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사형 의무화'하면 좋은 세상 올까…홍준표의 '도발'

주영민 / 기사승인 : 2020-07-01 16: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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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23년 동안 집행 안 해
홍 "반인륜 범죄와 흉악범죄 사형선고 6개월 내 집행"
"범죄자 인권도 보장해야" vs "흉악범 인권 필요 없어"
한국은 지금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그렇게 분류했다. 사형제는 존재하지만 실제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23년이 지나도록 사형 집행은 없었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사형제 폐지국가는 142개국이다. 사형제를 폐지한 것으로 분류된 142개국 중 한국처럼 사형제는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된 국가는 32개국이다. 사형제도가 존재하고 실제 집행하고 있는 나라도 59개국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의원(무소속)이 사형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반인륜 범죄와 흉악범죄를 저질러 사형 선고받은 자에 대해 6개월 이내로 사형집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해 논란을 촉발했다.

▲ 홍준표 무소속 의원  [뉴시스]

"흉악범 사형 우선 집행…취약계층 특별 보호"

사형집행 의무화는 홍 의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 3호 법안'이다. 이 법안은 '법무부 장관은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 사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사형을 우선해 집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우선 집행 대상은 존속살해, 약취·유인 등 살인·치사, 아동·청소년 등에 대한 강간 등 살인·치사, 인질살해·치사 등의 죄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자다.

2020년 6월 기준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수감 중인 인원은 60명이라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60명 중에는 연쇄살인을 저지른 유영철과 강호순 등이 포함됐다. 또 이들에 의한 피해자(사망자)는 211명에 달한다.

홍 의원은 2018년에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지난해 발생한 고유정의 '남편 토막 살인사건' 등 흉악범죄가 최근 급증해 사형집행을 요구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사형제 및 소년법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도 제시하며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 중 사형집행에 찬성한 비율이 66.8%라고 소개했다.

홍 의원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형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으나 1997년 12월 30일 이후부터 23여년간 실제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법무부 장관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사형 범죄 중 흉악범과 반인륜 범죄의 사형을 우선 집행하도록 하는 것은 공동체와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여성과 아동 등 범죄 취약계층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사형제 폐지…범죄자도 생명권·인권 보장"

한국은 형법 41조 형벌의 종류에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명시했다. 법정형으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내란, 외환유치(외부로부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죄), 살인죄 등 16종이다.

이처럼 한국은 아직 사형제가 존재한다. 사형수는 언제라도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 다만, 심신장애인과 임산부의 경우 회복 또는 출산 후에 사형을 집행하고 18세 미만에겐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던 것은 법무장관들의 사형집행, 즉 '살인' 결재 기피 심리에다 사형 폐지로 가는 시대적 흐름이 더해진 결과였다. 

사형 폐지론의 명분은 인간의 생명권과 범죄자의 인권이다.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국가가 나서서 목숨을 끊을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는 헌법 제10조를 이유로 사형제는 반인권적인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또 사형선고를 내리는 판사의 오판과 악용 가능성도 이유다. 사형선고를 내리는 판사도 사람이기에 옳지 않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형제가 범죄 예방 효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사형을 통해 범죄율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면 모든 국가가 사형을 집행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형법을 개정해 흉악범과 반인륜 범죄를 분류해 사형을 우선 집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의원의 주장처럼 흉악범과 반인륜 범죄의 사형을 우선 집행한다고 해서 범죄 예방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권 전문 변호사는 "형법상 존재하는 사형제를 강제로 집행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굳이 법을 개정해 일부 범죄자만 사형을 강제 집행해 범죄 예방 효과를 주겠다는 게 정상적인 발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쳤다. 완전히 거꾸로 간다. 저러니 보수가 망하는 거다. 당에서 쫓겨나더니 극우 포퓰리즘에서 살길을 찾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흉악범 인권도 인권인가…사형 강제 집행 필요"


홍 의원의 흉악범에 대한 사형 강제 집행 법안 발의를 반기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흉악범에게 인권 따위는 필요 없다'며 범죄자의 인권은 소중하고 피해자와 그 유가족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비판한다.

흉악범들은 타인의 생명과 존엄성을 함부로 짓밟았으므로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없기에 바로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의견은 홍 의원의 법안 발의 기사 댓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나라 인권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고 가해자만 누리는 세상', '인권은 보호받을 가치가 있을 때 보호 받아야 한다', '어린이·여자·노약자·남의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흉악범 반드시 사형시켜야 법과 사회가 바로선다' 등이다.

재경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흉악범에 대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국민적 공분을 사는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 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법조계에서도 사형 집행을 놓고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사형제도가 있어서 범죄율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있지만, 단 1%라도 사형제도로 인해 범죄율이 줄어든다면 그 존재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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