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격화하는 G2 신냉전…"실익보단 자존심 대결"

공완섭 / 기사승인 : 2020-07-31 10: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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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 폐쇄·스파이 추방 등 강 대 강 초강수
트럼프 '중국 때리기' 전략에 국제사회 긴장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된 무역전쟁은 기술·지적재산권·미디어·외교 분야까지 전면전 양상을 띠면서 40년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 백신 정보 유출을 빌미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은 즉각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시켰다. 미국의 예상을 뛰어 넘는 초강수에 중국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맞선 것이다.

세계 교역량의 40%를 차지하는 두 슈퍼파워가 갑자기 총영사관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써가면서 일촉즉발의 준 전시상황에 돌입함에 따라 세계는 초긴장 상태다.

▲ 성조기와 오성홍기 [셔터스톡]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양국 관계가 "1979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쉬 도시 브루킹스연구소 중국담당 디렉터의 말을 빌려 "힘의 격차는 줄어들고, 이데올로기 격차는 커지고 있다"며 "냉전시대로의 회귀"라고 지적했다. 외교 관례를 무시한 미국의 파격 행보가 양국 관계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3일 닉슨박물관에서 아예 닉슨의 중국정책은 실패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제사회의 승인과 상호 교류를 통해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이른바 '미국식 햇볕정책'을 53년 만에 용도 폐기한 것이다.

그는 오늘날의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전체주의, 대외적으로는 공산주의 이념을 확대하는 글로벌 헤게모니를 추구한다며 앞으로 대중국 정책을 불신하면서 검증하는 태도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신냉전시대 돌입을 천명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필 이 시점에 왜 그런 강수를 두었을까. 변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대선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코로나의 발원지임과 동시에 초기 확산 방지노력을 소홀히 해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간 주범이며, 그로 인한 경제 파탄의 원흉이며, 호시탐탐 해킹을 통해 기술정보를 빼간 해킹의 배후세력도 중국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실패의 책임을 모두 중국에 떠넘김으로써 이반한 민심을 붙잡아 보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23일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 '쿵후 바이러스' 등으로 부르며 중국 때문에 세계경제가 이 지경이 됐다는 점을 부각시켜왔다.

최근 일련의 조치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짜고 초기 대응을 적절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팬데믹 상황이 초래됐다며 WHO를 탈퇴했고, 백신 개발 기술 정보를 해킹했다는 혐의로 리 샤오위, 둥 자즈 두 중국인을 기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해 10월 우한을 방문한 미군에 의해 미국으로 전파된 것이며 기술 해킹은 없었다는 중국 측의 주장은 당연히 무시됐다.

치열하기는 민간기업 차원의 기술, 정보, 인력 스카우트 경쟁도 마찬가지. 페이스북은 내달 동영상 앱 릴스(Reels) 출범을 앞두고 중국의 동영상 앱 틱톡(TikTok) 크리에이터들을 빼오기 위해 일 인당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은 홍콩 보안법 제정 이후 홍콩에서부터 오는 정보검색 요청을 중단키로 했다. 미국은 또 화웨이로부터의 공급체인을 끊고 견제하기 위해 애리조나주에 대만 반도체공장 건립을 지원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양국의 갈등이 미디어 시장으로까지 확대된 건 상황이 돌이키기 힘든 지경까지 갔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내 중국 언론사에 근무하는 중국 언론인 숫자를 미국이 기업당 100명 이내로 통제하자 중국은 즉각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중국 내 대표적인 미국 언론사 기자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중국은 이 싸움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을 각오다.

지난 5월 미국이 대만에 1억8000만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 것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대만을 중국의 자치령 형태로 가져가려는 중국 입장에선 일종의 도발이다.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와 보리 수입을 중단하는 '쓰리 쿠션' 방식으로 맞받아쳤다.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은 아시아에서의 패권과 해상 경제권 선점을 둘러싸고 양국이 언제든 군사적 충돌을 빚을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중국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잘못 입력된 전략적 실수에 근거하고 있으며 매카시 선풍과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투자가 정치적인 것이고, 학생들은 모두 스파이고, 모든 협력관계는 다 의도가 있다는 얘기냐"고 항의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양국의 갈등. 어느 쪽도 돌파구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난 27일 "스파이 기소와 영사관 폐쇄 같은 낡은 수법은 관계를 악화시킬 뿐 베이징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면 새로운 방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차오 케진 칭화대 교수는 "수교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지만 신냉전 시대라기보다는 '소프트 워(Soft War)' 정도의 국면에 빠질 것" 이라고 진단했다.

마이클 맥폴 스탠퍼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나친 중국의 영토확장주의 정책이 냉전시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패권을 놓고 달리는 미-중 갈등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문제는 세계 최강대국의 마찰 속에 불똥이 주변국으로 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양대 강국이 벌이는 '작은 전쟁'은 실익보다는 자존심 싸움의 성격이 짙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 때문에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우리에게는 미-중 분쟁이 강 건너 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 공완섭 재미언론인

U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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