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처럼 전세 전전…아파트 폭등으로 이번 생은 망했다"

이원영 / 기사승인 : 2020-07-09 13: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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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비웃듯 폭등하는 집값에 무주택 서민들 '부글'
"다주택자 세금폭탄 내리고 첫구입자에 공급 확대"
"집과 땅은 공공재로 인식하고 정책 근본 바꿔야"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정부와 여당에서 각종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와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함께 다주택 소유자들이 많은 정치권과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배신감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 9일 서울 은평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걸린 매물 정보. [정병혁 기자]

다주택 소유자들이 거주 이외의 주택을 소유하면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서민들은 내집 마련에 대한 꿈이 점점 멀어지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만기(30) 씨는 "양쪽 신용 대출, 담보대출을 최대한 끌어 받아 전세를 얻을 계획"이라면서 "이번 집값 폭등을 보니 서울시민들이 왜 민주당을 지지하는지 알겠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민주당 정부 들어 집값이 대폭 오른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영석(36) 씨는 "다자녀 가구라 이번에 주공아파트에 1순위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봤는데, 분양가가 14억 원이었다"며 "대출을 받아서 갚는 걸 계산해보니 매달 400만 원씩 30년을 갚아야 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그런 높은 가격임에도 주변에서는 사면 무조건 오른다고 사라고 하지만 버틸 수 있을 지, 또 무리하게 샀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어떡할지 고민이 크다"며 "사실 자기의 수준에 맞게 살 집을 사야 하는데 이렇게 비싼 집을 살 생각을 하는 자체가 집을 투자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비정상적인 사회다"고 꼬집었다.

현재 2억원 대 전세를 살고 있다는 이진숙(31) 씨는 "4년 이내 서울 시내 아파트를 사려고 생각했는데 집값은 자꾸 오르고 대출 규제도 심해지고 버는 돈으로 목돈 마련도 쉽지 않아 절망적"이라면서 "열심히 일하면 소득에 맞는 집 한 채는 가질 수 있어야 정상사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9일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 시내는 지역에 관계없이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병혁 기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도 드러냈다. 김모(38) 씨는 "부동산은 규제한다고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각종 편법만 생겨날 뿐 값은 오르고 있다"며 "차라리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집값 안정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위공직자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은 아예 1주택 이상인 사람에게는 승진 기회는 물론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득실대는 국회와 정부에서 획기적인 부동산 규제 법안이 나오겠나"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김수정(40) 씨는 "몇년째 전세를 살면서 내집 마련을 준비해왔는데 이제는 전세 구하기도 어려워 월세를 살아야 할 판이다. 집을 사자니 대출까지 다 막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한 부동산 대책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2억대 전세를 살고 있다는 이윤호(38) 씨는 "메뚜기처럼 전세집을 옮겨다니고 있다. 집값을 잡든지, 아니면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을 늘리든지 방향성이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 정책은 이도 저도 아닌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대출도 어렵고, 어떻게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워낙 고액이라 갚을 감당이 안돼 내집 마련은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연(30) 씨는 "내년 2월 전세 재계약인데 주인 아저씨가 갑자기 11월에 집 빼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다주택자인데 종부세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며 "진작 집 살 걸 후회한다. 전세값이 다 올라서 더 작은 집으로 가야한다. 앞날을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서 혼자 전세를 살고 있는 정모(34) 씨도 "뼈빠지게 10년 간 일만 하면서 아끼고 아껴 겨우 대출 끼고 1억짜리 전세를 산다. 서울서 집 사는 건 달나라 얘기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다"고 푸념했다.

정부에 대한 정책 변화를 주문하는 얘기도 많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2억대 전세를 살고 있는 강모(45) 씨는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나라지만 적어도 토지와 주택에 대해선 사회주의적 정책을 도입해 공공재로서 접근해야 한다"며 "그런 과감한 인식 전환이 없으면 주택 부자와 무주택자의 간격을 더 벌어지고 무주택자의 박탈감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모(32) 씨는 "일단 신혼부부 주택 공급 늘린다고 하니까 기다리면서 상황 지켜볼 생각이다. 신혼부부랑 무주택자 위해 저렴하게 공급을 대폭 늘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강모 씨도 "신혼부부는 특별공급이라도 있지만 중년 무주택자는 청약이 있어도 집을 살 길이 없다고 느낀다. 돈도 없고, 확률도 낮다. 분양가는 낮추고 공급은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윤태(29세) 씨는 "다주택자는 양도차익을 징벌적으로 물리고 생애 첫 주택자에게는 문턱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집을 사기 쉬워지면 부동산값은 안정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김모(42) 씨는 "어차피 서울에서 일하며 살 사람은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용산, 을지로 등 서울 구도심에 '공급 폭탄'이 이뤄지도록 도심 개발을 과감하게 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UPI뉴스 / 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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