되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현동부지 외에 왕산레저개발이나 제주파라다이스호텔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현동부지처럼 지자체가 공원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부동산 수요는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반면, 기내식이나 MRO사업은 매각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알짜사업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돼, 경기침체 속에서도 호실적으로 내고 있는 일부 음식료기업이 사업확장 차원에서 인수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과 교수는 "해당 사업을 현재 상황이 어려운 항공사가 인수하긴 어렵겠지만, 음식료업계나 중공업계 등은 인수 여력이 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알짜사업' 매각이 추후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터링 및 정비를 타 회사에 의존하는 경우, 비용이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도 국내 여객기를 해외로 중정비를 의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년 1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항공기 MRO 사업의 경우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등 10년 이상의 투자가 이뤄져야 이익이 창출되는 등 다시 키워내는 것 또한 역시 쉽진 않다.

대한항공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지만, 산은과의 협상에 고강도 자구안을 들고가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단기 지원으로 경영이 잠깐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져선 안된다.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과 대주주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일이니 자구안 마련 등에 있어서는 엄격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출을 해주는 산은 입장에서는 대한항공 경영이 더 악화되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므로 엄격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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