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거리의 어머니' 임기란 여사 별세

이원영 / 기사승인 : 2020-07-01 08: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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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아들 면회하다 민주화 운동 눈 떠
민가협 창립해 반독재 인권운동 앞장
"자신의 고통을 정의와 사랑으로 승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초대회장을 지낸 임기란(사진)씨가 지난 30일 낮 12시45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참사랑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1930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 2남 3녀의 자녀를 두었다. 1984년 막내 박신철 씨가 전두환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민정당사 점거 농성을 벌이다 구속된 뒤 구치소 면회를 가면서 같은 처지의 어머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민주화운동에 눈을 떴다.

▲ 임기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초대회장이 지난 2017년 불교인권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제공]

1985년 민가협을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이후 네 차례 민가협 상임의장을 맡으며 27년간 민가협과 함께했다. 1987년 이한열 장례 때는 광주 망월동까지 따라가 응원했고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대학생 권인숙을 고문한 경찰 문귀동 재판 때는 밤새 100인분의 국밥을 준비해 방청객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1993년 9월에 시작된 양심수 석방을 위한 목요집회를 1000회가 넘도록 주도했고, 80~90년대 안기부, 남영동 대공분실 등 고문 등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몸을 던져 싸우며 고발했다. 1995년 세계최장기수 김선명(45년 복역)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들을 석방시키고 그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거리의 어머니'란 별명을 얻은 고인은 1993년부터는 '고난 속의 희망'을 상징하는 보라색 수건을 두르고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목요집회'를 주도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자식의 구속과 고문을 경험한 뒤,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통을 겪게 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민주화운동의 앞자리에 섰다. 자신의 고통을 밑바탕 삼아 정의와 사랑을 실천한 임기란 어머니의 삶은 후대들에게 깊은 울림이 아닐 수 없다"며 애도 성명을 냈다.

2006년 제1회 대한민국 인권상, 2017년에는 제23회 불교인권상을 받았다. MBC 박혜영 이사의 모친이자, 가수 배철수 씨의 장모이기도 하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이며 발인은 2일 오전 10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애도 성명

양심수의 어머니, 임기란 전 민가협 상임의장이 오늘(30일) 세상을 떠났다. 이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지선 이사장)는 민주화운동의 어머니를 잃은 깊은 슬픔에 애도를 표한다.임기란 의장은 1985년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창립을 주도하고 1987년 6월항쟁 당시 전경들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삼베수건 쓰고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 병석에 눕기까지 무려 27년을 '거리의 어머니'로 인권 현장 한가운데서 싸웠다. 한 해 1000명 넘는 양심수가 양산되던 권위주의 체제에서 임기란 의장 등 민가협 어머니들의 헌신적 노력은 암흑천지 한국 사회의 한줄기 빛이었다.

1993년 9월에 시작된 양심수 석방을 위한 목요집회를 1000회가 넘도록 주도했고, 80~90년대 안기부, 남영동 대공분실 등 고문 등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몸을 던져 싸우며 고발했다. 1995년 세계최장기수 김선명(45년 복역)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들을 석방시키고 그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2000년 비전향장기수 63명 송환)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정 등 인권과 민주주의를 제도적 정착시키는 데도 일익을 담당했다."내 자식 남의 자식 따로 없다"는 임기란 어머니의 정신은 피해자가 주인공이 되는 운동의 표상이 되었다.

자식의 구속과 고문을 경험한 뒤,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통을 겪게 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민주화운동의 앞자리에 섰다. 자신의 고통을 밑바탕 삼아 정의와 사랑을 실천한 임기란 어머니의 삶은 후대들에게 깊은 울림이 아닐 수 없다.

임기란 의장은 2006년 제1회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석류장, 국가인권위원회 수여) 및 2017년 불교인권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감사인사가 부족하다. 제도도 법도 그 아무 것도 작동하지 않았던 독재정권 하에서 고문당하던 사람을, 불법연행당하던 사람들을, 0.75평 독방에서 갇혔던 사람들을 온 몸으로 싸워서 풀어냈다. 엄혹한 시대 인권을 지킨 어머니, 임기란 여사의 27년 노고에 감사드리며 명복을 빈다.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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