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축소되는 검찰 권력, 저항 말고 자성 계기 삼아야

주영민 / 기사승인 : 2020-07-31 16: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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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혁안 핵심…수사·기소권 분리
'힘빼기' '식물검찰' 운운 대중 지지 못받아
앞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분야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로 한정된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검경 수사권조정의 대전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다.

검찰의 일방적 지휘를 받던 경찰은 직접수사가 가능해지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가져오면서 정보기능이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전날(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자, 검찰 내부에서 불만 기류가 형성되는 등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힘 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졌던,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수십 년을 군림해온 게 바로 검찰이다. 그런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등이 담긴 권력기관 개혁을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당·정·청이 제안한 권력기관 개혁안의 핵심은 '권력기관 권한의 균형 있는 분산과 민주적 통제'다. 구체적으로 검찰청법 시행령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개 분야로 한정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이들 6개 분야 외에도 검찰은 마약 수사와 주요 정보통신기관의 사이버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특히 공직자 범죄의 경우 4급 이상 공무원만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뇌물 사건은 수수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경제 범죄와 사기·배임·횡령 사건은 피해 규모가 5억 원 이상이어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일각에선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의 공직자 수사 대상이 4급만으로 한정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수처가 3급 이상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맡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권력형 비리 수사가 와해할 것이라는 우려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검찰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고위공직자에 대한 무분별한 강제수사를 진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곤 했다.

검찰 권력에 방해가 되는 인물일 경우 더더욱 저인망 신상털기를 통한 망신주기, 수사상황을 일부로 언론에 흘려 부풀리는 등 정치검찰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가 대표적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수사·기소권 독점에 기인한다. 권력기관 개혁안의 핵심인 검경 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관철돼야 하는 이유다.

당·정·청이 권력기관 개혁안에 사활을 건 것도 검찰의 정치적 판단과 '입맛'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는 판단에서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힘이 빠질 때면 현 정권 인사들이 대거 검찰 수사를 받는 악순환이 5년마다 반복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같은 변화를 앞둔 검찰은 여전히 언론플레이를 통해 마치 자신들의 정당한 권력을 빼앗기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공공연하게 '검찰 힘 빼기', '식물검찰 전락' 등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권력이 마치 자신들의 본연의 것인 듯 행동하는 모양새를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검찰이 "죄를 지은 검사는 0.1%만이 기소되고 국민은 40%가 기소된다"는 통계를 곱씹어야 하는 이유다. 결국, 격변의 기류 앞에서 검찰 스스로가 얼마나 변화하려고 노력했느냐가 관건인데, 권력기관 개혁안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수사·기소 독점을 가진,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이 검찰개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검찰은 환골탈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주영민 사회부 기자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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