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공장'의 울음소리…엄마는 쉴새 없이 새끼를 찍어냈다

손지혜 / 기사승인 : 2020-05-29 15: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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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경남 김해 무허가 고양이 사육 시설 적발
무허가 영업 단속 걸려도 벌금 500만원에 불과
"21대 국회, 동물권에 대한 법과 제도 재정비해야"

경남 김해의 한 비닐하우스. 얼핏 보면 평범한 비닐하우스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고양이들을 찍어내듯 생산하는 무허가 '고양이 공장'이었다. 

▲ 학대받아 눈을 다친 고양이. [라이프 제공]


무허가 '고양이 공장'…새끼들 찍어내듯 번식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경찰 등은 지난 28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 위치한 한 비닐하우스를 덮쳤다. 이 시설에는 무려 11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불법 번식과 학대로 고통받고 있었다.

2018년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등 동물생산업을 하려는 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육실이나 분만실 및 격리실이 분리돼야 하고, 사료와 물을 주기 위한 설비 등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법에 규정된 일정 조건을 갖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의 배설물조차 제대로 치워주지 않아 위생 상태가 심각했다. 탯줄도 끊기지 않은 채 사망한 새끼 고양이의 사체가 버려져 있었고 토사물을 게워 낸 고양이는 힘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새끼들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번식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들이 수의사에게 제대로 된 치료나 접종을 받지 못했다고 추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백신과 항생제, 다수의 주사기가 발견됐다. 번식장 주인이 동물들에게 직접 주사를 놓거나 약을 먹이는 것은 수의사법 위반 사항이다.

▲ 불법 번식장에서 발견된 주사기들. [라이프 제공]


이날 발견된 고양이 110여 마리 중 대부분은 피부병과 헤르페스 바이러스 증상을 보였다. 코에서 피가 나거나 안구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고양이들도 있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1차로 고양이 29마리가 긴급 격리 조치됐고 상태가 심각한 고양이 10마리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불법 고양이 번식장을 운영하다 이날 적발된 A(66) 씨는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고질적 문제 야기…이력제 등 제도 필요

라이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개나 고양이 등의 불법 사육이 지속적으로 적발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 막을 현행 동물보호법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단속에 걸려도 부과되는 벌금이 500만 원에 불과해서다.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모든 주에서 동물 학대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최대 10년의 징역형이나 최대 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영국은 동물 학대범에게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불법 번식장에서 사육된 품종묘의 경우 최소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된다"며 "새끼 몇 마리만 팔면 벌금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가벼운 처벌밖에 받지 않는다면 과연 어느 누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런 영업을 하려 할까 싶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학대자가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친 동물들은 보호소에 격리 조치가 되는데 원주인(학대자)이 소유권을 들어 반환 요청을 하면 반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동물을 반환받는 원주인은 없다. 동물을 돌려받으려면 그간 동물보호단체가 지출한 동물 보호 비용과 치료비까지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더 쉬운 방법인 '새로운 동물 사기'를 택한 후 또다시 착취를 시작한다. 

이때 동물 학대자가 새로운 동물을 제재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점은 악순환의 고리를 견고히 하는 법적 구멍이다. 심 대표는 "영국의 경우 동물 학대자는 5년 동안 동물 구매를 금지한다는 법이 있다"며 우리도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에서는 동물 학대범에게 동물 소유 및 동물과의 접촉까지도 금지한다.

▲ 학대 받아 코와 얼굴을 다친 고양이. [라이프 제공]


심 대표는 동물생산업 이력제 마련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도축된 육류까지도 생산이력제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 길러졌고 어디서 도축됐는지 누가 포장을 했는지 알 수 있는데 유독 개와 고양이들은 누가 어떻게 낳았고 키웠는지 알 수 없다"며 "소비자들은 단지 펫샵에 진열돼 있는 동물들의 작고 예쁘고 귀여운 부분만 본다. 그 이면에 어떤 착취가 있었는지를 모른다면 이런 불법 생산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또 21대 국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대부분은 이제 개와 고양이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인식하는데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대 국회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박완주 의원 같은 경우 '먹는 개와 키우는 개는 따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21대 국회에서는 동물을 이익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을 지양하고 생명으로 보는 시선이 자리 잡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U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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