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강 "언론 지적 타당하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소모적"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20-05-25 08: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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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후임으로 2000년 대 초 정대협 사무총장
"과거 회계 문제에 대한 예민성·민감성 부족했다"
"시민사회운동 열악한 여건도 이해해 주었으면"
"지난 세월 돌아보며 정의연 시즌2 계기 되어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엄청난 양의 의혹 보도가 쏟아졌다.

정의연과 관련한 부실 회계 의혹부터, 정의연 대표를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기부금을 부정하게 착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는 정의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집행된 상태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어떤 시선으로 현 사태를 바라보고 있을까. 양미강 전 정대협 사무총장은 "과거 정의연은 영세한 환경에서 여러 회계상의 난점이 있었다"며 "운동을 해온 3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정의연이 그 세월을 돌아보며 장기적 비전을 세워 시즌 2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전 사무총장은 윤미향 당선인의 후임으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정대협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당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열린 국제 민간 법정인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2000년 법정)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단계였다.

'2000년 법정'이 끝나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민주평화당에서 전국여성위원장과 최고위원을 역임하면서 한일과거사문제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다. 그를 21일 합정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양미강 전 정대협 사무총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한때 정대협에서 활동하셨는데, 사태를 바라보는 심경 어떠신가요

"(한숨) 착잡하죠. 음…, 제가 이 상황에서 이야기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전화를 주셔서 고민 끝에 나왔어요. 상황이 터지고 맨 처음엔 이렇게 이슈가 길게 갈지 몰랐어요. 그런데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더라고요. 아주 심란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 검색하고 새벽 1~2시까지 잠도 못 잤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참 고민입니다."

ㅡ지금 상황이 태풍일까요, 소나기일까요

"저는 태풍으로 봐요. 태풍을 맞는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태풍은 순기능도 있어요. 바다의 영양분이 나오는 시기거든요. 이런 차원에서 지금 상황이 참 가슴 아프지만 이걸 계기로 우리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논란이 되는 회계 부실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계의 투명성은 필요한 일입니다. 참…언론도 시민단체가 어떤 상황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오랜 기간 활동했는데 시민사회 활동가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에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일을 해요. 시민사회는 후원을 받아 일을 하는데 원하는 만큼 후원이 되지 않죠. 대규모 NGO는 전문 후원팀이 있고 회계팀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해요. 회계를 똑부러지게 하고싶어도 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세요."

ㅡ정대협 사무총장을 하셨는데, 당시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 있었나요

"제가 일한 기간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2000년 법정의 시작과 마무리 단계였어요. 2000년 법정은 대규모 프로젝트였어요. 행사하려면 돈도 많이 모아야 하고요. 그냥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니라 국제적, 법적 내용을 다 채워야 하니까 제한도 많았죠. 예를 들면 대여섯 명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한 명을 회계 전문으로만 넣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재정적 구조예요.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시민단체가 앞만 보고 가면서 회계 투명성과 같은 현실 문제에 예민성·민감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ㅡ윤미향 당선인이 개인 계좌로 후원금도 받았다는데요?

"과거에는 현대식 회계 절차에 따라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대협은 90년부터 있었으니까…. 초창기에 단체가 법인이 안 되어있는 상황이면 대표 명의 계좌를 쓰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괄호 치고 단체명을 쓴다던가. 그 경우 그 계좌는 명의만 개인이지 결국 단체가 관리해요."

ㅡ일각에선 정의연이 할머니들에겐 지원을 하고, 다른 사업만 했다고 지적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대협은 그렇게 똑떨어지게 '피해자 구제단체'라고 말할 수 없어요. 현재 점검을 할 필요가 있는데, 정대협은 할머니들 문제를 가지고 시작을 했잖아요. 처음에는 할머니가 너무 살기 어려우니까 생활 지원을 해야죠. 그런 면에서 할머니 복지 문제도 포함돼 있어요. 그런데 문제를 단순화하면 안 돼요. '위안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면, 이건 국가적 문제고, 일본 정부와 싸워나가야 하니까 해외 사업을 펼쳐나갈 수밖에 없어요. 제가 했던 2000년 법정처럼요."

ㅡ정의연이 윤미향 1 체제로 운영되며 감시·견제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어요

"거두절미하고 '1인 체제라서 문제'라고 하는 건 자신의 모든 걸 바쳐 헌신한 윤미향 당선인에게 억울한 일이죠. 한 사람이 일인다역을 하고 있죠. 윤미향 당선인은 오랫동안 그곳에 있으면서 모든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상근자니까 여러 상황의 전후 맥락을 다 알고 있죠. 일에 대해 가장 고민하고…많은 일속에 매몰되면 어떤 부분에선 한계가 있을 수 있죠. 윤미향 당선인의 헌신성을 인정해요. 한 사람의 리더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과하면 안 돼요."

▲ 양미강 전 정대협 사무총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현재 언론보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언론보도는 경쟁적으로 쑤시면서 파헤치고 있잖아요. 이건 과하다 하는 기사들도 많아요. 아니, 인터뷰도, 대표성이 있는 인물을 해야죠. 30년 동안 운동하다 보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불만과 갈등이 있겠어요. 대표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도 안 하고 '뭐 하나 걸려라'라는 태도는 지양해야죠. 과도한 의혹 제기, 상대방 흠집 내기는 지양해야죠."

