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북 차관 1조617억원…北, 한푼도 안갚아

김당 / 기사승인 : 2020-06-19 16: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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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철도도로 자재·경공업 차관 9억3천만 달러…무상 식량·비료 1조6천억 제외
2012년 6월 최초 상환기일 도래 이후 50회 이상 '갚아라' 통지…북측은 '무응답'
연락사무소 폭파 '깡패국가' 과시 배경엔 판문점선언 불구 'NO지원'에 불만표출

북한은 남북정상회담과 4·27 판문점선언의 산물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다시 한번 '깡패국가(rogue state)'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남측이 공사비(170억 원)를 전액 부담한 공동연락사무소와 파손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에는 국민 세금 700억 원이 투입되었다.

▲ 북한 관영매체들이 17일 '북남관계 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이라며 공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완전 파괴' 장면 [조선중앙통신 캡처]


이에 서호 통일부 차관이 폭파 다음날인 17일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손해배상 청구 등) 여러 검토를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은 남측이 제공한 1조 원이 넘는 차관(借款)을 상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UPI뉴스〉가 입수한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당시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대외비 자료와 통일부가 국회 외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 남측이 지난 2000년부터 북측에 제공한 차관은 총 9억3304만 달러(1조61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식량 차관 2012년 6월부터, 경공업 차관 2014년 3월부터 상환시기 도래

 

 [표] 2000년 이후 대북차관 제공 내역 및 상환조건

구분

내용

기간

금액

상환조건

이자율(연체이자율)

상환시기

식량 차관

쌀 240만t, 옥수수 20만t

2000~2007

7억2004만 달러(한화 8194억원)

10년거치 20년분할

연1%(연2%)

2012년 6월부터

자재·장비 차관

철도·도로연결 자재·장비

2002~2008

1억3300만달러(한화 1513억원)

10년거치 20년분할

연1%(연2%)

공사 미완으로 상환일정 미확정

경공업 차관

경공업 원자재

2007~2008

8천만달러(한화 910억원)

5년거치 10년분할

연1%(연4%)

2014년 3월부터*

 

 

9억3304만달러(1조617억원)

*2008년 240만달러 상당 아연괴로 현물상환

 출처: 국회 정보위 제출 국정원 대외비 자료(2019. 11)+외통위 제출 통일부 국감 답변자료


대북차관의 구체적인 내역은 △식량(쌀·옥수수) 차관 7억2004만 달러(한화 8194억 원) △철도∙도로 자재(철도·도로연결 자재·장비) 차관 1억3300만 달러(1513억 원) △경공업(원자재) 차관 8000만 달러(910억 원) 등이다([표] 참조).

그런데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월에 240만 달러 상당의 아연괴(1005만 톤)로 1회 현물상환한 것을 빼곤 그동안 현금으로는 한 푼도 갚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물상환을 포함하더라도 상환율 3%(총액 기준은 0.26%)로, 상환조건에 정한 연체이자율(4%)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국정원이 정보위에 제출한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차관 확정일로부터 적용되는 각 차관의 제공조건은 △식량 차관(2000년~2007년) 10년거치 20년간 분할상환, 이자율 연 1%(연체이자율 연2%) △철도∙도로 자재차관(2002~2008년) 10년거치 20년간 분할상환, 이자율 연1%(연체이자율 연2%) △경공업(원자재) 차관(2007~2008년) 5년거치 10년간 분할상환, 이자율 연1%(연체이자율 연4%) 등이다.

북한에 제공한 차관의 상환조건에 따르면, 철도·도로 자재차관은 연결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차관 상환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식량 차관과 경공업 차관은 각각 2012년 6월과 2014년 3월부터 상환시기가 개시되었다.

하지만 북측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기인 2008년 1월 경공업 차관의 일부를 240만 달러 상당의 아연괴로 현물상환한 것을 제외하곤 현금상환액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제공 차관이 대부분…무상지원까지 합치면 2조7천억원

 

▲ 북한 관영매체들이 17일 '북남관계 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이라며 공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 장면 [조선중앙통신 캡처]


이 같은 식량과 경공업 및 철도·도로 자재 대북 차관은 대부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 명분으로 제공된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남측이 무상지원한 식량 250만 톤(8728억 원)과 비료 255.5만 톤(7995억 원)을 합친 1조6700억 원어치의 지원은 제외한 것이다. 무상지원액까지 합치면 2조7천억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북측은 차관계약과 국제관례에 따른 상환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에 차관에 대한 상환기일 안내와 상환촉구 통지문을 수십 회에 걸쳐 발송했지만 북한은 전혀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가 외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식량 차관의 경우 2012년 6월 최초 상환기일 도래 이후 수출입은행에서 북한 조선무역은행 앞으로 26회 이상 상환촉구 통지문을 발송했으나 북측은 무응답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공업 차관의 경우에도, 2014년 3월 최초 상환기일이 도래해 24회 이상 상환촉구를 통지했으나 역시 무응답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유기준 의원 등이 외교부와 통일부에 상환 촉구 방안 및 환수 대책에 대해 따져 물었으나 "정부는 차관계약서와 국제관례에 따라 남북간 합의된 대로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북측에 상환 촉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당시 여당의 이해찬 의원은 "정부의 '판문점선언' 이행은 '퍼주기'가 아닌 '퍼오기'"이라며 남북협력기금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앞장섰다.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김정은식 불만 표출?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며 함께 웃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한편 국정원·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남측이 북측에 무상 또는 유상으로 제공한 지원(차관)은 대부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김정은식 불만 표출'임을 시사하는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천안함 폭침과 5·24 대북제재 조치 등으로 단절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비교적 우호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정상회담까지 했지만, 기대했던 대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도 17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1년간 한국은 실질적인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대북협력은 하지 않으면서 의례적이고 문화적인 상징적 성격을 띤 협력을 정착시키려 노력했다"면서 "결국 북측은 이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한국에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조치가 미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구미에 맞는다는 것을 과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17일 당 외교·안보 특별위원회의에서 북한의 폭파 배경에 대해 "북한 내부 사정이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상황에 빠졌고, 그동안 북한은 남쪽으로부터 소위 많은 경제적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 미치지 않아서 행동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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