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vs "계약갱신"…임대차법 시행에 씨마른 전세 매물

윤재오 / 기사승인 : 2020-07-31 17: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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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인상에 이사가려던 세입자 '계약갱신청구'로 매물회수
"집주인이 갑자기 직접 살겠다며 비워달라고 요구" 속수무책
2년전 역전세난 헬리오시티 "5%룰 똑같이 적용하면 어떡해"

"오늘 아침에 갑자기 집주인이 '들어와서 살아야 하니 만기가 되면 비워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요즘 주변에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정말 막막합니다."

"2년 전 역전세난 때문에 싸게 전세를 줬는데 그걸 기준으로 5%룰을 적용하면 어떻게 하란 얘기인가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1일 전격 시행되자 전월세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권 행사와 집주인들의 실거주를 위한 매물회수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 전세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임대차 3법' 중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관보 별권을 내고서 개정된 주임법을 공포했다.

법 시행이 늦어지면 그 사이 과도한 임대료 인상 등 시장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개정법을 즉시 시행토록 한 것이다. 당초 8월 4일로 예상됐던 국회 본회의 처리를 7월 30일로 앞당겼고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관보 별권까지 내면서 시행시기를 앞당겼다.

▲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밀집 지역 매물을 알리는 정보란이 비어 있다. [뉴시스]


"직접 살겠다", "월세로 전환하자" 집주인 요구에 세입자 피해 속출

개정법은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고 전셋값을 안정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도와 규제가 한꺼번에 시행되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뜻하지 않는 피해를 입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 소유주들의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7·10대책과 임대차법 시행이 맞물리면서 집주인들이 "들어와 살 테니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계약갱신권 덕분에 유리해지긴 했지만 집주인들이 갑자기 실거주를 하겠다며 통보하거나 월세전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갑질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법 시행 첫날부터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로 전세매물이 회수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좀 전에도 집주인의 전셋값 인상 요구로 매물로 나왔던 물건이 5% 인상을 조건으로 계속 살겠다는 세입자의 요구로 철회됐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 집주인 "인근보다 3억~4억 낮은데 5% 룰 적용하면 불공정"
 
2018년 하반기 입주가 시작된 송파구 헬리오시티 집주인들은 이번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입주 당시 쏟아진 전세매물 때문에 역전세난이 발생해 낮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근 시세 수준에서 재계약을 기대했던 집주인들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재계약을 감수해야 할 입장이 됐다.

이 단지 49㎡는 2018년 8월 전셋값 4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올해 5월 6억3000만 원에 2건 거래됐고 6월 17일에는 8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전용 59㎡도 2년 전 5억 원 중반에서 거래됐지만 최근 8억 원 이상에 거래됐다. 전용면적 84㎡는 이 기간에 전셋값이 6억 원대 후반에서 10억 원대로 올랐다. 이들 아파트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가 5% 인상된 조건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시세보다 2억~4억 원 낮은 가격에 재계약을 해야한다.

헬리오시티 인근 Y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헬리오시티는 2년 전 역전세난 때문에 집주인들이 낮은 저 전셋값을 감수해야 했던 곳"이라며 "인근에 비해 전셋값이 3분의 2 수준인데 이제 재계약할 시점에 여기에 5% 룰의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면 어떡하냐고 집주인들이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시행과 관련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UPI뉴스 / 윤재오 기자 yjo@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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