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마지막 유상증자 카드 실패하면…매각 아니면 셧다운

이민재 / 기사승인 : 2020-06-11 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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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코로나 불황' 장기화…주주 등 투자자 유상증자 참여 미지수
인력감축·인수합병 수순 밟을 듯…"미래가치 불투명, 인수합병 어려워"
'셧다운' 전망 나오기도…"공급과잉으로 예견된 시장 재편 당겨졌을 뿐"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여객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LCC가 자본 확충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대부분 LCC는 대형항공사(FSC)처럼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충분치 않은 등 자본 확충을 위한 다른 자구안을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LCC업계의 미래가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유상증자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일부 LCC는 매각이나 셧다운 수순을 밟게 될 거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7곳 중 절반이 넘는 4곳(제주항공,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 에어부산)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서울, 인수합병 작업이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은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관제탑 주변 주기장과 이동로에 국내 항공사 비행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문재원 기자]


LCC 7 4개사 유상증자 나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12 1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신주 발행가액 확정 예정일은 7 31일로, 신주 배정기준일은 이달 24일로 예정돼 있다. 청약예정일과 납입일은 각각 8 5일과 8 13일이며 신주 상장예정일은 8 26일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5일 642억5000만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신주 배정기준일은 이달 24일이고 신주 상장 예정일은 8 17일이다. 신주 예정 발행가액은 2570원이며 발행가액 확정 예정일은 7 22일이다.

작년 11월 출범한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 역시 16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플라이강원은 3 배정 유상증자를 위해 기업 투자자를 섭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본 확충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확한 시기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며, 오는 15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수를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실패시 정부 지원 어려워

LCC들이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흥행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주주 혹은 투자자 입장에서 유상증자에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플라이강원은 자금 확보를 위해 2개월여 전부터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LCC의 유상증자 흥행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대한항공 같은 FSC마저 경영악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LCC에 대한 투자 위험이 크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LCC가 유상증자에 사활을 거는 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산은 등 금융기관은 차입금 상환 가능성 등 심사체계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회사의 자구안 마련이 전제되지 않으면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기관 입장에선 자구안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결국 LCC가 유상증자 흥행에 실패하면 정부 지원도 받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한 산은 관계자는 "심사체계는 은행마다 밝히기 어려운 영업기밀이지만, 모든 금융기관은 지원에 앞서 차입금 상환 가능성을 비롯해 다양한 심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방안채권 발행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LCC를 비롯해 어떤 업체를 지원할지 말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 수순은 구조조정, 그래도 안되면 매각 혹은 셧다운"

LCC가 유상증자에 실패하고 정부 지원대상에도 오르지 못할 경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등 FSC의 경우 부동산 자산이나 캐터링이나 항공기 정비(MRO)사업 등을 매각하는 안을 먼저 검토할 수 있지만, LCC는 매각할 만한 자산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세종대 황용식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LCC의 경우 매각할만한 자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스타항공에선 최근 60여명이 희망 퇴직했고,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62명이 정리해고 명단에 올랐다.

이 같은 비용 절감으로도 버티지 못할 경우, 다음 수순은 매각 혹은 셧다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유상증자가 실패하면 그다음은 피인수합병(매각) 혹은 디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매물로 LCC가 나와도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교수는 "코로나19 시국에 미래가치가 불투명한 LCC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많이 없을 "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급과잉, LCC업계 재편되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소수 LCC만 살아남게 될 거라고 분석한다. 애초 국내 항공업계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했던 만큼 언젠가 일어났을 시장 재편이 코로나19로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세종대 황용식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시장 재편 과정에서 소규모 지역 항공사 등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았고, 결국 FSC 3곳과 LCC 1곳만 남았다"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미국 항공업계와 같은 길을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훨씬 규모가 큰 미국의 경우 경쟁을 거쳐 FSC인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과 LCC인 사우스웨스트항공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바 있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규모에서 수요와 공급 균형을 고려하면 FSC 1곳, LCC 3곳 정도를 운영하는 것이 최적의 상태"라고 분석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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