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사망' 오리온, 일파만파…시민단체 "담철곤 국감증인·소비자 불매"

황두현 / 기사승인 : 2020-07-27 15: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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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기자회견 진행 뒤 면담 진행…논란 의식한 듯
시민단체·지역사회 "유가족 우롱…불매운동 진행"
9월 국정감사 앞두고…담철곤 회장 증인 채택 추진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확산하고 있다. 사측과 유가족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조사를 받고 입장문까지 발표한 오리온 측이 유가족과의 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기자회견이 진행된 뒤, 이날 오후 면담에 나섰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오리온 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9월 국정감사에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할 방침이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하 시민사회모임)'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유가족을 우롱한 오리온을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황두현 기자]


전북의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하던 22세 노동자 서 모씨가 지난 3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오리온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오리온은 사태 초기 자체 조사를 통해 내부 문제는 없었고, 고인이 주장한 시말서 작성 강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서 씨가 유서에 언급한 가해자가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성희롱 발생도 참작됐다. 이후 오리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가족과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사측과 유족 간 소통이 부족했다. 시민단체는 "오리온은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오자 언론을 통해 입장문을 배포했지만 정작 유가족과의 대화에는 나서지 않았다"며 분노를 표했다. 입장문 조차 유가족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인 발표였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시민사회모임에 따르면 오리온은 이달 들어 태도를 바꿨다. 7월 초 정치권의 중재를 거부한 데 이어 이달 17일 시민사회모임이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22일 문자로 거부 의사를 나타났다.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는 이행되었다', '재발방지대책은 자체적으로 이행하겠다'는 회신을 보냈다는 것이다.

오건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두 차례 고용노동부 조사에도 오리온은 유가족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며 "진정 오리온은 대한민국 최고의 갑질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가족이 피눈물을 흘리며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악몽같은 시간을 오리온이 나서서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 대화를 요구하는 유가족과 이를 저지하는 사측 간 충돌이 발생했다. [황두현 기자]

시민단체의 오리온에 대한 반발은 이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역 사회에서는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 씨의 고향인 구례에서만 50여개 시민단체가 동참의 뜻을 밝혔다.

구례발전포럼 왕해전 대표는 "지역민이 사고를 당했는데도 사측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항의행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전남 각지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민단체는 내달 있을 국정감사 의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선정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할 계획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증인 채택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처벌조항이 없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구례지역 국회의원을 포함,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회사의 노조 탄압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대신 이경재 오리온 대표가 국정감사에 나섰다.

오리온은 "유족 측과 대화에 임하고 있으며, 향후 진행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소통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오리온 관계자는 "금일 오후 고인에게 시말서 제출을 요구했던 상급자에 대해서는 최종 심의 및 처분 예정"이라며 "고인이 지목한 동료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 권고에 따라 재조사를 실시한 뒤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리온은 지난달 조사에서 지적받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의 업무 문화, 근무 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 개선안' 마련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 이날 기자회견 직후 고인의 유가족이 쓰러져 구급차가 출동했다. [황두현 기자]

한편 이날 오리온 본사를 찾은 서 씨의 유가족이 사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서 씨의 어머니는 "우리딸도 죽었는데 나 하나 죽으면 어때서"라며 오열했다. 급기야 일부 유가족들이 정문 앞에서 쓰러져 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U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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