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금융 넥펀, 근저당없이 담보대출…경찰, 돌려막기 혐의 수사

양동훈 / 기사승인 : 2020-07-15 10: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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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실사 보고서에 5개월 연속 지적받고서야 표현 바꿔달아
누적 대출 600억 중 미상환 금액 250억 넘어…최근 대출 급증
최근 영업을 중단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넥펀이 최근까지 근저당 없이 자동차담보대출 투자를 받아 사실상 신용대출로 상품을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넥펀이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하고 있다.

▲ 넥펀의 자동차담보대출 상품이 근저당권 설정 없이 이뤄졌음을 지적하는 법률실사 보고서 내용. [넥펀 홈페이지]

15일 P2P 업계에 따르면 넥펀의 법률실사 보고서를 작성한 법무법인 주원은 지난 1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넥펀의 자동차담보대출 상품에 대해 "대출 전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았으므로 자동차담보대출이 아니라 신용대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을 경우 차주가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차량을 처분하더라도 다른 채권자가 우선적으로 채권을 상환받게 된다. 넥펀을 통해 투자한 사람들은 후순위로 밀려 상환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넥펀은 5개월 이상 이 상황을 방치했으며, 이후 상품 분류를 신용대출로 바꿨지만 여전히 자동차담보대출로 볼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하며 상품을 팔아 왔다. 넥펀은 자사 홈페이지에 "자동차는 근저당 설정이 가능한 '등록자산'으로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에 안전성을 강조했다.

▲ 넥펀의 상품 안내 페이지. [넥펀 홈페이지]

서울 방배경찰서는 최근 넥펀의 대주주 A 씨를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경찰은 지난 9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넥펀의 허위 대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넥펀은 주원과 법률자문계약을 맺었을 뿐 아니라 준법감시인 역시 앞장서 선임하며 투명경영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허탈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투자자 모임에서는 전 공동대표 이모 씨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폰지사기'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신생 중고차 업체 위주로 대출을 지속해왔음에도 연체가 단 1건도 없었으며, 최근 들어 투자금액을 급속도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넥펀의 누적 대출액은 600억 원 수준인데, 미상환 금액은 이 중 250억 원이 넘는다.

이 사건이 아나리츠 사건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2P금융업체 아나리츠의 대표 및 임원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부동산 개발 공사 등에 투자금을 쓸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1120억 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금융 전문 변호사 A 씨는 "P2P금융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범죄유형의 대부분은 폰지사기"라며 "압수수색이 이미 들어왔고 경찰이 이런 식으로 인지수사할 정도면 피해금액이 꽤 큰 사기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넥펀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지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넥펀이 자체공시한 보고서에서 똑같은 지적사항이 5개월 연속으로 나왔음에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넥펀은) 기본적으로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 업체이기 때문에, (법률실사보고서의 경우) 공시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U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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