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만 챙기나" 비판 직면한 임기 절반의 윤석열

주영민 / 기사승인 : 2020-06-29 17: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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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위증교사·검언유착 등 '제 식구 감싸기'
검찰 기득권 지키려는 이미지로 명성 추락 위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 발언은 살아 있는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골 검사의 뚝심을 상징하는 말처럼 인용돼왔다.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윤 총장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의인'이라는 입지를 다지게 했다.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다가 지방으로 좌천됐지만, 몇 년 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부활한 윤 총장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면서 정권과 여당은 물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내달 25일 취임 1주년을 앞둔 윤 총장 입지는 취임 당시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일 윤 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여권에서는 공개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 대검찰청 신년 다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윤 총장의 검찰이 청와대 인사 등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때만 해도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 수사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을 거치며 여권과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진 모양새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 사건과 채널A 기자와 윤 총장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사건을 두고 추 장관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으면서 더욱 증폭됐다.

살아 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던 윤 총장이 취임 1년 만에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이유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의 모순에 기인한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지적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어진 '조직을 사랑한다'는 발언과 충돌해서다.

이 두 발언을 연결하면 결국 윤 총장은 '사람(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검찰) 조직을 사랑'하는 인물이 된다. 이는 일시적으로 바뀌는 권력보다는 검찰 조직 자체를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이가 윤 총장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윤 총장의 검찰 조직에 대한 사랑(?)은 한 전 총리 사건과 검언유착 사건을 대하는 모습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검찰의 위증교사가 중심인 한 전 총리 사건을 두고 윤 총장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넘겼다. 검찰 외부 인물이 수장으로 있는 감찰부에 맡기지 않고 사실상 자신의 휘하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맡긴 것이다.

또 윤 총장은 자신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사건은 독단적으로 전문수사자문단에 넘기기도 했다.

윤 총장의 조직에 대한 사랑이 결국 '제 식구 감싸기'로 귀결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대목이다. 이는 추 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자기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며 강경한 어조로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최근 윤 총장의 행보를 보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결국 조직만 챙기겠다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모양새"라며 "검찰 안팎의 지적들을 윤 총장이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고 말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 외쳤지만…실천은 미지수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돼 있다. 형사법 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다."

이는 윤 총장이 취임사에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며 밝힌 말이다.

당시 윤 총장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제시했다.

하지만, 취임 1년을 맞은 현재 윤 총장의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재경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임기 2년의 절반을 지나는 윤 총장이 과연 취임사에서 밝혔던 것처럼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이뤄냈는지는 각종 구설수에 휩싸인 윤 총장이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보인다"며 "누굴 위해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살아 있는 권력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윤 총장의 발언이 검찰 조직이 아닌 국민에 충성하겠다는 의미가 돼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겠다던 윤 총장의 초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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