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뒷북치는 금융당국…사모펀드 전수조사 못 미더운 이유

양동훈 / 기사승인 : 2020-07-17 14: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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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감사 보고서도 아니고 법률실사 보고서를 냈다고요?"

최근 25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상환하지 않고 영업을 중단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넥펀에 대해 묻자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넥펀의 법률자문을 담당한 법무법인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차례나 넥펀 판매상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썼지만 금융당국은 보고서의 존재조차 몰랐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사모펀드 집중 조사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했지만 현장검사는 하지 않았다. 결국 5000억 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가 터졌다. 왜 문제를 인지하고도 현장검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검사가 미뤄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5000억 원 규모의 사고에 대해 금융당국의 수장이 한 답변 치고는 옹색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이미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가 나왔음에도 인지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인지한 문제점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 사모펀드와 P2P업계에서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은 위원장은 "유치원에 식중독이 발생했을 때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는 최고의 방법은 전수조사"라고 말했다. 물론 맞는 얘기다. 제대로 된 전수조사만큼 확실한 대안은 없다. 문제는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다.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 233곳 전체와 1만 개가 넘는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240여 P2P업체에는 회계법인 감사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미제출 업체는 모두 현장조사하기로 했다.

자산운용사 전수조사팀은 30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다. P2P업체 조사 인력은 8명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그들이 들이미는 서류뿐만 아니라 그들이 투자한, 또는 돈을 빌려준 대상까지 확인해야 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대로 하려면 투자자산을 다 실사해야 하는데, (자산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일부는 심지어 외국에 있다"며 "전수조사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왜 저런 식으로 접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전수조사는 3년 계획이다. 3년 안에 233곳을 조사해야 하니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계산하면 거의 3일에 하나 꼴이다. 지난달 25일 금감원 노조는 "5개 팀, 32명에 불과한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 개가 넘는 펀드를 정밀검사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이 걸릴 일을 3년 안에 마쳐야 하니 펀드 정밀검사는 판매사의 서류대조작업으로 대체한다.

P2P업체 조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감사 자료 제출 기한이 다음달 26일이니 현장조사는 빨라야 9월부터다. P2P업체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본격 도입되는 내년 6월 전까지 조사를 마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사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은 위원장은 규제가 가장 편한 대안이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의 규제완화가 사모펀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빗발치자 나온 얘기다.

정작 제일 편한 건 실효성 없는 전수조사 선언이다. 규제는 어디까지 완화하고 강화할지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지만, 전수조사는 적당히 인력을 꾸리고 맡겨버리면 끝이다. 업계 뿐 아니라 금융당국 내에서도 이번 전수조사를 '면피용'이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드러난 정보조차 제대로 포착·대처하지 못했는데, 전수조사에 들어간다고 뭔가 달라질까. 조사인력이 대거 전수조사로 빠진 사이 감시·감독에 뚫린 구멍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 양동훈 경제부 기자

U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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