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권민아에게 위로와 박수를

김현민 / 기사승인 : 2020-07-06 16: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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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AOA 출신 배우 권민아가 AOA 시절 멤버 지민과의 불화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그의 용기는 지민의 탈퇴와 활동 중단까지 끌어냈다. 그렇다고 권민아의 상처가 치유된 것은 아니다.

▲ 권민아는 지난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AOA 시절 겪은 불화와 팀을 탈퇴한 배경을 털어놨다. [권민아 인스타그램]

폭로의 시작은 AOA 얘기가 아니었다. 권민아는 지난 3일 인스타그램에 피부 트러블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길을 가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그 계기로 100만 원어치 화장품을 구입한 뒤 부작용을 겪다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받았다. 환불을 요구했지만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화장품 업체의 미온적인 태도가 꽤나 속을 썩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그를 괴롭힌 것은 악플이었다. 같은 날 "꺼져. XX아"라는 메시지가 담긴 캡처 사진을 올린 권민아는 "나도 진짜 꺼지고 싶은데 엄마 돌봐야 해서"라며 한탄을 시작했다. 악플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한 얘기는 AOA 시절 모 멤버 때문에 원치 않는 상황에서 팀을 탈퇴했던 사연까지 이어졌다.

정신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엎치고 덮치자 결국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에 다시 집중하게 된 것이었을까. 권민아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100만 원어치의 화장품도, 일면식조차 없는 누리꾼의 욕설도 아닌 10년을 동고동락한 동료였다.

권민아는 자신을 싫어하는 멤버 한 명 때문에 10년간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참아야 했고 그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도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손목의 선명한 흉터는 그가 얼마나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괴로웠고 외로웠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는 지난해 5월 AOA에서 탈퇴하고 배우로 전향했다.

동료로 인한 고통은 연예인만 겪는 일이 아니다. 직장인도 회사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존재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버티기도 하고 부서를 옮기기도 하며 심지어 퇴사하기도 한다. 물론 권민아는 미성년 시절부터 장기간 이어진 심리적 고통으로 그 상처가 상상 이상으로 곪을 대로 곪았을 터다. 게다가 대중 앞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은 그의 정신을 더 혼란스럽게 했을 것이다.

권민아가 원하는 것은 사과 한마디였다. 사과는 받았지만 속은 풀리지 않았다. 요구해서 받아낸 사과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도 알았을 것이다. 그토록 끔찍한 존재인 상대는 정작 문제의식도 없고 죄책감도 없다. 애초에 그런 인식이 없었으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아직도 기대하는 게 있다면 그 기대를 버려야 한다. 사과받을 필요도, 용서할 이유도 없다.

아울러 이번 문제를 소속사의 탓으로 돌리거나 구조적인 문제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과하다. 애초에 인간관계라는 것은 제3자가 관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그룹 안에 있는 A의 못된 성격 때문에 착한 B가 고통받는다고 해서 제3자가 A를 배제하거나 처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A가 못된 성격을 발산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주변인들이 왜 더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았냐를 따져야 하는데 그조차도 누군가가 강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쏟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권민아의 폭로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례적이다. 그 용기 덕에 자력으로 어느 정도 응어리를 풀었다.

권민아는 연예인에 관해 "정말 사랑하는 직업이고 일로써 스트레스 한 번도 안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직업인은 많지 않다. 그는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권민아가 이제라도 털어버리고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젊고 해야 할 것이 많다.

▲ 김현민 연예 담당 기자

UPI뉴스 / 김현민 기자 kh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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