ㅡ언론보도에 부정적이신 거죠 

"문제를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시민단체에 대한 이해 없이 기사를 쓰고 있어요. 지금은 완전 소모성이죠. 이런 보도들이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 선정적 폭로를 하고 싶은 욕구도 있겠지만, 이게 전국민적인 운동이었으니 그 소중함도 알 거 아니에요? 지난 30년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대안을 제시해야죠. 

위안부 운동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는 점과 30년의 성과는 인정한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개인과 단체가 워낙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까 평가의 지점은 다양할 수 있죠. 그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발전되겠죠."

ㅡ윤미향 당선인이 2014년부터 8년간 안성 쉼터 관리를 아버지에게 맡기며 정대협 기부금을 지급했다는 기사도 나왔어요

"이해는 되는 부분이 있어요. 최소한의 인력으로 일을 하는 경우에 일손이 필요하니 가족까지 자원봉사를 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민감한 부분이죠. 그것도 인력, 예산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런데 어느 순간 정리가 되면 '너 가족 왜 불렀어'라면서 채찍을 들어요."

ㅡ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하신 이유에 대해 듣고 싶어요 

"먼저, 이용수 할머니는 누구한테 휘둘리는 분은 아니에요. 에너지가 넘치고, 본인이 국회의원 출마하려고 할 정도로 의지가 강하신 분이에요. 할머니 말씀의 핵심을 파악해야죠."

ㅡ이용수 할머니 말씀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이용수 할머니 말은 학생들이 많이 공부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고, 운동을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니고. 교육 등은 장기적으로 가야 할 것이죠. 또 생존자 문제를 어떻게 갈 것인지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것 말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까. 대안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할머니들에게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고 위안부 운동은 지속돼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공론화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양미강 전 정대협 사무총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앞으로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가야 할까요

"할머니들을 빼고 어떻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논할 수 있겠어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문제인데, 할머니들은 다 돌아가실 거 아니에요? 그럼 할머니 없으면 이 문제는 끝나는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히 교육이 필요하고, 박물관도 필요하죠. 법적 배상 문제도 할머니들 살아계실 때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주장들이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봐야 하죠."

ㅡ정의연은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까요

"정의연은 관련 의혹들을 빠른 시일 내에 깔끔하게 해명해서 털고 가야 해요. 언제까지 이렇게 정치적 타격만 받을 수 없잖아요? 지난 30년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이 운동의 처음 목적과 본질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동할지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생각해봐야 해요. 앞으로 시대가 원하는 것으로 맞춰나가야 하죠. 회계 문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지적에 100% 동의해요. 비영리단체 후원금은 목적성을 가지고 써야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죠. 

정의연은 시즌 2를 시작할 단계예요. 앞으로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예요.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상처가 크잖아요. 윤미향 당선인도, 단체도, 할머니도, 이걸 지원했던 국민들에게도. 이 상처들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우리의 과제죠. 정의연은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그동안 해왔던 것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죠."

ㅡ이번 사태로 여러 사회운동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30년은 한 시대의 전환점이에요. 한일 과거사 관련 운동 전반적인 차원에서 정의연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운동을 해왔어요. 강제동원 등 얽혀있는 많은 문제 관련 단체들이 전반적으로 재정비를 할 시점이죠. 지금 이 논란은 시민사회가 더 이상 명분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거 아니겠어요? 내용과 함께 형식도 같이 가야죠. 시민사회도 투명성 책임성을 강화해야 해요. 이건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니까요."

ㅡ전화위복의 시간을 갖자는 말씀이시죠

"네.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면서 고칠 게 있다면 고쳐야죠. 위안부 운동은 국민적 운동이었어요.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서 증언했고, 자신이 직접 운동가가 돼서 극복해나갔죠. 여기에 국민들이 응답했어요. 그런 만큼 문제 해결도 많은 사람이 참여형으로 대안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의연만의 문제로 접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봐요."

ㅡ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 뭔가요

"저는 정의연이 자칫 동력이 떨어질까 걱정돼요. 연예인 가십거리처럼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는데…먼저 저부터 성찰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바꿀 건 바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두들겨 맞은 만큼 내공이 생기고, 단단해지겠죠. 앞으로 운동이 가야 할 가치를 재구성하다 보면, 우리 단체도, 국민들도, 역사에 대해 좀 더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운동을 하다 정치권에 발을 담그셨는데 사회운동가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지요. 저는 오랫동안 시민운동 하면서 갈구하는 게 있었어요. 시민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권에 따라 뒤집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니까 제도화를 위해 정치권으로 가는 거죠. 물론 '정치라는 기득권에 참여하냐'고 비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치도 한계가 있어요. 시민운동 할 때는 하고 싶은 일을 100% 얘기했지만, 정치에서 100%를 말하면 일 진행이 안 돼요. 정치는 타협을 근거로 하니까요. 윤미향 당선자가 국회 입성해서 시련을 극복하고 하고자 하는 입법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길 바라죠."

◆양미강은…

△ 1960년 서울 출생 △ 샌프란시스코신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 박사 △ 정대협 사무총장 △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위원장 △ 한백교회 담임목사 △ 민주평화당 전국여성위원장·최고위원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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